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영우’로 본 전통사찰 문화재관람료 논란, 실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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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영우’로 본 전통사찰 문화재관람료 논란, 실제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8.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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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천은사 사례로 이야기 전개
국립공원 내 사찰 23곳 문화재관람료 강제징수 여전
불교계 고려해 결론 미화 … 수백억 정부 예산 특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의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다루었다. 사진 드라마 캡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의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다루었다. 사진 드라마 캡쳐.

보기 드물게 시청률 고공 행진을 기록하며 방영되고 있는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오랫동안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의 ‘문화재관람료’ 강제징수 문제를 다뤄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가 타당한지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두 차례 방영된 드라마 우영우 13화, 14화에서는 지리산 천은사가 도로를 막고 사찰을 가지 않는 시민에게까지 통행료를 징수한 사례를 에피소드로 담아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천은사는 지리산 노고단과 남원 방향으로 지나가는 차량을 비롯해 사찰을 방문하지 않는 등산객에도 문화재관람료를 받아냈다. 매표소를 사찰 부근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완강히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도 길을 막아서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통행료를 받는 ‘산적’으로까지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소송에서 이겨도 강제징수는 여전했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박은빈 분)는 제주도 황지사를 방문하지 않는데도 일반인에게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어 억울하다는 의뢰인의 사건을 수임한다. 우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한바다팀이 제주도를 방문해 부당이득금 3000원 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는 내용이 극의 주요 골자다.

드라마에서 원고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승소했고 사찰은 패소했다. 2003년과 2013년 우리나라 대법원은 “문화재 관람 의사가 없는 시민에게까지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할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 소송에서 패소한 천은사는 당시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드라마에서처럼 매표소를 곧바로 철거했을까. 아니다. 재판 결과가 소송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미치면서, 사찰은 계속해서 통행세처럼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했다. 

불교계는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두고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극에서 황지사 주지는 “지방도 3008호선 건설은 사찰 의사와 무관하게 강행됐고 정부는 사찰로 하여금 문화재관람료를 받도록 했다. 문화재관람료는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방문객 수를 통제해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한 것으로 법에 기반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9년 대한불교 조계종은 수십년 간 논란이 되었던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해 처음으로 종단 입장을 밝히며 비슷한 주장을 전개했다.

조계종은 “문화재보호법에서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합법적으로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거 국가가 사찰의 재산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으로 편입시켰다. 국립공원입장료 징수를 위해 문화재관람료를 합동 징수하면서 문화재관람료를 사회적 논란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2007년 정부가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하면서 사찰측과 협의하지 않으면서 비판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사찰 소유의 땅이 국립공원에 강제 편입되면서 재산권 행사가 제약된 것은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국가에 물어야 할 책임을 일반 시민들에게 강제징수하는 방식으로 메우려고 한 방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불교계는 전통사찰을 보존한다는 이유로 한해에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가 이와 관련해 ‘이중징수’를 지적하고 있다. 문화재관람료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표소가 교통을 방해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 문제도 짚어냈다. 

조계종이 3년 전 공개한 자료를 보면 문화재관람료 비용 중 일부는 문화재 보호와 관련 없는 용도로 사용되는 있었다. ‘종단운영’ 12%, ‘승려양성’ 5%가 투입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과 다른 종교인들이 납득하기란 정말 어려운 현실이다.  우영우 변호사는 도로가 ‘공물’에 해당한다는 법률 근거를 들며, “공물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재를 관람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전개해 승소했다. 

한편, 천은사가 매표소를 해체하는 과정을 차용한 드라마 ‘우영우’의 결말은 아쉬운 부분이다. 
재판 이후 황지사를 찾은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분)는 주지에게 “정부가 황지사 사정을 모른 체 법률로 규제만 하고 있다. 사찰이 법원 뜻에 따라 주요 수입원 문화재관람료를 포기했으니 정부가 나서 황지사의 자력 운영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며 법률지원 의사를 밝힌다. 

드라마에서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처럼 제시됐지만, 실제로는 천은사와 화엄사는 정부와 지자체의 많은 혜택을 받았던 협약 사례를 결론으로 끌어가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천은사와 화엄사는 환경부, 문화재청, 전라남도, 구례군, 국립공원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입장료 폐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폐지 조건으로 탐방로 정비, 사찰 운영기반 조성, 천은사 구간 지방도로부지 매입, 문화재 보수와 관광지원화 지원, 심지어 매표소 철거까지 대거 혜택을 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사찰측이 양보한 것은 입장료 폐지와 해당 지방로 부지 매각 조건뿐이었다. 

당시 협약은 예민한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잘 해결한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엄밀히 보면 법원 판결에 불복하며 법을 어겼던 사찰을 위해 과도한 혜택을 주며 국민 혈세가 낭비하는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국립공원 내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아직도 전국에 23곳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강원도 속초 신흥사의 경우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을 올라가더라도 지금도 문화재관람료를 납부해야 한다. 문화재관람료 폐지를 조건으로 다시 과도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드라마 제작사는 지난 5월 제주도 관음사에서 촬영을 위해 협조공문을 보냈다. 난색을 표하는 종단과 사찰에 불교계 입장을 충분히 다루겠다고 약속하며 촬영은 성사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극 막바지에는 사찰측 입장을 적극 반영한 내용이 짜깁기 형식으로 들어가는 등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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