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한국에 새긴 31발자국… “여성 사역자 모델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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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한국에 새긴 31발자국… “여성 사역자 모델 됐으면”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8.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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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한국 대표 퇴임하는 이대행 선교사

91년 간사로 시작해 대표까지, 31년간 선교한국 ‘외길’
“선교 새로운 인물 세워야”… 지친 선교사 돕는 사역으로

박용택, 스테판 커리, 카를레스 푸욜…. 국적도 다르고 종목도 다른 세 명의 스포츠 선수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바로 데뷔 이후 한 번도 소속팀을 떠나지 않은 ‘원클럽맨’이라는 점. 뛰어난 실력과 팀에 대한 충성도, 팬들의 사랑까지 삼박자가 맞지 않으면 달성이 쉽지 않은 위업이다. 

선교한국 상임대표 이대행 선교사는 ‘원클럽맨’이다. 1991년 선교한국 간사로 커리어를 시작해 31년째 자리를 지켰다. 1988년 출범한 선교한국 역사의 산 증인이다. 한국 선교가 활짝 꽃피우던 90년대부터 선교사 파송 2위에 빛나던 황금기, 이후 패러다임의 전환과 코로나로 인한 격동의 시간까지 두 눈에 똑똑히 담았다. 

그랬던 이대행 선교사가 정든 선교한국을 떠난다. 오는 8월을 끝으로 12년의 대표 임기를 마무리하고 가지 않은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문장을 과거형으로 고쳐야 한다. 선교한국 ‘원클럽맨’이었던 이대행 선교사를 지난 20일 선교한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31년간 한길을 걸어온 이대행 선교사가 오는 8월을 끝으로 선교한국을 떠난다. 그는 남겨질 선교한국에 연합의 가치를 소중히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31년간 한길을 걸어온 이대행 선교사가 오는 8월을 끝으로 선교한국을 떠난다. 그는 남겨질 선교한국에 연합의 가치를 소중히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선교한국과 ‘이대행’
‘시원섭섭’ 이보다 이대행 선교사의 심정을 적절하게 표현할 단어가 있을까. 31년이라는 숫자가 설명하듯 선교한국은 그에게 몸담은 기관 그 이상의 의미였다. 청춘을 바친 고향 같은 곳인데 어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랴. 하지만 한편으론 평생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는 홀가분함도 있다고 했다. 

“선교한국에서 그야말로 선교와 인생을 배웠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에 토대가 될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선교한국에 대한 애정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홀가분하기도 합니다. 새롭게 대표로 오실 분이 ‘어떻게 선교한국을 이끌지 잠이 안 온다’고 하시기에 ‘저는 요즘 잠을 너무 잘 잔다’고 했어요.”

그만큼 선교한국을 생각하는 이대행 선교사의 마음은 무거웠다. 33년 선교한국의 역사에서 이 선교사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페이지는 단 2쪽뿐이다. 사실 선교한국 역사 그 자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선교사가 임기를 마무리하며 발간한 선교한국 역사를 담은 책 ‘8818+3 MISSION KOREA’를 펼치면 곳곳에서 그의 사진과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30주년을 기념하며 선교한국 미래 보고서를 정리하고 선교한국의 성과와 영향력을 평가했습니다. 이번엔 33년 선교한국 대회의 역사를 기록과 사진으로 모두 정리해 책으로 펴냈어요. 31년을 여기 있다보니 역사를 정리하면서도 제 이름이 계속 등장하더군요. 선교한국에 족적을 남기고 가는 것은 큰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진행된 ‘선교한국 2021 랠리’는 특히 기억에 선명하다. 대형집회가 불가능했던 코로나 시기. 선교한국은 패러다임을 통째로 뒤바꾸는 도전을 감행했다. 지난 30년간 고수했던 4박 5일 일정의 대회 방식을 버리고 1년 내내 온오프라인과 전국 곳곳에서 선교 운동이 이어지도록 했다. 신선한 변화였다. 

“랠리는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찬성과 반대,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새로운 파도를 타는 시도였다고 평가하고 싶어요. 승부를 건 거죠. 우리도 낯설었고 성공을 보장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라는 혼란 속에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선교한국 대회 형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새겼다는 점은 큰 수확이에요.”

 

물은 흘러야 한다
이대행 선교사의 31년 사역을 선교한국이란 단체 안에만 가둬두기엔 그릇이 너무 좁다. 선교한국에 31년을 몸담았다는 것은 곧 한국 선교 역사 30년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그가 바라본 한국 선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쉬운 점을 묻자 이 선교사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가장 아쉬운 점은 인물의 확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에요. 저만해도 30년 경력이 넘고 대부분 리더십들도 연령대가 높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30년 전에 했던 것을 반복하고 있어요. 이런 리더들이 미래 선교를 설계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죠. 한국 선교계가 미래를 견인하고 있는가, 차기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나 투자가 있었는가를 묻는다면 안타깝게도 거의 하지 않았다 봅니다.”

이대행 선교사는 한국 선교계에서 대표적 여성 리더로 손꼽힌다. 여성 사역자로서 간사에서부터 시작해 대표까지 역임한 보기 드문 사례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드물어도 너무 드물다는 점이다. 

“학생 선교단체들은 60~70년 역사를 자랑하는데 여성 리더를 보기는 힘듭니다. 거기에 대한 문제의식도 별로 없어요. 물론 여성이기 때문에 리더를 맡겨야 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기회는 동등하게 열려있어야 합니다. 제가 대표를 맡을 시기에도 공공연히 ‘여자라서 안 된다’고 얘기가 도는 것이 제 귀에도 들렸어요. 저의 사례가 앞으로 여성 사역자들에게 좋은 모델이 됐으면 합니다.”

공교롭게도 선교한국 대표 임기의 마지막을 채운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지난 20여 년간 경험한 모든 변수에 견줄 만큼 파고가 높았다. 특히 청년 동원을 사명으로 하는 선교한국에게는 그 물결이 좀 더 세차게 느껴졌을 터. 이대행 선교사는 비포 코로나와 애프터 코로나의 선교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선교에 대한 개념이 변하진 않았습니다. 선교는 여전히 하나님 나라를 향한 소망과 섬김이라고 봐요. 그리고 언제나 변화의 파도는 있어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라는 조금 독특한 파도가 온 것이죠. 이제 전통적 의미의 선교사 동원은 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요. 70~90년대 거대한 선교 동원의 물결은 다시 오기 힘들 거라 봅니다. 그게 당연한 흐름이고요. 예전엔 이렇게 많이 모였는데 왜 지금은 안 되냐고 묻는 것은 건설적인 질문이 아닙니다. 방향은 바뀌었고 이전의 기준으로 선교와 동원을 재단해선 안 돼요.”

그렇다고 모두가 변화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31년간 파도를 탔던 베테랑이 바라보는 ‘변화’에 대한 관점은 조금 달랐다. 

“강물은 새로운 물로 흐릅니다. 새로운 물이 기존의 물을 밀어내는 것이지 기존의 물이 새로운 물을 견인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기존의 선교사들이 자신을 바꿔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리더가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도 착각이에요. 새로운 세대는 자연스레 새로운 물결로 강을 채울 겁니다. 우리는 그저 그들에게 기존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존중해주기만 하면 돼요. 서로를 바라보며 이것은 선교고 저것은 아니라거나 이런 방식은 시대에 유효하지 않다는 식의 기준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길 잃은 선교사들을 위해
물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관건은 달라진 물결에서 선교한국이 어떤 역할을 감당하느냐다. 이대행 선교사는 앞으로의 선교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연합’을 지목했다. 

“한 사람이나 한 단체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 선교한국이 지닌 중요한 가치에요. 선교단체가 연합해 청년과 타문화권 선교를 위해 헌신하는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어요. 한국교회가 잃지 말아야 할 자산입니다. 연합에 대한 피로도도 있고 무용론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연대해야 합니다. 새로운 체제의 선교한국에서 연합의 가치는 보다 더 중요해질 겁니다.”

선교한국에서는 발을 떼지만 선교에서 손을 놓지는 않는다. 잠깐의 휴식 시간도 없이 오는 9월부터 새로운 사역을 시작한다. 이번에 이대행 선교사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사람’, 그 중에서도 사명에 헌신하다 길을 잃고 고민하는 30~50대 사역자들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비자발적으로 철수한 선교사님들이 많이 계세요. 그밖에 다른 선교사님과 목사님 중에도 지친 사역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역자들은 소진되는데 그들을 위한 보호막은 거의 없어요. 다행히 그분들을 지지하고 헌신하는 그룹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컨설팅과 코칭을 통해 그들의 사역을 더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주고 풍성한 사역을 만들도록 돕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교회와 선교, 비즈니스가 통합된 전에 없던 새로운 구조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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