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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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한 기도
  • 최운식 장로
  • 승인 2022.07.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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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식 장로/서울장위감리교회 원로장로·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며칠 전에 미국 LA에 사는 딸이 카페를 열었다며 개업예배를 드리는 광경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왔다. 반갑고 기쁜 마음에 얼른 열어보니, 생각보다 넓고 깨끗한 매장에 여러 가지 과자와 샌드위치, 과일 등이 맛깔스럽게 차려 있다. 그 앞에서 담임목사님과 교우들이 모여 찬송하고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나니, 그동안 많은 어려움과 고초를 겪은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딸은 1996년에 결혼하여 한국에서 2년간 신혼생활을 한 뒤에 회사의 미국 주재원이 된 남편을 따라가서 4년여를 지낸 뒤에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때부터 우리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았다. 사위는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여러 차례 승진을 하더니, 50세에 명예퇴직을 하였다. 그 뒤에 중소기업의 미국법인 책임자가 되어 2014년에 고등학교 2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딸이 떠나고 나니, 아파트 단지는 물론 서울이 텅 빈 것만 같아 허전하기 짝이 없었다.

순탄할 것으로 믿고 미국으로 간 딸과 사위에게 어려움이 닥쳤다. 사위가 뜻하지 않게 LA법인장을 그만두게 되니, 영주권 얻을 일이 막막함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체류할 비자를 얻는 것도 문제였다. 사위는 어렵사리 직장을 얻어 취업비자를, 딸은 대학원에 등록하여 학생비자를 얻어 체류하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딸과 사위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 출석하는 교회 교우들의 도움을 받으며 영주권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 두 사람은 믿었던 사람의 배신, 희망과 좌절을 겪으며 정신적·육신적으로 많은 고생을 하였다. 이를 알면서도 딸의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내와 함께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일밖에는 없었다.

나이 들어서 미국에 간 사람이 영주권을 얻는 일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하였다. 그런데 딸의 가족은 3년 만에 영주권을 얻었다. 사위가 미국에 유학 와서 석사학위를 받고, 대기업 주재원으로 근무하였던 일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하나님의 보살핌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아내와 함께 2018년 10월에 딸의 가족을 만나러 미국에 갔다. 딸과 사위는 열심히 일을 하고, 아이들은 대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딸은 그동안 겪은 고난과 좌절, 기쁨과 감사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없었으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고 치하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주일에는 딸과 함께 교회에 갔다. 딸은 1,000여 명의 교인이 참석한 예배 시간에 중창단원과 함께 은혜로운 찬송을 불렀다.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표정으로, 열정적으로 부르는 찬송은 참으로 감동적이고 은혜로웠다.

우리가 귀국한 2년 뒤에 사위가 새로 시작한 일터에서 넘어져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니, 딸은 일도 하지 못하고 남편의 병간호에 정성을 기울이다가 몸도 마음도 지쳐 버렸다. 그래서 실의와 좌절감으로 고생하다가 우울증을 겪게 되었다. 항공편 제한 운행으로 갈 수도, 올 수도 없으니 안타까움만 쌓일 뿐이었다. 그저 자주 통화하며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믿고,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하고 권면하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 뒤에 딸은 미국 정부에서 코로나로 인한 실업 수당을 주어 생활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전부터 말해 오던 카페를 인수하여 개업할 계획이라며 도와달라고 하였다. 딸은 지난 1월부터 석 달 동안 그 카페에 가서 일을 도우며 경영 수업을 한 뒤에 4월 초에 인수하여 개업하였다. 주님의 보살핌과 지인의 도움으로 큰일을 이루게 되었으니,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나는 개업축하 예배와 딸이 함께 하는 찬양팀의 동영상을 다시 보았다. 음악대학을 나와 우리 교회의 반주자, 성가대 지휘자, 성가대 솔리스트로 활약하던 딸이 미국의 큰 교회에 가서도 활동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딸의 가족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과 믿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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