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공부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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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공부의 보람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2.08.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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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 산성감리교회 장로·서경대학교 명예교수

환갑 무렵에 야간신학교를 다녔다. 목사가 되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청년시절부터 교회학교 교사로 섬겨, 주로 교육부서의 임원을 맡아 일하면서 필요를 느껴서 그랬다. 여러 가지 책을 참고해 가르치면서도, 과연 내가 가르치는 게 맞는지 영 미심쩍었다. 

‘제대로 공부해서 사역을 감당해야지….’ 

직장 은퇴를 5년쯤 앞두고, 한결 마음의 여유도 있어,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낮에 직장을 다니면서 밤 시간에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봉천동에 있는 밥죤스신학교였다.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 소개로 입학해 보니, 다른 신학교와 달랐다. 집중성경학교 같은 곳이었다. 다른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도 있었지만, 졸업할 때까지, 구약과 신약 전체를 한 번씩 훑도록 커리큘럼이 짜여 있었다. 딱 1장으로 되어 있는 유다서를 가지고, 한 학기 내내 강의하기도 하니 알 만하리라. 

미국의 중상위권 밥죤스대학교 출신이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와서 세운 50년 전통의 학교라서, 반쯤은 영어강의였다. 통역하는 우리나라 목사님의 실력이 탁월해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었다. 

원래는 4년을 다녀야 했으나, 겨울학기를 운영해, 3년 만에 졸업하였다. 조식신학, 성경지리, 헬라어, 교회사 등등을 비롯하여, 성경 66권을 한차례 훑는 공부를 마치니, 비로소 눈이 열렸다. 내가 가르치는 내용이 전체 신학에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그 한계가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우리 교회에서 평신도대학을 맡겨서 인도하였다. 평신도이지만 신학공부를 했으니 맡겼고, 나도 겁내지 않고 감당할 수 있었다. 성경, 사도신경, 주기도, 구원,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 창조, 인간, 부부, 이단, 헌금, 기도, 찬송, 전도, 성령, 교파, 죽음, 예배, 성례, 종말 등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신학공부를 한 보람을 톡톡히 느꼈다.

평신도대학만이 아니다. 매주 주보에 성경공부 원고를 게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성경 난하주의 내용을 음미하였다. 하나만 그 예를 들어본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2:7)에서, ‘생령’에 난하주가 달려 있다. ‘히 생물’이라는 난하주다, 히브리어 원문으로는 ‘생물’이라는 것! 원어로는, ‘생령(living soul)’이 아니라 ‘생물(생명체)’이라니, 새삼스럽게 그 의미가 무엇일지 곱씹어 보았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생물(생명체)로서, 다른 생명체와도 상통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게 히브리어 원문의 깨우침이 아닐까? 

이런 식으로, <창세기>에서부터 <요한계시록>까지의 난하주 가운데, 특별히 차이가 나는 구절들만 살폈는데 참 은혜로웠다. 신학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칠 뻔한 내용들이었다. 요즘에는 성경의 난해어구들만 모아 살피고 있다. 이것도 유익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창1:26)에서, 왜 ‘우리’라는 표현을 하셨을까? 이때는 아직 삼위일체 교리가 형성되기도 전인데 왜 그랬을까? 구약학자인 차준희 교수의 책에서 해명해 준다. 고대 근동에서 이 표현은 “심사숙고하였다”, “대화하였다”는 뜻이란다. 인간 창조를 얼마나 공들여서 하셨는지 보여주는 표현이라니, 감사하기 짝이 없다. 

요즘 신학교 입학생이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한다. 특히 신대원은 더 심각하다고 한다. 타개할 방법이 하나 있다. 평신도들을 받아들여 교육시키면 어떨까? 은퇴를 앞둔, 비교적 여유가 있는 평신도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 입학하게 하면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각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평신도들에게 신학공부를 시키면, 자신감을 가지고, 목회자를 도와 여러 사역을 감당하지 않겠는가? 내가 그렇게 공부해, 직장 은퇴 후에도 여전히 교회에서 신나게 섬기고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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