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그 말에 신학 교육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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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그 말에 신학 교육의 미래가 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7.20 09:34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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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강연// CBS토론 ‘한국의 신학교육을 진단한다’(하)

CBS 특집 토론 2부… 한국 신학교육의 나아갈 길 집중 진단
장종현 목사의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해석하며 열띤 토론
CBS기독교방송이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신학 교육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CBS기독교방송이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신학 교육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동주의 시를 한 편 읽는다고 가정해 보자. 시인의 성장배경이나 작품을 쓸 당시의 시대적 배경, 작가의 상황 등을 안다면 분명 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것들이 시 자체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시를 감상하기보다 참고서와 해설집만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문제를 풀고 있는 수험생의 모습은 시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이런 모습을 보며 “시 읽기는 학문이 아니다”라고 외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신학교육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 신학교들이 신학의 ‘학문성’에만 집중하다가 본질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외친 것이다. 2003년 백석대 천안캠퍼스에서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국제학술대회 현장을 방문한 국내외 신학자들은 당시 장종현 목사(백석대 설립자)가 외친 이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취지를 이해한 이들은 찬사를 보냈지만, 신학의 학문적인 부분을 아예 무시해도 된다는 말로 오해하는 이들도 많던 것이 사실이다. 

CBS기독교방송이 최근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이 발언의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한국 신학 교육의 장단점과 드러난 문제점’을 다룬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한국의 신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특히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발언이 핵심 논제로 다뤄졌다. 

박찬호 교수(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회장)의 진행으로 한국중앙교회 담임 임석순 목사(백석대 신학대학원장)와 아신대학교 한상화 교수(조직신학), 백석대 장동민 교수(역사신학), 백석대 이경직 교수(조직신학)가 패널로 참여했다. 

 

왜 나온 말인가

백석대 장동민 교수
백석대 장동민 교수

먼저 백석대 장동민 교수가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발언이 ‘신학’만의 특수성에서 기인했음을 소개했다. 다른 학문과 결을 달리하는 ‘신학’의 성격을 설명했다. 

“가령 생물학 혹은 사회학은 생물 현상 혹은 사회 현상을 공부합니다. 그러니까 학문의 이름에 대상이 들어갑니다. 영어로도 바이올로지(Biology, 생물학)라고 하면 바이오(Bio, 생명 혹은 생물)가 로고스(Logos, 이성 또는 논리)의 대상인 셈이죠. 그런데 신학(theology)이라는 말은 데오스(Theos, 신)와 로고스의 합성어 아닙니까. 학문의 정의에 따르면 ‘신’이 학문의 ‘대상’이 되는 거죠. 이건 좀 이상합니다. 신은 인간을 만들고 통제하고 지배하는 분인데 사람이 이성을 가지고 하나님을 판단하고 관찰하고 검증하고 법칙을 세운다? 그래서 신학에서는 하나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말씀하시고 사람이 듣습니다. 하나님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 신학을 이렇게 정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장 교수는 또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합리성이나 학문성이 다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나님 스스로가 합리적인 분이시며, 세상을 합리적으로 창조하셨다. 성경을 또 그렇게 쓰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성과 합리성, 학문성을 다 사용하되 성령의 권위에 복종하고 나 자신을 복종시키는 것이 신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라며 “학문성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 그 학문성이 ‘도구’가 되어 하나님을 점점 더 알아가게 하는 일에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백석대 이경직 교수
백석대 이경직 교수

이경직 교수는 이 말이 나오기까지 ‘신학자들’의 잘못이 적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말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장종현 총장께서 신학교 운영자로 오랫동안 많은 신학자를 옆에서 본 결과이죠. 교수들이 어떤 모습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어떤 식으로 경건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요. 학자라는 이름으로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다 통제하고 있는 듯한 태도, 자신도 하나님 앞에 무릎 꿇어야 하는 그리스도인임을 잊고 기도하지 않는 것, 그래서 영성도 능력도 잃어버린 안타까운 모습을 본 것입니다. 그래서 신학을 좀 바로 하자, 신학 교육을 바로 하자는 취지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엇갈린 반응

한국중앙교회 임석순 목사
한국중앙교회 임석순 목사

한국중앙교회 임석순 목사는 처음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할렐루야’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저한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어요. 참된 개혁주의신학이라면 배운 이들이 겸손하고 말씀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어야 하는데, 대다수가 신학교를 가면 목회자들을 재단해요. 그러니까 현장에서는 신학생들을 쓰는 게 너무 두렵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들어와서 사역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목사님들의 설교나 비판하고 있다는 거죠. 이런 문제들로 ‘개혁주의 신학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구나’하고 고뇌하던 차에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들은 겁니다. 당연히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죠.”

반면 2003년 당시 현장에 있던 아신대 한상화 교수는 처음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말에 크게 당혹감을 느꼈다고 했다. 

“‘신학은 학문만이 아니다’라든지 ‘신학은 단순히 학문이 아니다’라고 했다면 좀 더 정확한 표현이 됐겠지만 아무런 관심도, 변화도 불러일으킬 수 없었겠죠. 지극히 당연한 얘기니까요.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이 말은 강한 반어법적 표현으로 수사학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맞나, 이게 왜 그렇지’라고 생각하게 하죠. 그 때문에 장종현 총장님이 쓰신 책도 사서 보게 됐습니다. 아, 이 말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식으로서의, 경건으로서의 신학을 강조하고 싶은 그 열망이 담긴 표현이구나. 그리고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말 뒤에 붙는 ‘예수님의 생명의 복음이다’라는 대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신학은 생명의 복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요 복음이라는 의미입니다.”

아신대 한상화 교수
아신대 한상화 교수

그러면서 한 교수는 아신대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엑츠신학공관’이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말과 본질에서 다르지 않음을 역설했다. 

“엑츠신학공관에서는 예수를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자기도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않고 남도 못 들어가게 하는 율법학자나 서기관의 신학을 해선 안 된다는 의미이죠. 본질적 가치에서 백석대학교의 개혁주의생명신학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학이 나아갈 길

이날 토론에서는 역설적으로 ‘도구’로서 신학의 학문적 역할이 집중 조명됐다. 임석순 목사는 “영성과 지성이 겸비되어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한상화 교수는 ‘개인의 체험 수준의 주관적인 영역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독교 지성’으로서 신학을 내세웠다. 한 교수는 “계몽주의자들이나 실증과학을 강조하는 사람들, 자유주의자들은 신학의 학문성을 부인하고 신앙의 영역으로 치부한다”며 “그렇게 되면 기독교 지성에는 장애가 생긴다. 하나님의 계시의 사실성과 실제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적이고 논리적인 체계도 가미가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학문성을 강조하더라도 그 성격과 방향은 하나님‘이’ 가르치시고, 하나님‘을’ 가르치고, ‘하나님에게 인도하는’ 신학이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신학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경직 교수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는 사도행전의 교회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며 “말씀에 순종하는 법을 배우는 것, 순종을 가능케 하는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신학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한상화 교수 역시 ‘본질’을 강조하면서 “저출산과 탈종교화 현상으로 신학교마다 상당한 위기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대안적인 교육을 이야기하기보다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해 왔던 ‘본질’로 돌아가 흔들리지 말고 예수의 본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신학 교육의 원형이시다.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3년 동안 성경을 가르치시고 십자가에 달리기까지 아버지의 뜻을 몸소 보여주셨다”며 “그것이 세속화의 흐름 속에서도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신학 교육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자 박찬호 교수
사회자 박찬호 교수

이날 사회를 맡은 박찬호 교수는 “신학이 학문이 아니라는 말은 신학이 성경의 진리를 드러내는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신학이 학문으로 흘러 정작 중요한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을 뒷전에 두다 보니 한국교회 전체가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보게 된다”고 정리했다. 박 교수는 또 “신학자와 목회자, 그리고 신학을 공부하는 신학생들까지 자신들이 부름을 받은 소명에 대한 정직한 응답이 필요한 시대”라며 “이번 토론을 거울삼아 한국의 신학 교육이 제대로 회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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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2022-07-22 19:32:11
신학을 누구에게 배워야 제대로 배울수 있을까요?

꽃망울 2022-07-22 19:30:38
신학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오리온 2022-07-22 16:26:12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있으나 해결책은 없네요..

어휴 2022-07-22 13:03:08
지금 한국에서 가르치는 것들이 신학이긴 한가..?
배우는거보면 학문이 아니라 교회 운영 방법을 가르치는 느낌인데

개인옹 2022-07-22 10:32:29
진정한 신학 미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