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예수로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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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예수로서의 삶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2.08.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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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요즈음 간헐적으로 하복부가 약간의 통증과 함께 불편했다. 식사 후 바로 허기지기도 하고……. 5년 전 터키에서 맹장 수술 했던 곳에 이상이 있는지도 걱정이 되었다. 매사 가불하는 걱정을 하는 내 성격에 더 참을 수 없어 영상의학과에 가서 복부 CT 검사를 받기로 했다. 가기 전 별 방정맞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나라 가는 건 그리 섭섭하지 않는데 가기 전 병상에서 오래 있을까 봐, 아내와 자식들에게 누를 끼칠 봐 그게 늘 걱정이다.

구름이 잔뜩 끼어 마음까지 어두워진 날, 후배 장로가 소개해 준 의원에 9시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일찍 도착하여 혹시나 하고 들여다보니 벌써 환자들이 서너 명이 있었다. 20여 분 정도 검사를 받는 동안 내 시선은 검사 의사의 표정 읽기에 바빴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기다리며 간절히 기도를 했다. ‘하나님! 당신의 아들, 이 못난 녀석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불쌍히 여기소서.’

원장 의사의 호명 소리를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인자하고 온화한 모습의 의사였다. 그분의 큰 책상 옆 벽에 부착된 주님의 심장으로!’란 글과 함께 예쁜 삽화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 사이 방을 휙 둘러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경 구절 주 앞에 영원히 있게 하옵소서도 보였다. 순간 은혜가 충만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적이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영상 자료를 한참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갸웃하신다. 순간 걱정이 앞서며 숨이 멎는 듯했다. 얼마 후 그 분이 엷은 미소를 띠며 하는 첫 마디 말씀이다.

이렇게 깨끗한데 오시면 내가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가 자동적으로 급하게 나왔다.

어디 이상한 데가 있어야 보험 처리를 할 수 있는데…….”

?”

그 말의 뜻을 내가 헤아리지 못했다. 별 이상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이상한 데가 있어서 왔을 테니 초음파 검사와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하셨다. 세 가지 검사 결과를 놓고 자세하게, 정말 쉽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CT 검사에서 정상보다 훨씬 크게 늘어난 요관이 초음파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난 결과를 보시고는 말을 이어가셨다.

하루에도 감정의 기복이 심하신가요?”

옆에서 아내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응대했다.

~ . 그래요. 제가 눈치 보느라고 힘들어요.”

원장 선생님이 허허 웃으시며

더러는 마음가짐이 병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내 성격까지 그렇게 잘 알아맞히는지?’

날보고 건강 염려증 환자라고 늘 놀리는 제자 의사의 말이 떠올려졌다. 원래 기록을 좋아하는 나인지라 원장의 말씀을 놓칠세라 부지런히 메모를 했더니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듣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하며 계속 노후의 건강관리에 대한 특강으로 이어 나갔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을 환자에게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원장실을 나와 간호사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원장님, 크리스천이세요?”

네 천안 c 교회 장로님이세요.”

빙긋이 웃으며 크게 대답한다.

그러면 그렇지.’ 검사 담당 의사, 간호사, 접수처 직원, 모두가 친절하고 자상했다.

병원 문을 나서니 날씨도 내 마음처럼 활짝 개어 있었다. 내 몸에 별 이상이 없다니 좋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크리스천 의사를 만나서 아주 흐뭇했다. 신앙의 내면화와 외향화의 교직(交織)이 매우 아름답게 이루어진 분. ‘작은 예수’. 이런 분이 도처에 필요하다. 각자가 삶에서 하나님 말씀을 실천하는 일 그게 우리에겐 가장 중요하리라.

그분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할까 생각하다 내가 쓴 책 두어 권을 드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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