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기까지 확장된 카타콤, 성물숭배로 잊혀지다 19세기 재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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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까지 확장된 카타콤, 성물숭배로 잊혀지다 19세기 재발굴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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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카타콤과 기독교 신앙의 상징(3)

카타콤의 크기나 넓이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지하 10~15m 깊이에 폭 1m 미만, 높이 2m 정도의 통랑(通郞)을 종횡으로 뚫고, 또 계단을 만들어서 여러 층으로 이어 연결하였다. 통랑의 벽면에 구멍을 파서 움푹 들어가게 하고 이곳에 순교자나 성도들의 시체를 넣고 대리석이나 돌, 혹은 기왓장 같은 것으로 막았다. 거기에 죽은 사람의 이름을 새겨 두었고, 특히 비그리스도인들의 무덤과 구별하기 위해 기독교 신앙을 상징하는 것을 새겨 두었다. 이중 많은 것들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데, 비문들이나 벽화, 기독교 신앙을 상징하는 그림들인데, 비둘기, 물고기, 닻, 떡, 종려나무 가지 등의 그림이 그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 가지씩 소개하고자 한다.

육지에 시신을 매장할 때 땅을 파서 시체를 두는 곳을 묘혈(墓穴)이라고 부르지만, 카타콤의 시신을 안치하는 통랑 좌우의 움푹 들어간 공간은 벽감(壁龕, alcove)이라고 부르는데, 벽감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였다. 시신을 둘 때 관은 사용되지 않았고, 세마포로 시신을 쌌을 뿐이다. 통랑 곳곳에는 넓은 방처럼 만든 묘실(墓室)도 있어 일정 인원의 회집도 가능했지만 이런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기독교인들의 카타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50년 경으로 보이는데 그 이후 수백 년 간 계속되었다. 특히 기독교가 박해 받는 기간 동안 카타콤은 더 넓게 더 멀리 확대되었고, 기독교가 신앙의 자유를 얻은 이후에도 그리스도인들은 순교자들 혹은 믿음으로 살았던 이들 가까이에 묻히기를 원했기 때문에 카타콤은 계속 확장되어 5세기까지 계속 되었다. 그래서 카타콤의 전체 길이는 수 백 마일에 달했고 무덤 수는 수백만 개나 된다.

그동안 성도들이 묻힌 카타콤은 은밀한 집회소였으나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을 받게 되자 카타콤은 성지로 여겨졌고 많은 순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카타콤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고난과 승리, 그리고 영광스러운 역사의 흔적이 되었고, 신앙정신을 더해 주는 눈에 보이는 교육과 훈련의 장소가 되었다. 히에로니무스라고 불린 성 제롬(Hieronymus, 347~420)도 어릴 때 카타콤을 방문하고 크게 감동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타콤이 오랫동안 그리스도인들의 순례지였으나 5세기 이후 점차 발길이 뜸해 지기 시작했다. 401년 권력을 잡은 서고트족의 왕 알라릭(Arlaric, 재임 395~410)은 410년 로마를 침입하고 로마의 부를 약탈하기 시작했다. 카타콤도 예외가 아니었다. 죽은 자가 지녔던 귀금속을 관 속에 넣어주는 로마의 장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자들의 유물이 약탈되고 유골들이 훼손되기 시작하자 교회는 순교자들이나 성인들의 유골을 로마의 성 안의 교회당으로 이전하여 관리하게 된다. 따라서 순례자들이 카타콤을 방문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또 이 무렵부터 성자들의 유물이나 유골들에 대한 미신이 생겨나면서 성유물이 신비한 능력을 지닌 것처럼 경모되거나 숭배되기 시작했다. 이를 ‘마술적 경건’이라고 부른다. 성인숭배와 상(像)의 사용은 375년부터 허락되었지만 성 유물들에 대한 경배가 공식적으로 인가된 때는 786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타콤을 찾아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10세기 이후 카타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16세기까지 거의 600여 년 간 카타콤이라는 이름조차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다가 16세기 말의 안토니오 보시오, 특히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고고학자 지오바니니 로시에 의해 카타콤이 재발굴 되면서 교회는 카타콤의 존재를 다시 알게 된다. 이제 발굴된 카타콤 가운데 대표적인 몇 가지 경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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