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마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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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도 아니다”
  • 강석찬 목사
  • 승인 2022.08.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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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 / 예따람공동체
강석찬 목사
강석찬 목사

지난 8월 8일 밤, 서울이 기상관측을 시작한 후 115년 만에 처음이라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덮쳤고, 초등학교 6학년 딸과 40대 엄마, 장애를 앓던 엄마의 언니가 목숨을 잃었다. 입원한 엄마이자 할머니와 나눈 마지막 문자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였다.

“엄마, 물살에 현관문이 닫혔는데, 수압 때문에 안 열려.”

“할미, 병원에서 산책이라두 하시면서 건강 챙기시구요. 기도도 많이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계셔요.”

“오냐, 내 강아지, 고맙다.”

졸지에 혼자가 된 72세 어머니는 “내 형편에 남한테 크게 베풀고 살진 못했어도, 폐 끼치고 살진 않았다. 우리 가족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 “내가 병원 입원만 안 하였어도 얘는 출근해 살았을 텐데, 난 엄마도 아니다”라 했다. “난 엄마도 아니다.” 이 한마디는 비명(悲鳴)이다. 천재지변이 자신의 탓일 리 없다. 불가항력의 사고가 자신의 잘못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무거운 짐을 지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전 세계가 기상이변이라고 부르는 이상기후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유럽의 엘베강에는 1616년에 “내가 보이면 울어라”라는 문구를 써넣은 “슬픔의 돌”(hunger stone)이 오랜 가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뭄이 흉작, 식량 부족, 물가 상승, 굶주림 등을 가져왔다는 내용이다. 스페인의 스톤 헨지라고 불리는 “과달페달의 고인돌”도 1916년 이후 네 번째 모습을 드러냈다.

다뉴브강에는 2차대전 중 침몰한 독일 군함과 폭탄이 수면 위로 나타났다. 남극대륙의 황제펭귄은 2016년부터 3년간 새끼들이 살아남지 못했다. 번식주기인 4~12월에 안정적인 얼음이 필요한데, 해수 온도 상승의 엘리뇨 발생으로 서식지 얼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남극의 빙상 질량 손실 속도가 1992년~2001년에 비해 3배로 빨라졌다고 한다. 2050년이 이르기 전에 ‘얼음 없는 북극’이 현실화가 될 것이라 한다. 1979년에 북극 얼음 면적이 645만km²이었는데, 2021년에는 413만km²로 한반도 면적의 10배 이상이 줄어들었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해빙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반사하여 온난화를 늦추는데, 방어막이 무너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²) 보유량보다 2배의 탄소와 메탄을 묶어두는데, 이것이 온난화로 대기 중에 방출된다면 기후 위기 가속화의 시한폭탄이 된다.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자연재해라고 부르는 폭염, 폭설, 가뭄, 초대형 태풍, 해일, 지진, 폭우, 홍수, 산사태, 혹한 등등은 한계점에 다다른 녹색별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들어야 한다. 여기에서 온난화의 속도를 멈추게 하지 못하면, 인류는 스스로 종말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990년 3월에 장로교 연합 기구인 세계개혁교회 연맹(WARC)에서 제안하여, 가톨릭도 참여한 JPIC(Justice, Peace, Integrity of Creation, 정의, 평화, 청조질서의 보전) 서울세계대회가 열렸었다. 세계교회가 창조질서 보전 문제를 에큐메니컬 운동의 주제인 정의와 평화 문제에 통합시킨 의미 있는 대회였다. 당시 카스트로 총무는 “정의 문제 해결이 없다면 환경 문제 역시 해결이 불가능하며, 정의와 환경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평화 또한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이제 교회가 나서서 앞장설 때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녹색별 자멸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교회가 나서야 한다. 내일이면 늦는다. “난 엄마도 아니다” 절규에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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