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들, 꽃피우는 ‘마당’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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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들, 꽃피우는 ‘마당’ 되길”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8.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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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26 거리의 청소년 자립 돕는 ‘들꽃청소년세상’

척박한 황무지에도 가파른 절벽에서도 피어나는 들꽃은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영양분이 부족한 땅이나 바위틈처럼 완벽한 땅은 아닐지라도 쉴만한 빈틈을 찾아 흩날리는 바람에 씨앗을 떨구고 뿌리를 내린다. 거리의 떠도는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과 상관없이 정착해 뿌리를 내리고 고개를 내미는 들꽃을 닮았다. 

들꽃청소년세상(이사장:김현수) 조순실 사무국장은 길거리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길가에 핀 들꽃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그의 손길을 통해 들꽃처럼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어린 청소년들이 피어났다. 지난달 28일 관악구 들꽃청소년세상 사무국에서 조순실 사무국장을 만나 길거리 청소년들의 정착과 자립을 도와온 들꽃청소년세상의 30년사를 들어봤다.

지난달 28일 조순실 사무국장을 만나 길거리 청소년들을 품고, 그들의 정착과 성장을 도왔던 들꽃청소년세상의 30년사를 들었다.(왼쪽부터 김현수 목사, 조순실 사무국장)
지난달 28일 조순실 사무국장을 만나 길거리 청소년들을 품고, 그들의 정착과 성장을 도왔던 들꽃청소년세상의 30년사를 들었다.(왼쪽부터 김현수 목사, 조순실 사무국장)

거리의 향기로 피어난 ‘아이들’

노동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던 1980년대, 그는 당시 NCCK 인권위원회를 조직했던 남편 김현수 목사와 함께 안산에 노동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암울한 시대적 현실 속에 안산 지역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했고 각종 노무 문제를 다루는 상담소를 함께 운영하며 교회를 지켰다. 여느 때처럼 우리 부부는 새벽기도를 드리러 교회에 들어섰는데,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그 순간 아이들 여덟 명이 한 덩어리로 뭉쳐 곯아떨어진 모습을 발견했다. 온 교회를 악취로 장악한 장본인들은 겨우 열 두세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열린 틈을 비집고 흩어진 민들레 홀씨처럼 아이들이 터를 잡았다. 당시엔 그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한적한 교회 한 구석에 몰래 들어와 단잠에 빠진 청소년들과의 만남이 이들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될 줄은. 

처음에는 밥을 해주며 아이들에게 집에 갈 것을 권유했고, 몇 번을 다시 돌려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사이로 다시 교회 예배당에 모여 잠을 자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당시 교회 강대상을 어지럽히고 주변 경관을 해치는 아이들로 인해 교회 문을 잠그기도 했지만, 그런 날에는 외딴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조 국장은 “당시에는 노동문제와 관련된 특수목회만을 해왔고, 청소년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었다. 그렇기에 처음엔 원론적인 이야기만을 하고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그럼에도 같은 상황이 자꾸 되풀이되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고, 이들의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대부분의 어린 청소년들이 빈곤·방임·폭력 등의 학대를 당하거나 가정해체, 부모 사망 등으로 인해 가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 알게 됐다.
 
‘그룹홈’으로 가정의 안정감 제공

집에 가고 싶어도 돌아갈 가정이 없어 말 그대로 길거리에 ‘방치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그에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물건을 훔치거나 빈집을 털어온 일들, 돈이 없을 때는 끼니를 거르며 ‘닥치는 대로’ 살아온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갈 곳이 없어 교회 주변을 맴돌며 쓰레기를 버리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아이들로 인해 지역주민들에게도 나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들을 차라리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고, 교회와 2층에 있는 사택에서 재우기 시작했습니다. 일반학교에 적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이들을 데리고 홈스쿨을 처음 시작했는데 점점 아이들이 불어나 대안학교까지 운영하게 된 거죠.”

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1994년, 본격적인 ‘그룹홈’(들꽃피는마을)이 시작됐다. 길거리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무리가 형성돼 있다 보니 입소문이 나면서 그 수도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한데 뭉쳐 살다보니, 기 싸움이 일어나고 위계질서가 형성되는 모습을 발견했다. 

“청소년 아이들을 거두다 보니 성인 한 명과 청소년 다수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일수록 가정다운 환경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같이 협력할 사람을 찾게 됐고, 당시 한신대 대학원 후배들이 함께 사역을 동참하면서 성인 1명당 청소년 2~3명씩 그룹을 나누어 가정을 꾸리게 됐습니다.” 월세방 한 칸으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방을 두 칸, 세 칸씩 넓혀가며, 제법 가정다운 가정이 만들어졌다. 

지역사회의 ‘열린’ 교육공간으로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재정의 필요가 커지면서 김현수 목사는 뉴스레터를 작성해 지인들에게 후원요청을 했다. 감사하게도 들꽃의 취지에 공감한 일반 기업체와 교회, 목회자들을 통해 후원금이 모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2003년 ‘들꽃청소년세상’ 법인을 설립하고, 2004년 대안학교 ‘들꽃피는학교’의 이름으로 번듯한 건물을 건축해 지역사회의 열린 교육공간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는 “그룹홈이 안정화되면서 청소년들은 일반 학교에서도 적응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그렇다 보니 7~8년 전부터는 시스템을 전환해 그룹홈 청소년들은 일반 학교에 보내고, 대안학교는 청소년들의 자립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바리스타과정을 포함한 다양한 진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오픈해 지역 내 청소년들의 쉼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역의 반경이 넓어지자 본격적으로 길거리 청소년을 적극 찾아가는 사역을 벌였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버스를 타고 거리의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EXIT’를 개소해 운영한 것.

조 사무국장은 “그룹홈으로 담을 수 있는 청소년은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웃리치를 시작했다. 청소년 활동가와 함께 부천과 신림역, 안산과 수원 등을 찾아가 일주일에 2번 이상 밤을 새우며, 청소년들을 찾아 만나는 활동을 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그들의 실제적인 필요를 찾아 도울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밝혔다.

‘들꽃’의 방치된 청소년을 살리기 위한 사역은 전국으로 확장됐다. 현재는 서울지부와 경기지부, 전북지부에 청소년·청년을 위한 그룹홈과 자립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에 9개소의 그룹홈이 운영되고 있으며, 5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탄자니아, 네팔, 몽골 등 해외에서도 지부가 설립돼 9개의 그룹홈이 운영되는 등 생명을 살리는 사역이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교회가 ‘사각지대 아이들’ 품길

‘들꽃’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공적 자립을 이룬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그는 “한번은 사회복지사가 되고픈 학생이 있었는데 자기가 사랑받지 못했던 경험을 안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친구였다. 하지만 그는 그룹홈을 통해 너무 풍성한 사랑을 받았음을 고백했고, 4년제 대학교를 나와 현재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무국장은 “들꽃이 추구하는 목표는 청소년들의 홀로서기와 자립을 이루는 것”이라며, “사회복지가 발달하면서 사회의 소외계층을 향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교회가 이들이 교회로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웃 사랑의 다양한 실천 방법에 대해 고민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북지부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진로자치기구’ 활동으로 학생들이 진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북지부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진로자치기구’ 활동으로 학생들이 진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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