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받던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죽음의 현장 ‘카타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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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받던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죽음의 현장 ‘카타콤’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9.2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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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카타콤과 기독교 신앙의 상징(1)

이번 호부터는 초기 기독교회의 신앙과 생활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카타콤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카타콤은 일반적으로 지하 묘지(墓地) 혹은 묘소(墓所)를 의미하지만 기독교도들은 그곳을 묘지라고 여기지 않고 ‘잠자는 곳’(a sleeping place)이라고 불렀다. 죽음을 최종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죽음 이후의 삶을 생각했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잠시 자는 곳’ 정도로 이해한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4세기 이전까지 로마 제국에서 박해 받았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기원 64년 이후 박해가 시작되고 불법의 종교로 간주된 기독교는 종교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257년에는 모든 집회가 법령으로 금지되고 심지어는 장례식에도 같이 모이지 못하게 했다. 이듬해인 258년에는 보다 강력한 처벌을 명시하는 성문화된 칙령이 발표 되었다. 갈레리우스 황제 때였다.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 성직자들은 사형에 처해졌고, 원로원 의원이나 귀족들은 그들의 직위를 박탈당했고, 귀족 출신 부인들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유배되었다. 황실에서 일하던 자들은 황실 직유지의 강제노동 수용소로 보내졌다. 이런 시기였기에 그리스도인들은 도피처를 찾게 되었고, 카타콤은 적절한 피난처였다. 이곳에서 안식을 구하고 모여 예배드리면서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카타콤은 사실상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죽음의 현장이었다. 그러했기에 후에 소개하겠지만 이곳에는 죽음에 대한 그림과 상징이 많이 남아 있다. 대부분의 카타콤은 기독교가 탄압 받았던 첫 3세기 동안에 만들어진 것인데, 이 기독교도들의 지하 묘지가 발견된 것은 16세기 말인 1578년이었다. 카타콤에 대한 과학적 탐사를 시작한 이는 몰타 출신의 고고학자였던 안토니오 보시오(Antonio Bosio, 1575/1576~1629)였다. 그는 1593년 30개 이상의 지하묘지를 발굴했다. 그래서 그는 ‘카타콤의 콜럼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카타콤이 다시 발굴되기 시작한 시기는 19세기 후반부터였다. 이탈리아의 고고학자인 지오바니니 로시(Giovanni Battista de Rossi, 1822~1894)는 1849년부터 잊혀졌던 아피아 가도(Appian way)를 따라 펼쳐져 있는 칼릭스투스 카타콤을 재발굴하였다.

참고로 소개하면, 아피아 가도(Via Appia)란 이탈리아의 로마 공화정 시대에 지어진 도로인데, 로마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도로이자 가장 중심 되는 도로이며, 이 도로는 로마에서 시작되어 브린디시까지 이어진 도로였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경부고속도로라고 할까? 사도바울도 프테올리(우리 말 성경에서는 ‘보디올’로 표기되어 있다. 행 28:13~4)에서 이 도로를 따라 로마로 걸어갔다. 그런데 로마시에서도 중심되는 이 도로 지하에 길게 펼쳐진 카타콤이 있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로시는 여러 가지 과학적 장비를 동원하여 고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카타콤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시작하여 카타콤 연구를 학문의 분야로 발전시켰다. 로시에 대해 좀 더 소개하면, 로시는 1888년에는 아미나티우스 사본(Codex Aminatius)을 발굴했다. 아미나티우스 사본은 기원 700년경에 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라틴어 불가타 역본인데, 양피지에 채색 삽화를 곁들인 사본이었다. 이처럼 고고학자로 명성을 얻은 로시의 카타콤 연구를 지원해 준 교황이 비오 9세(Pius IX, 1846~1878)와 레오 13세(Leo XIII, 1878~1903)였다. 이들 교황의 지원에 의해 발굴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이런 연유로 로마에 산재해 있는 카타콤은 교황청과 이탈리아정부간의 조약인 라테런 조약 33조에 의하여 로마교황청이 관리하도록 위임되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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