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타누스파의 거짓 예언 이후 ‘사적 예언’의 위험성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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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타누스파의 거짓 예언 이후 ‘사적 예언’의 위험성 인지
  • 이상규 교수(백석대 석좌교수)
  • 승인 2022.08.17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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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110)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21)

예언활동이 1세기 말까지 이어졌던 이유는 사도들에게도 그런 활동이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에 사도 이후의 시기에도 예언활동이 있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베드로는 환상을 본 바 있고(행 10:9~20, 11:1~12), 바울도 고린도 교인들 가운데서(고전12~14), 그리고 데살로니가교인 가운데서(데전 5:19~22) 예언 활동을 인정했다. 그래서 1세기 말과 2세기 초엽에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디다케(Didache)는 예언활동을 포함하는 목회(prophetic ministry)를 정당화하는 여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예컨대, 디다케 11장 8절에서 “영으로 말하는 모든 이가 다 선지자는 아닙니다”라고 말하는데 영으로 예언하는 이들이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안디옥의 이그나티우스는 제2세기 첫 20년을 시작하는 시기에 빌라델비아교회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도 “큰 소리로, 곧 하나님의 소리로 외쳤다”고 하여 예언했던 경험을 말한 바 있다.

이그나티우스의 서신보다 약간 후기 로마에서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헤르마스의 ‘목자’(The Shepherd of Hermas)에는 많은 환상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서는 참된 예언과 거짓된 예언을 구분하는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사도들의 기록(apostolic writings)과 동일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레나이우스는 이 책을 ‘그 책’(hē graphē) 혹은 ‘성경’(scriptura)이라고 불렀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이 점을 그의 ‘잡록’(Stromata)에서 거듭 인용하였고, 페페투아(Perpetua)의 환상도 헤르마스의 목자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부들의 문헌에는 이외에도 2세기까지 교회 공동체에서 예언활동이 있어왔음을 증거하고 있다. 크로네(T. M. Crone)는 두 가지 예언 전통이 있어왔다고 말했는데, 그 첫째는 유대교적 배경의 아포칼립피시즘(apocalypticism)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헬라화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초기 기독교에서 예언활동이 반드시 부정적으로 정죄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언은 일반적으로 용인되었고,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증거, 곧 ‘계속적 계시’(continuing revelation)로 받아드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몬타누스파의 거짓 계시 이단운동은 교회에서의 사적 예언활동의 문제점을 깨닫게 해 주었다. 즉 교회가 이런 예언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이의 문제점을 깨닫게 된 것은 몬타누스파의 거짓 예언을 겪고 난 이후였다. 계시의 연속으로서의 예언은 하나님의 궁극적 로고스로서(as the ultimate logos of God, 요 1:1~4, 14, 히 1:1~4)서의 그리스도를 반역하는 것이고, 그것은 사도적 신앙으로부터 이탈이며, 종결된 정경(closed canon)인 성경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몬타니스주의의 거짓 예언은 초기 기독교에서 사적 예언이 갖는 위험성을 깨닫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기록된 66권의 성경 외에도 사적인 계시(private revelation)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의 피터 와그너 같은 이들이다. 와그너의 동료들 중 만스필드는, “하나님께서는 개인적인 예언자들만이 아니라, 예언하는 사람들을 일으키고 계신다.”고 까지 말한다. 이런 입장은 개혁신학 전통에서 가르친 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서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자신의 뜻을 계시해 주시던 과거의 방식들은 이제 중단되었다”고 하면서 “이 성경에다 성령의 새로운 계시에 의해서든 아니면 인간들의 전통에 의해서이든 아무 것도 어느 때를 막론하고 더 첨가할 수가 없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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