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낙태금지법’ 추진 적극…한국은 여전히 입법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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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낙태금지법’ 추진 적극…한국은 여전히 입법 공백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8.09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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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낙태합법화 판례 폐기 후 주마다 논의 진행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3년째 공백과 대조적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국회 정부 입법 나서야”

미국 연방대법원이 50년 만에 낙태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처음으로 낙태금지법이 제정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낙태금지법 제정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3년째 낙태죄 관련 입법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인디애나주 하원과 상원 의회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대부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으며, 에릭 홀콤 주지사는 곧바로 법안에 서명했다.

인디애나주는 수정 후 최대 20주까지 낙태를 허용했지만, 내달 15일 낙태금지법이 시행되면 대부분 낙태는 불법이다. 

예외적으로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산모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태아가 치명적인 기형인 경우는 낙태를 인정 받는다.

또 낙태 시술은 병원이나 병원 소유 외래진료센터에만 받을 수 있고, 불법 시술을 하거나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의료면허는 취소된다. 

켄터키주에서도 항소법원이 낙태금지법 시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1심 판결을 뒤집고 낙태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결정하기도 했다. 켄터키주 법무부장관은 지난 1일 1심 판결 직후 “하루라도 빨리 낙태를 막아야 한다”며 긴급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항소심 법원은 사흘 만에 신속하게 판결을 내렸다. 

반면 같은 보수 성향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미국 캔자스주에서는 낙태권 보호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주 헌법 개정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져 결국 부결됐다. 개헌안 찬성이 42.2%로 반대 58.8%보다 강했다. 2019년 만들어진 캔자스주 헌법 규정에 따르면 임신 22주까지 낙태를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른 주에서도 낙태법 관련 주민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4일 “24주 이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며 미 전역에서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던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판례 변경에 따라 미국 전체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은 낙태금지 또는 제한 법률이 제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낙태권을 보장하겠다며 행정명령을 두 차례 내린 바 있다. 지난 3일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를 위해 다른 주로 이동하는 환자를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공화당은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도 법적 공방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태권 보장을 이슈로 삼아 세력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내에서 낙태법과 관련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입법 공백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지난해 1월 낙태죄 처벌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대해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공동대표단은 지난달 2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와 국회가 태아들의 생명보호를 위해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대표단은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와 관련해 판례를 변경한 것은 태아가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생명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낙태죄를 처벌할 근거가 사라지고 무고한 태아들이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생명을 잃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8월 14일부터 3주간 국회의사당과 여의도공원 주변을 순회하며 낙태법 개정을 촉구하는 ‘생명트럭’을 운영할 계획이며, 신촌과 용산, 잠실, 송파 일대에서는 피켓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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