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착용하지 않았다고 죽음까지 … 이란 시위 점차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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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착용하지 않았다고 죽음까지 … 이란 시위 점차 격화
  • 이정순 박사
  • 승인 2022.10.18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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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최근 이란 시위로 본 무슬림 여성과 베일(상)

1979년 보수파 호메이니 혁명 후 ‘이슬람 공화국’ 설립
이란 여성은 초경이 시작되는 13세 이후 베일 착용해야
이란 여성은 만 13세가 지나면 밖으로 나설 때 반드시 베일을 써야 한다.
이란 여성은 만 13세가 지나면 밖으로 나설 때 반드시 베일을 써야 한다.

지난 9월 13일,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베일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순찰대가 쿠르드족 여자 마흐사 아미니(22세)를 체포해 구금했다. 이란에는 잠복 활동하는 도덕 경찰만 약 7천 명에 달한다. 구금 후 사흘 만인 16일에 아미니가 의문사하면서 항의 시위가 촉발되기 시작했다. 그의 사망 후 2주 이상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는, 200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이며 여성이 시위의 주체가 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에서 이란 여성들이 베일을 불태우는 것은 처음이다. 2019년에 베일을 벗고 흔드는 걸 넘어서 자유를 외치며 이슬람 공화국의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 부유층에 유명인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 작가, 축구선수,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의 딸 파에제 하셰미 등이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탄압 수위를 높여가고 있으며 어린아이를 포함해 최소 83명이 시위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2,000여 명이 시위로 인해 구금된 상태다. 

21세기 지구촌시대에 우리는 우리와 다른 각 나라의 가치와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들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이란 역사에서 전체적으로 베일 착용을 평가하지 않고,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이란은 여성을 샤리아(이슬람 율법)로 압박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을 보호 미명 하에 격리하며 여성 인권을 묵살해 오고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이란 여성의 베일 착용으로 발생하는 이란의 현상과 다른 이슬람권 국가나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 착용 현상을 서구의 잣대나 외부자의 관점에서 일반화 시키는 것은 단편적이며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차별화된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2009년 7월과 2019년 3월 필자는 지역 연구차 두 번에 거쳐 이란의 여러 도시와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이슬람 여성의 ‘히잡’ 착용과 현재 일어나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란의 일반적 배경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세운 민족 중 하나이며, 오래 독자성을 유지한 긴 역사를 지닌 나라이다. 현재의 이란은 구약성경의 중심 무대이다. 이란은 터키, 이스라엘처럼 중동의 일부지만 아랍 국가가 아니다. 이슬람국가이면서도 아랍어권이 아니며, 이란인은 아랍 인이 아닌 인도-유럽어족인 아리안(Aryan)이다. 아랍인은 셈족이므로 이란인과 둘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이란은 구약성경에서 메대, 바사 그리고 엘람 등으로 표현되어 있는 지역이다.   

기원전 6세기경 조로아스터가 중앙아시아에서 창시한 조로아스터교는 1000년간의 이란의 패권시대에 중동 전체에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7세기 아랍 무슬림들이 중동을 정복해 이란인에게도 이슬람교가 강제로 도입됐다. 이란은 이슬람을 받아들여 시아파 종주국이 됐다.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혈통만이 이슬람의 지도자(칼리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무함마드의 사촌동생이며 그의 딸 파티마와 결혼한 사위인 알리(Ali: 656~661)의 추종자들은 시아라고 불렸다. 알리와 그의 부인 파티마의 열두 직계 후손들이 무함마드를 계승했다고 믿는다. 

역사적으로 이란은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며 사상과 시각이 교차하고 때로는 충돌하는 역동적인 나라이다. 이슬람은 하나로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복잡한 종교이다. 이슬람 세계는 획일화된 하나의 세계가 아니며, 다양성과 공통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이다. 오늘날의 이란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종교와 문화이다. 이란의 전통문화를 제외하고 이슬람이 이란의 모든 것을 조절한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란을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틀로만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슬람이란 종교, 정치, 문화 등을 포함하는 하나의 문화 공동체이다. 

이란인들에게 종교는 절대적 가치이지만 이란을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종교만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이해하여야 한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발생 이전 이란과 그 이후의 문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정순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중동연구원)
이정순 박사(아신대학교 중동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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