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톡 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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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톡 간증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2.09.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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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 산성감리교회 장로·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이복규 장로
이복규 장로

 

7년째 지인들에게 아침톡을 보내고 있다. 핸드폰 화면 하나 분량으로 써서 전송한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전도 목적으로 보냈다. 아주 노골적인 메시지도 많았다. 예수님 만세! 성경 최고! 교회의 매력!

환갑 무렵 심하게 앓다 일어나 그 넘치는 감사를 주체할 수 없어 그랬다. 그러다 제동이 걸렸다. “제발, 기독교 이야기만은 보내지 마세요.” 불신자 지인들의 아우성이었다.

절필할까? 많이 고민했다. 아침톡 보내는 목적이 전도인데, 그 글만은 보내지 말라니, 더 이상 아침톡을 보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이 햇빛을 주실 때, 사람을 가려서 주시던가? 아니지 않은가?’

종교 색깔을 빼고 그냥 내 생활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일상의 자잘한 사연들, 만난 사람 이야기, 겪은 일 이야기 등등을, 토요일과 주일, 공휴일만 빼고 아침 7시면 꼬박꼬박 보낸다.  직접 전도에서 간접 전도 또는 생활전도로 전략을 바꾼 셈이다. 물론 신앙적인 메시지도 이따금 보낸다. 가끔 잊을 만하면 슬쩍 끼워 넣듯이 그렇게 보낸다. 튀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렇게 7년간 아침톡을 보낸 결과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내 아침톡 때문에 교회 나가겠다는 사람은 아직 없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 기독교 얘기라면 손사래 쳤던 이들이 지금은 가만히 있다. 얼마 전에 기독교연합신문에 실은 ‘기절초풍할 일’이란 부활 관련 글을 모든 지인에게 보냈어도 누구 하나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기독교의 부활은 정신적인 부활이지 육체적 부활은 아니지 않느냐?’ 이런 댓글을 보내왔기에,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길게 써서 보내는 즐거움을 누렸다.

‘격리 기간의 은혜’라는 글을 읽은 불교 신자와는 석가모니의 신격화 문제로 대화가 시작되어, “인간이었던 석가가 나중에 신격화되는 데는, 성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는 내 나름의 가설을 초기불교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도 반발하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이 점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이렇게 반응하여 놀라웠다.

내가 즐겨 쓰는 글투를 흉내내어 “아멘”이라고 댓글을 다는 불신자도 있다. 지금은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나중에 나가게 되면 내가 다니는 교회에 함께 나가고 싶다는 이도 있다. 매일 아침 1시간 정도 공들여 보내는 아침톡이 헛수고는 아닌 듯하다.

어떤 지인은 묻는다.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나요?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맞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새날이 밝아오는데 마땅한 글감이 없어 쥐어짜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글이 밀려 있다. 어떤 글부터 먼저 보내야 할지 고민할 정도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교회 덕분이고 하나님 은혜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상경해 다닌 우리 교회는 개척교회였다. 주보에 목사님의 설교 요약문을 만들어 매주 실었다. 일정한 분량으로 줄여야만 그 코너에 실을 수가 있었다. 그 일을 20년 넘게 하였으니, 요약해 글쓰는 훈련을 제대로 받은 셈이다. 그게 몸이 배어서 그런지 어떤 사연이든 핸드폰 화면 하나 분량의 글로 표현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다. 순전히 우리 교회 덕분이다.

또 하나는 하나님 은혜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풍부하게 하셨다. 더욱이 아침톡을 하면서 대충 보거나 들어서는 글을 쓸 수 없으니 매사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나날이 섬세해졌다. 사람이든 유튜브든 책이든 영화든 아주 뚫어져라 본다. 그 결과 남들은 그냥 지나칠 일에서도 감동을 느끼기 일쑤다. 어느 날은 아현초등학교 앞 골목에서 참새 한 마리가 땅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발로 걷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뛰는 것이 아닌가! 그걸 아침톡으로 나누자 신기해들 했다.

아침톡 지인이 자꾸만 늘어 1천명을 넘었다. 은퇴하며 노후가 외로울까 염려했으나 아니다. 지인들과 소통하며, 삶의 신비와 희로애락을 날마다 나누니 즐겁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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