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에 필요한 것은 문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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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에 필요한 것은 문화일까?
  •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 승인 2022.08.17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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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청년들의 여름 수련회들이 한창입니다. 저도 방학을 맞이해서 수련회 설교 사역들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방문하는 교회들 중에서 유독 다음 세대 사역에 집중하는 교회들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집중은 보통 ‘문화’와 ‘시설’에 대한 투자로 이어집니다. 고가의 악기를 구입하고, 대형 LED를 설치하고, 체육, 게임 시설을 구비하기도 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마음의 결정입니다. 사실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의 결과는 단기간에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헌금을 하지 않으며, 이들이 대학 진학을 하게 되면 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어 교회 출석을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때문에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는 어디까지나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가치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풍성한 투자 속에서 자라나는 학생/청소년들은 아주 즐거운 모습으로 교회 생활을 합니다. 악기를 연주하고, 화려한 음악 아래 뛰며 예배하고, 함께 체육활동을 즐깁니다. 그 즐거운 모습은 교회 내 다른 세대들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데 그런 활발한 교회 생활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많은 교회에서 학생 한명, 한명을 붙잡고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하나님이 누구인지,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복음이 무엇인지, 구원이 왜 감사한지’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답을 못하는 친구들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친구들도 답은 비슷했습니다. 이들의 신앙생활은 즐거움으로 가득했지만, 그 원동력에는 복음이 아닌 문화의 자극성만 있었습니다.

제가 다음 세대 사역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왜?’가 결여되었습니다. “기뻐야 해, 뛰어야 해, 모여야 해”는 좋지만, 정작 그것의 원동력인 복음이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구원의 기쁨으로 우리는 뛰는 것이고, 그 기쁨을 못 이겨 계명을 실천하고자 모이는 것인데, 자극적인 문화를 활용해 이 모양만 내려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래서 두 시간 동안 기뻐 뛰며 찬양을 부르지만, 정작 그 찬양의 가사와 복음에 대한 이해는 제로에 가까운 경우를 정말 많이 보았습니다.

이미 다음 세대 사역 안에 문화와 즐거움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제가 어린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차피 뭘 해도 즐거울 시기입니다. 모이게 하고, 악기 가져다 놓고, 체육 활동하게 해주고, 무대에 세워주면 아이들은 원래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20~30대 시절에 급격한 교회 탈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할 부분은 바로 ‘복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 친구들은 복음을 즐거워하는가? 구원의 내용을 알고 있나? 이 지식이 너무 어렵게 공급되고 있진 않는가? 이 지식을 받아들이기에 어려운 심리적, 논리적 장벽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효과적인 대답은 무엇인가? 너무 뻔하게 들리지 않게 이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다음 세대 사역에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복음만으론 안돼, 애들은 그런 거 시시해 해’라는 목소리 앞에 교회의 본질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 별 거 아닌 시시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목숨을 바쳤고, 교회가 탄생했습니다. 이 진리는 세대를 불문하고 힘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 또한 사역 현장에서 그 힘을 발견하고 있고요.

문화는 나름의 힘이 있고, 활용하기 좋은 도구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문화의 한계점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회의 본질이 될 순 없으며, 본질이 없는 상태에서 풍성해지는 문화는 자칫 복음을 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며, ‘다음 세대 사역 = 문화 사역’이라는 공식을 우리가 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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