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은혜를 거두신 이유는 이스라엘을 살리기 위한 ‘극약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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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은혜를 거두신 이유는 이스라엘을 살리기 위한 ‘극약처방’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10.1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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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지 않는 이스라엘에게 충격적인 말씀이 들려옵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겠다”라고 선언하신 것입니다(16:13). 은혜는 하나님 스스로 말씀하신대로 하나님의 본질에 속합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앞으로 지나시며 선포하시되 여호와라 여호와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 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출 34:6) 사실 13절에 쓰인 단어는 하나님의 본질인 은혜보다는 은혜의 표현으로서 온정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은혜로우시지만, 언제까지 죄를 참으시지는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때때로 온정을 거두시는 것은 영적으로 죽게 된 이스라엘을 살리시기 위해서입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환자에게 쓰는 극약처방인 셈입니다.

하나님의 진노는 마치 당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예언자에게로 향한 듯 보입니다. 예레미야에게 평생 독신으로 지내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봐야 하나님의 진노가 임할 때 고통만 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3~4절). 그뿐만 아닙니다. 예레미야에게 초상집에도 잔칫집에도 가지 말라는 금족령을 내리십니다. 하나님께서 작심하고 심판하신 결과에 울고불고 해서도 안 되고,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는 이들이 희희낙락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초상집에 들어가지 말라 가서 통곡하지 말며 그들을 위하여 애곡하지 말라 내가 이 백성에게서 나의 평강을 빼앗으며 인자와 사랑을 제함이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는 잔치집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앉아 먹거나 마시지 말라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보라 기뻐하는 소리와 즐거워하는 소리와 신랑의 소리와 신부의 소리를 내가 네 목전, 네 시대에 이곳에서 끊어지게 하리라”(5, 9절)

예언자는 단순히 언어로 기록된 하나님의 ‘연설문’을 낭독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예언자는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 자신의 삶 전체를 드린 사람들입니다. 예언자가 390일 동안 왼편으로만 누워서 잠을 잔다거나 머리털과 수염을 잘라 불태우고 바람에 날려보내는 일은 사람들에게 ‘기행’으로 보였지만(겔 4~5장), 경조사를 멀리하고 결혼을 포기하는 일은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인간다움을 버리는 것으로 비난받을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숭배에 몰두한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배신감을 절절히 드러내기 위해 호세아가 한 일은 더더욱 놀랍습니다. 음행하는 여인 고멜과 결혼하고 그녀를 극진히 섬긴 호세아는 품위 없고 비윤리적인 일이라고 주위의 비웃음과 멸시를 견뎌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명백합니다. 너희가 호세아를 비웃느냐? 너희를 사랑하는 내 처지가 바로 그렇다는 걸 아느냐? 그렇게 해서라도 이스라엘이 깨달을까 기회를 주셨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이 모든 큰 재앙을 선포하심은 어찌됨이며 우리의 죄악은 무엇이며 우리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범한 죄는 무엇이냐”(10절)

마침내 하나님께서 심판을 선언하십니다. 그들의 완고함이 재앙을 부른 것입니다. “너희가 너희 조상들보다 더욱 악을 행하였도다 보라 너희가 각기 악한 마음의 완악함을 따라 행하고 나에게 순종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내가 너희를 이 땅에서 쫓아내어 너희와 너희 조상들이 알지 못하던 땅에 이르게 할 것이라 너희가 거기서 주야로 다른 신들을 섬기리니 이는 내가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지 아니함이라 하셨다 하라”(13절) 동족을 향해 엄하고 무서운 소식을 전해야 하는 예언자의 소명은 엄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누가 우리를 위해 갈꼬” 물으신 하나님께 “나를 보내소서”라고 응답한 이들이 기꺼이 져야 하는 짐이었습니다(사 6:8).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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