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 속 자연에 대한 이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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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역사 속 자연에 대한 이해 1
  • 박성철 교수 /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강사
  • 승인 2022.10.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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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한교총 탄소중립 캠페인] (8)
박성철 교수
박성철 교수

오늘날 기후 위기는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착취를 정당화하였던 산업 사회의 논리가 불러온 비극이다. 이처럼 자연에 대한 이해는 기후 위기 시대의 도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를 원하는 그리스도인은 자연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를 반드시 정립해야 한다. 

구약성서는 하나님과 자연 사이의 두 개의 기본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첫째, 하나님께서 자연을 창조하셨다(창 1:1). 둘째, 자연은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있다(느 9:6). 자연에 대한 두 가지 이해의 틀은 기독교 역사 속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기독교 교리가 정립되어 가던 고대 교부 시대에는 플라톤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헬라 철학의 자연 이해와 구분하기 위해 후자에 비해 전자가 강조되었다. 

영혼과 육체(혹은 정신과 물질)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신적인 것(혹은 정신적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연적인 것을 ‘악한 것’ 혹은 ‘하등한 것’으로 여겼던 플라톤주의의 자연 이해는 1세기 로마 제국의 엘리트들에게 넓게 퍼져 있었고 초기 기독교 공동체도 그 부정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초기 이단 중 2세기 중반에 활동하였던 마르키온(Marcion)과 발렌티누스(Valentinius)는 영지주의와 가현설(假現說)을 가르쳤다.

그러므로 기독교 초기 역사에서부터 자연에 대한 이해는 구원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발전하였다. 초기 교부들은 로마서 8장 20~21절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자연도 그 영향력 아래에 머물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였지만, 영지주의처럼 물질 자체를 본래부터 악한 것으로 여기거나 영원한 악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구원론이 정립될수록 자연을 종말론적 회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자연의 회복과 인간의 구원을 상관관계 속에서 이해하였다.

순교자 유스티누스(Iustinus)와 리옹의 이레나이우스(Irenaeus)와 같은 2세기 변증가들은 ‘로고스 이론’과 ‘총괄갱신론’(Anakephalaiosis)을 통해 영지주의의 영육이원론을 비판하며 인간의 총체적 구원을 강조하였다. 영지주의적 이원론에 대한 비판은 안티오키아의 이그나티우스(Ignatius)의 《일곱 개의 서신》, 알렉산드리아의 테르툴리아누스의 《이단들에 대한 규정들에 관하여》와 오리게네스(Origenes)의 《켈수스 논박》에서도 발견된다.

신플라톤주의의 대표자 플로티누스(Plotinus)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오리게네스의 경우, “궁극적 화해”(Apokatastasis)와 “만물의 회복”을 주장하며 자연을 인간과 같이 구원론적이며 종말론적인 회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구원론은 분명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오리게네스와 같이 헬라 철학의 기반 위에서 기독교 교리를 조직화하였던 초기 교부들조차 자연을 구원론적 측면에서 중시하였다는 사실은 자연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를 정립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물론 4세기에 활동하였던 예루살렘의 키릴로스(Cyrillus)는 인간의 타락을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이 아닌 물질세계를 선택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이처럼 자연을 악한 물질세계로 이해하는 방식은 고대 교부들 사이에서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삼위일체 교리를 정립한 카파도키아 교부들 중 카이사레이아의 바실레이오스(Basileios)는 자연으로 물러나 수도하는 이들에게 자연을 관상하는 것이 영혼의 열기를 식혀주고 모든 불성실함과 자만을 몰아낸다고 가르쳤고, 동방신학의 대표자 요한네스 크리소스토무스(Johannes Chrysostomus)는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불순종’에 기초한 죄의 개념을 정립하였다. 이러한 죄의 개념은 고대 교부 시대의 자연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친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의 신학에 기초를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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