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만 통하는 교회 사투리는 이제 그만 씁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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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만 통하는 교회 사투리는 이제 그만 씁시다!”(2)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2.10.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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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19

외국어나 사투리는 이해하기에 어렵다. 그래서 통역이 필요하다. 언어의 제1조건은 통(通)하는 것이다. 통(通)하지 못하면 통(痛)하게 된다.

교회가 사용하는 언어는 비신자들이나 어린 세대도 이해할 수 있게 정확하게, 쉽게 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그러자면 목회자부터 바른 말을 사용해야 한다. 사람은 말하기 위해 생각하고, 생각하기 위해 말을 한다. 그래서 사람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구속을 받게 된다. 교인들 앞에서 마이크를 자주 잡는 설교자, 인도자, 기도자들이 쓰는 말이 그 교회의 ‘표준어’가 된다. 교회마다 표준어가 따로 생기면 결국 사투리가 되고 만다. 평소 국어사전을 가까이 하고, 영화 ‘말모이’를 한번 시청해볼 것을 권한다. 다음 몇 가지만이라도 바로잡았으면 한다.


•“하나님, 우리를 축복하소서”
‘축복’은 복을 빈다는 뜻이다. 복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다른 신한테 복을 빌어달라는 기도가 된다. “복을 내려 주십시오”나 “복을 베풀어 주십시오”가 맞다. 천주교의 “강복(降福)해주십시오”가 맞다. “축복을 주십시오”라고도 하는데, ‘축복’은 명사가 아니다. 기복주의의 잔재다. “우리”도 “저희”가 맞다.


•‘성도(聖徒)’, ‘신도(信徒)’
간혹 묘비에서 ‘성도 OOO’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성도’는 무리를 뜻한다. 한 사람을 칭할 때에는 ‘신자’라고 한다. ‘형제’는 형과 아우를, ‘자매’는 동성의 여자 형제를 의미하니 상대 남자를 ‘OOO형제’, 상대 여자를 ‘OOO자매’라는 건 잘못이다. 직분을 붙이거나 ‘OOO씨’라고 하면 된다. 요즘 아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수의 이름’, ‘목사님 성함’
사람인 목사에게는 ‘목사님 성함’이라 하면서, 정작 예수님에 대해서는 ‘예수’, ‘예수의 이름’이라고 낮춰 부른다. ‘예수님의 존함’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또 기도 인도자가 “주의 종님께서”라고 한다. ‘종’이면 종이지 무슨 ‘종님’인가. 그것도 하나님 앞에서. “성도님”도 마찬가지다. 


•‘소천(召天)’하셨다
‘소천’은 ‘하늘을 부른다’는 뜻이니 문법상의 명백한 오류이고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굳이 ‘소천’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소천(하늘의 부르심)을 받았다”라고 해야 옳다. 


•“명복을 빕니다”
‘명복(冥福)’은 불교 신자가 죽은 후에 저승(冥府)에서 받는 복을 의미한다.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이니 기독교인에게는 저주가 된다. 가족을 위로하는 “주님의 위로를 빕니다”가 적합하다. ‘영결식(永訣式)’, ‘영안실(靈安室)’, ‘영구차(靈柩車)’, ‘영전(靈前)’. ‘고별식(告別式’), ‘추도식(追悼式)’ 같은 장례 용어 중에는 기독교 교리와 정면 배치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부활 신앙을 기초로 고쳐 써야 한다. ‘미망인’도 ‘남편이 죽었기에 마땅히 죽어야 할 몸인데 아직 죽지 못하고 살아 있는 여인’이라는 뜻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 ‘천국환송예배’도 신학적으로 문제를 남긴다. 천국행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사모’
우리는 스승의 부인을 ‘사모님’이라 한다. 교인들이 목사의 아내를 ‘사모님’으로 칭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목사가 자기 아내를 다른 사람 앞에서 ‘사모’라고 하는 건 어색하다. 이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아내가 스승이라는 걸 뜻하는 표현이다. “제 아내가…”가 적합하다. 아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제 남편이…”가 적합하다. 교회에 ‘사모’란 직분이나 직책은 없다. 그냥 ‘목사 부인’이다. 목사의 부인도 교회의 직분을 맡아 누구의 아내라는 호칭을 벗어나면 좋겠다.


•“주일은 쉽니다”
소통을 잘 하려면 ‘나(I)의 언어’ 대신 ‘너(You)의 언어’를 써야 한다. ‘주일’은 교인들만 아는 용어다. 가게를 찾는 비신자들과 소통을 하려면 ‘일요일’이라고 해야 한다. “일요일에는 쉽니다”


•“내가 아시는 분…”
“제가 아는 분…”이 맞다. “사랑하시는 여러분”도 “주님이 사랑하시는 분”이면 맞지만, 주어가 자신이라면 “(제가) 사랑하는 여러분”이 맞다. “사랑하시는 하나님(기도용어)”도 “사랑하는 하나님”이 맞다. 


•‘평신도’, ‘부목사’
‘평신도’는 신도를 성직자보다 낮춰 부르는 말이고, ‘부목사’ 역시 같은 신분의 목사를 담임목사보다 낮춰 부르는 신분 차별 용어다. 성직자와 신도는 역할이 다를 뿐 수직적 관계가 아니다. 부교역자라 해도 ‘목사’ 신분이 ‘副목사’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부교역자’나 ‘동역자’가 맞다. ‘수석 부목사, 수석 장로’ 등의 표현도 ‘선임 부목사, 선임 장로’라고 하는 게 좋다. 

 

•그밖에 바꿔야 할 신앙용어들

▲‘임직예배, 결혼예배, 추도예배, 개업예배’->‘임직예식, 결혼예식, 추도예식, 개업식’ ▲“운이 좋았다”->“하나님께서 도우셨다, 하나님의 은혜다” ▲“교회를 믿는다, 교회를 다닌다”->“그리스도인이다, 예수님을 믿는다” ▲’소경, 장님‘->’시각장애인‘ ▲’문둥병자‘->한센씨병환자, 나병환자’ ▲‘절뚝발이’->‘지체장애인’

▲“도전을 주셨습니다”->“내 마음에 도전이 됐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합니다”->“주님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주기도문을 외우겠습니다”->“주님 가르쳐주신 대로 기도하겠습니다” ▲“사도신경을 외우겠습니다”->“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하겠습니다” ▲“성경 말씀을 봉독해 올리겠습니다”->“성경 말씀을 받들어 읽겠습니다” ▲‘축제(祝祭)->제사가 아니니 '잔치', '대회', '축하행사'로. ▲“교회 창립”->“교회 설립”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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