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토론 - ‘과거사 청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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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토론 - ‘과거사 청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승인 200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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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행위를 비롯한 과거사 청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과거사 청산에 있어 교회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한국교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한국 역사를 바로 보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사 청산에 대한 교계의 여론을 들어보았다.

찬성

과거사 청산 반대는 ‘두번의 죄’ 짓는 결과

김성복목사/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총무

과거사 청산문제를 보면서 ‘우리 한국교회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우리가 3.1 만세운동을 비롯해 독립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그로 인해 많은 고통과 희생을 받은 과거가 있기도 하지만, 한국교회도 일제하 친일행위에 대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점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부에서 과거사 문제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 국민 분열만 조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을 위해 국회에서 결의된 반민특위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 이승만대통령을 비롯하여 친일파들이 반민특위 해체 명분으로 삼았던 것이 경제의 어려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또 그 타령이로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최근의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사퇴 파문을 보면서 친일파 헌병과 일본군 장교의 아들딸들은 여야의 대표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고 있고 독립운동을 한 독립투사의 자녀들은 사회의 변두리에서 헉헉거리며 살고 있는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역사를 바로 잡고 과거사를 진상 규명 통해 청산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한다.

지금 우리가 진행하고자 하는 과거사 청산 작업은 피의 숙청을 하자는 것이 아니요 단지 진상 규명만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친일파들이 어느새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바뀌어 행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1절에 인천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민단체들이 고인이 된 이00목사의 훈장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친일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많은 식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 분의 아들은 장로이며 동시에 교육자로 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분이요 그 손자는 00교회 당회장으로 기독교방송 주일 새벽 설교시간에 단골로 등장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교회 안에서도 친일파들의 후손들이 단 한번의 공식적 사죄나 회개의 고백 없이 행세하고 있었던 꼴이 된다.

충주에서 일하시는 어느 선배 목사님이 시민단체들이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정춘수 동상을 끌어내린 일을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3.1 운동을 선언한 33인의 민족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지만 일제 말기에 적극적 친일로 돌아선 경력이 있다. 따라서 그를 더 이상 민족 지도자로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지당한 처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감리교 역사서에는 아직도 정춘수를 민족지도자로 기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훗날 천주교로 개종한 자를 목사와 감독으로 호칭하고 있다.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사를 청산하려면 객관적인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하고 한국교회는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것만이 민족교회로 성장해 온 자랑스런 과거를 되살리는 길이다. 특히 만주의 독립운동에 기여한 감리교회의 손정도목사를 비롯해 상해 임시정부에서 일한 현순목사 등 일생을 변절하지 않고 살아온 이들과, 이용도목사 등 독립운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룬 후 심령부흥운동에 기여한 이들도 복권시킴으로써 ‘온전한 역사’를 써야 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는 국론 분열 행위가 아니다. 친일한 사람들과 후손들은 수치스런 과거가 드러나는 것에 대해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일제하에서 그들의 친일 행위가 있을 때 독립운동한 사람들이 맞고 병들고 굶어 죽었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야 진행되는 역사 규명을 이런저런 이유로 방해한다면 두 번의 죄를 짓는 결과가 될 것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을 향해 나가는 한국교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가 협력해야 할 것이다.

반대

역사적 교훈 위한 ‘화해와 용서’로 마무리

이억주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 친일 청산’으로 한창 부산하다. 우리나라는 일제에게 당한 침략과 식민 역사가 큰 상처로 남아 있다. 그 쓰라린 아픔과 기억들을 해방이 되면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역사의 부담이 되고 있다.

과거 2차 대전 당시, 4년여 동안 나치 독일 치하에 있었던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2차 대전이 끝나고 전시에 반민족 행위를 한 사람들에게 엄격한 심판을 내려, 수만 명을 처형해 역사의 본보기로 삼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36년 동안 일제 치하에 있으면서 친일을 일삼아온 반민족 행위자들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 반민특위(반민족행위자처벌특별위원회)와 같은 활동이 초대 정부 권력자들의 폭력에 의해 지지부진하다가 해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진상 규명을 위한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고달픈 삶을 살면서도 민족의 정통성을 지켜온 조상들의 의기를 흠모한다. 반면에 일제의 간악한 흉계에 항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반민족행위를 한 사람들을 연민과 함께,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선조들의 친일 행위를 밝혀 반민족 행위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교훈 삼자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6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미 대부분의 ‘인적 청산’은 끝난 상황이고 ‘역사적 청산’을 위해 뒤늦게 매달리는 형편이라 제대로 된 청산과 그 효과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데 안타까움이 있다. 또 이것이 과거 지향적 담론으로 흐르거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어 본래의 의미와 목적이 훼손될까 염려된다.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는 ‘과거 청산’에 맞춰 교회 내에서도 일제시대 일부 지도자들의 친일 행위에 대한 ‘고발’과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시 교회 지도자들의 문제점은 ‘신사참배’, ‘동방요배’ 와 같은 교리적 문제와 ‘침략 전쟁 지지’와 같은 윤리적 문제가 있었다. 당연히 잘못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민족 수난의 고통과 당시 지도자들의 고민에 대한 내재적 접근이 동반돼야 한다.

당시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사실들이 제대로 밝혀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정죄’나 ‘비난’을 위한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세우고 가고 오는 세대에 ‘화해’와 ‘용서’를 위한 것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3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전문가들로 구성된 ‘백서발간위원회’를 발족시켜 과거 일부 교회 지도자가 저지른 친일 범죄 행위에 대한 진상을 올바르게 밝히는 것이다. 이것은 범죄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현재 교계 지도자들이 과거 선조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고백하여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는 것이다. 셋째, 일제가 우리 민족과 교회에 가한 박해와 잔악한 죄악상을 밝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당시 출옥 성도 주남선목사가 “일제 치하 모두 고생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신사참배에 참여했던 인사까지 감싸안았던 마음을 품어야 한다.

우리는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의 심판을 믿고, 비뚤어진 역사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고 민족과 나라를 지키는 데 의연해야 된다는 역사의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기독교인들은 현재 개인의 삶에서 매일 자기를 성찰하고 그리스도의 모습이 이 사회에 투영되도록 하여 과거 청산 못지않은 중요한 과제를 지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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