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진노 임한 ‘심판의 전쟁’, 전하는 예언자에게도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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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진노 임한 ‘심판의 전쟁’, 전하는 예언자에게도 고통
  • 유선명 교수(백석대)
  • 승인 2022.07.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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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슬프고 아프다 내 마음 속이 아프고 내 마음이 답답하여” (렘 4:19)

예언자는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에 선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대표해서 하나님께 탄원하고 호소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말은 생각이고 정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는 하나님의 마음을 자신 안에 채워야 합니다. 그렇기에 예언자는 크신 사랑에 감격하고 거룩함에 취하기도 하지만, 죄를 향한 하나님의 진노를 자신 안에 담으며 고통을 겪기도 합니다. 그것이 예언자를 가리켜 쓰는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명칭의 무게입니다.

예레미야는 모든 예언자들 중에서도 거룩한 고통의 정념을 가장 진하게 느끼고 표현한 분일 것입니다. 자신의 입으로 백성들이 겪어야 할 재난을 선포해놓고서는 그 참상에 괴로워합니다. “슬프고 아프다 내 마음속이 아프고 내 마음이 답답하여 잠잠할 수 없으니 이는 나의 심령이 나팔 소리와 전쟁의 경보를 들음이로다… 내가 저 깃발을 보며 나팔 소리 듣기를 어느 때까지 할꼬(4:19, 21).” 그 깃발과 나팔이, 아군의 패배가 예정된 전쟁의 신호이기에 가슴이 아픈 것입니다.

“사자가 그 수풀에서 올라왔으며 나라들을 멸하는 자가 나아 왔으되 네 땅을 황폐하게 하려고 이미 그의 처소를 떠났은즉 네 성읍들이 황폐하여 주민이 없게 되리니 이로 말미암아 너희는 굵은 베를 두르고 애곡하라 이는 여호와의 맹렬한 노가 아직 너희에게서 돌이키지 아니하였음이라(7~8절).”

하나님을 믿고 출정하는 아군을 바라볼 때는 비장함과 더불어 감격과 기대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쟁은 심판의 전쟁입니다. 패전하고 살육당할 것이 명확하니 마음이 찢깁니다.
예언자는 때로 자신의 격정을 하나님께 쏟아 붓기도 합니다. 예레미야가 하나님을 향해 토하는 말에는 슬픔을 넘어 원망과 분노마저 담겨 있습니다. “내가 이르되 슬프도소이다 주 여호와여 주께서 진실로 이 백성과 예루살렘을 크게 속이셨나이다 이르시기를 너희에게 평강이 있으리라 하시더니 칼이 [목에] 이르렀나이다(10절).” 하나님을 사기꾼이라 비난하는 거친 말인데도 하나님은 예레미야의 마음을 다 받아주십니다.

예레미야서 곳곳에 <예레미야의 고백>이라 부르는 어록이 있습니다. 좋게 말해 고백이지 내용은 불평, 원망, 항의, 고발에 가깝습니다. 시편 150수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하나님을 향한 호소와 탄식을 담은 ‘탄원시’로 분류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예레미야처럼 하나님을 향해 “신실하신 하나님이 어찌 이러실 수 있나요,” “우리를 언제까지 버려두실 겁니까,” “다윗 왕조가 영원하리라 하신 게 하나님 아니었던가요?”라며 항의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항의하는 욥에게 친구들이 그랬듯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믿음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언제나 있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분명 성경의 가르침입니다만, 하나님께서는 감사할 수 있기 전에 애통과 절망, 회의와 분노의 감정들을 갖는 것을 정죄하지 않으십니다.

예레미야의 항의에도 “감히 나에게 덤비느냐”라 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마음을 알리며 기다려 주십니다. 결국 예레미야가 이스라엘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자기 입으로 전할 때까지 말입니다. “내가 어찌 너를 용서하겠느냐 네 자녀가 나를 버리고 신이 아닌 것들로 맹세하였으며 내가 그들을 배불리 먹인즉 그들이 간음하며…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어찌 이 일들에 대하여 벌하지 아니하겠으며 내 마음이 이런 나라에 보복하지 않겠느냐(5:7~9).” 배불리 먹여놓으니 죄의 길로 달려가는 사람들. 예레미야 시대에만 그랬겠습니까? 우리가 한국교회의 쇠퇴와 우리 자신의 영적 쇠락을 부끄러워하고 고통하지 않는다면 우리 중 누군가가 예레미야의 메시지를 전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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