[목회단상] 북을 계속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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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북을 계속 쳐라
  • 임병재 목사
  • 승인 2022.11.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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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재 목사 / 엘드림교회 담임

오래 전에 읽은 신은경 님의 글이다.

북을 치며 사는 고수가 있었다. 축제가 있는 날, 그는 아들을 데리고 성으로 갔다. 그는 사람들이 모일 자리에서 북을 쳐주고 돈을 벌었다. 저녁 무렵, 그는 아들과 집으로 향했다. 인적이 드문 숲에 이르자 그가 말했다.

“숲 속에 도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많다고 느끼면 우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이죠?”

“큰 소리로 북을 울리면서 가면 된다.”

그는 북을 치면서 걷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도적들은 숲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보통 북소리가 아니다. 왕이나 귀족의 행차가 분명하다. 들켰다가는 모두 잡혀가고 말 것이다.”

도적들은 두려워하며 그곳을 피했다. 달아나는 도적들의 뒷모습을 본 아들은 그의 북을 빼앗아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아들에게 말했다.

“그럼 도적이 우리가 누군지 알아차린다. 왕의 행차처럼 위엄 있게 북을 울려야지”

아들은 아버지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북소리를 이상하게 여긴 도적들이 왕의 행차가 아닌 걸 눈치 채고 돌아왔다. 부자는 축제에서 번 돈을 잃고 말았다.

이 사람은 왕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북을 치면서 사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는 왕이 계신데도 없는 것처럼 북을 멈추고 불안하고, 낙심이 되어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너무 많이 엉터리로 북을 치는 나의 모습 속에서 그것을 본다.  

만왕의 왕 되신 하나님은 어느 곳이든, 어느 시간이든 계속 행차하신다. 그러기에 나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 북을 치며 살아야 한다. 엉터리로 치는 것이 아닌 그 왕의 행차에 맞게 진정으로 치는 것이다. 특히 고난의 시간에도 평안의 시간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그 북소리를 내자. 뒤에 무엇인가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하자. 믿음의 북을 치자. 계속 예배하자. 계속 기도하고 계속 찬송하고 계속 사명으로 살자. 이것이 살아 있음의 증거다. 아니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정도의 영적인 배짱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나에게는 하나님이 계신데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겠다는 영적인 자존심이다.  

예전에 우리 어른들은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며 살았다. 비록 가난하여 밥을 할 수가 없어도 밥 때가 되면 빈 솥에 물만 넣고 밥 짓는 것처럼 아궁이를 때는 것이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동네 사람들이 밥 굶는다고 업신여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런 자존심이 현실에 굽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시간에도 하나님은 행차하시고 계신다. 멈추지 않으시는 역사다. 마지막까지 가도 그곳이 또 다른 새로움이 되게 하시는 것이다. 

“나무는 희망이 있나니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 나서 연한 가지가 끊이지 아니하며 그 뿌리가 땅에서 늙고 줄기가 흙에서 죽을지라도 물 기운에 움이 돋고 가지가 뻗어서 새로 심은 것과 같거니와(욥 14:7~9)”

어떤 상황이든 하나님은 계속 소망을 주시고 살리시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도 계속 위엄 있게 믿음의 북을 쳐야 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 자주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 하나로 그 자존심을 잃어버리고 현실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쩔쩔매며 엉터리 북소리를 내고 있다.  

다시 북을 치자. 왕의 위엄을 보여주는 북소리를 내자. 나에게는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을 보여주자. 사자 굴에 들어가도 기도하는 다니엘처럼, 풀무 불에 들어가도 절하지 않는 다니엘의 세 친구처럼… 가장 힘이 빠지는 시간에 가장 힘 있게 그 믿음의 북을 치자. 위기가 기적이 될 것이다. 

임병재 목사
임병재 목사 / 엘드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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