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멈추지 않는 선교… 변화 두려워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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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멈추지 않는 선교… 변화 두려워 말아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7.2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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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교위 지난 11~16일 태국 방콕서 ‘2022 지부장 대회’
멤버십 관리·소통 활성화 등 미래 선교 위한 과제도 지목
선교 지부장들과 총회 임원 소통의 시간 없어 아쉬움 토로

멀쩡하게 가던 길이 뚝 끊어진 기분이다. 눈앞이 절벽인데 운전대를 틀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 발발 이후의 선교 환경은 그만큼 많이 달라졌다. 이제 선교지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선교전략과 접근을 요구한다.

각 지역 총회파송 선교사를 대표하는 지부장들이 세계 선교의 미래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총회세계선교위원회(이사장·위원장:강형규 목사)는 지난 11~1646일 일정으로 태국 방콕에서 ‘2022 지부장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는 지부장 및 지부장대행, 대회가 개최된 태국 지역 선교사 2명을 포함해 17명의 선교사가 참석했다. 세계선교위 임원 9명과 총회 임원 9명도 함께 했다. 첫날인 11일 태국에 도착해 개회예배를 드렸고 둘째 날인 12일 지부장 대회로 선교 전략을 논의했으며 이후 13일부터 선교지 탐방과 선교사 휴식을 위한 관광 일정이 진행됐다.

지부장 대회에서 특강을 맡은 세계선교위 이사장 강형규 목사.
지부장 대회에서 특강을 맡은 세계선교위 이사장 강형규 목사.

 

코로나 속에 발견한 가능성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둘째 날 열린 프로그램이었다. 세계선교위원장 강형규 목사와 명예이사장 임인기 목사가 강의를 맡았고 지부장들에게 각 지부의 상황과 코로나 이후 선교전략을 소개할 시간이 5~10분씩 주어졌다. 이후 세계선교위 업무규정 소개와 폐회예배로 일정이 마무리됐다. 다른 일정을 소화한 총회 임원 중에는 부서기 김강수 목사가 지부장 대회에 남아 자리를 지켰다.

목회적 선교라는 제목으로 강의한 강형규 목사는 개척 후부터 지금까지 선교적 사명을 놓지 않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선교비는 줄이지 않았다. 최선은 몰라도 열심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필리핀에 3개 교회를 개척하고 12년째 매주 현지 교회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선교는 순수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순수함을 잃지 않을 때 하나님이 역사하시고 열매가 맺힌다고 강조했다.

임인기 목사는 선포하라! 저절로 되는 선교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하면서 하나님은 스펙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리에 집중하는 사람을 쓰신다. 골리앗은 모든 장비를 갖췄지만 다윗은 목적이 분명했고 하나님을 신뢰했다. 그런 다윗을 하나님께서 쓰셨다면서 가지는 포도나무에 붙어있기만 하면 저절로 열매가 맺힌다. 우리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저절로 되는 선교를 체험하시길 축복한다고 권면했다.

선교사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입을 모았다. 제일 먼저 강단에 올라선 서남아시아지부장 박 모 선교사는 그동안 물리적 거리로 인해 선교사와 한국교회가 멀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선교사와 교회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면서 선교주일에 줌으로 저를 초대해주셔서 기도제목을 나누기도 하고 현지교회와 한국교회가 동시통역을 두고 온라인 연합예배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성도들도 선교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지부 관리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너무 많은 국가가 하나의 지부에 속한 탓이다. 박 선교사는 서남아시아지부에는 14개 국가가 들어가 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 파키스탄을 포함해 이스라엘도 우리 지부라면서 중동이라 불리는 아랍지역과 방글라데시, 인도 등 서남아시아는 문화적 차이도 크고 접촉점도 많지 않다. 국가수가 많아 지부장이 모든 지부를 커버하기도 어렵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지부가 따로 세워졌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현재 세계선교위는 권역별로 지부를 구분하고 한 국가에 5명 이상의 선교사가 사역 중일시 해당 국가 지부를 설립하고 있는 상태다.

태국지부장 김 모 선교사는 소통 창구로서 지부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태국이라는 나라가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복음 전파는 진행됐고 믿음의 사람들은 신앙을 지켰다고 소개하면서 지부장은 섬기는 자리로 총회와 소통하며 선교사들과 총회의 소식을 서로에게 전하는 축복의 통로가 돼야 한다. 총회와 선교사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맡겠다고 다짐했다.

캄보디아지부장 이 모 선교사는 지부 활성화를 위해 지부장들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캄보디아에 백석총회 14개 교회가 있는데 화합이 잘 안 됐다. 지부를 맡아 제일 처음 제 지갑을 열고 배부르게 밥을 먹었다. 그때 화해가 일어났고 이후로 단합도 잘됐다면서 지부장님들께 주머니를 먼저 열라고 조언 드리고 싶다. 섬기면 화합이 시작된다. 백석의 긍지를 갖고 선교 잘하시기를 소망한다고 조언했다.

유럽지부장 김 모 선교사는 명확한 지부 회원 관리를 요청했다. 김 선교사는 유럽 지부 회원이 8명으로 기록돼있는데 실질적으로 사역이 파악되는 선교사는 4명에 그친다. 멤버십이 정확히 확인되고 파악돼야 한다면서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이제는 유럽도 선교지다. 한국교회에서 유럽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재파송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지부장 송 모 선교사 역시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선교사들이 한국에 오셨는데 철수를 하신 건지 잠깐 계신건지 정확한 인원파악이 어렵다. 이번 기회에 정확한 명단 파악이 됐으면 한다면서 한국교회의 어려움과 맞물려 자비량 선교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자비량 선교의 목적부터 출구전략까지, 선교위원회와 함께 총체적인 연구가 시행되고 공유됐으면 좋겠다. 교단은 물론 초교파 선교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선교지와 한국교회 사이에 좀 더 유기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라오스지부장 이 모 선교사는 선교사가 아는 교단 교회에는 한계가 있다. 선교지에서 이런 사역이 필요한데 맡을 교회가 있을지 선교위에 문의하면 매칭을 해주시면 좋겠다. 반대로 선교사들은 라오스에 필요한 사역을 소개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맡겠다. 교회와 선교사 사이에 유기적인 연결이 일어나면 좋은 시너지가 날 거라 본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북남미지부, 중앙아시아지부, 말레이시아지부, 베트남지부에서 현지 상황과 코로나 이후 선교 전략을 발표했으며 중국지부는 서면으로 자료를 제출해 소식을 나눴다.

지부장 대회에 참석한 선교사들.
지부장 대회에 참석한 선교사들.

 

선교 활성화 위해 숙제 풀어야

코로나 팬데믹으로 웅크리다 2년 만에 개최된 대형 행사다. 선교위 임원들과 각국 선교사들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회포를 풀었다. 하지만 만남 그 자체에만 의의를 두기엔 태국에서 모인 정성이 아쉽다. 기대를 모았던 시간인 만큼 아쉬움도 컸다.

우선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시기에 열린 대회임에도 앞으로의 선교 지도를 다시 그리기 위한 토의 시간이 부족했다. 전체 일정은 5일이었지만 지부장 대회가 펼쳐진 것은 하루에 불과했다. 2년이 넘는 코로나의 공백에 비해 지부장 대회 5시간은 너무 짧았다. 그마저도 강의 시간을 제외하면 선교사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때문에 발전적 대안이 절실했던 선교사들은 저녁 휴식시간을 반납하며 따로 전략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A 선교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선교현장이 상당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총회 차원에서 지부장을 불렀을 때는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의 고충을 토로할 자리도, 선교전략을 집중적으로 모색할 논의도 부족했다. 오죽 답답하면 선교사들이 따로 모여 회의를 열었겠냐고 반문했다.

총회 임원들이 동행했음에도 선교사들과 접점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대회에 참석한 B 선교사는 지부장 대회에는 총회 임원이 한 분만 참석하셨고 나머지 시간도 총회 임원과 선교사들이 다른 차량을 이용하고 개별 일정을 소화하는 등 대화의 물꼬를 트기 어려웠다. 선교사들의 의견을 총회에 전달할 수 있는 간담회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교사들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교단 차원의 선교방향을 고민해야 할 총회 임원들이 개회예배에만 참석한 것은 3년 만에 어렵게 한 자리에 모인 선교사들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부장 대회를 계기로 총회와 세계선교위가 풀어야할 숙제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C 선교사는 선교 보고와 결재, 회원 관리를 스마트하게 하기 위한 선교사웹 플랫폼 마련이 절실하다. 교단 규모에 걸맞게 선교위 전담 사역자, 특히 후원을 책임질 사역자도 필요하다. 선교비의 투명한 관리와 선교위 시스템 구축을 위한 통장 단일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많다면서 백석 선교사들이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선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총회 파송 선교사가 600명이 넘는 현실에서 관리체계와 행정 시스템은 타 교단에 비해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는 지적은 반성이 필요하다. 총회 설립 45주년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전문 분야별 네트워크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온라인 시스템 구축, 파송선교사 관리 및 선교사 후원재정창구 단일화 등은 이미 갖추어져 있어야 할 선교행정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날로그식 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운영에 현장 선교사들이 쏟아낸 지적은 겸허하고 신속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성과도 있었다. 지난 14일 열린 총회 임원과 선교위 임원들의 간담회에서 선교위는 선교사 총대권 확대, 총회선교주일 기간 조정 등을 건의했고 총회 임원들은 긍정적 방향으로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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