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좋고 조금 힘든 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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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좋고 조금 힘든 신앙생활
  • 조성돈 목사
  • 승인 2022.07.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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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목사 / 라이프호프 대표
조성돈 교수
조성돈 교수

기윤실 청년들이 책을 만들었다. ‘코로나19와 기독청년’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그런데 부제가 특이하다. ‘사라진 것과 남은 것’이라고 한다. 청년들은 지난 2년여의 코로나 기간을 지나면서 반드시 이 기간에 사라진 것, 즉 잃은 것만 있지 않다고 한다. 남은 것도 있다는 의미이다. 실은 지난 코로나 기간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특히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잃은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청년들은 잃은 것만 있지 않고 남은 것, 어쩌면 얻은 것도 있다고 한다. 역시 청년의 시각이다.

이 책에서 한 청년이 이야기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조금 좋고 조금 힘든 신앙생활’이라는 말이다. 이 청년은 모태신앙으로 가정에서 엄격한 신앙생활을 훈련받았다. 주일성수는 당연했고, 교회 봉사와 함께 대학에서는 선교단체에서 열심을 가지고 살았다. 그래서 처음 비대면 예배가 시작되었을 때 이를 진정한 예배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고, 교회가 주님이 원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런데 비대면 신앙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하니 생각이 달라졌다. 생각보다 굉장히 좋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이틀을 쉬게 되니 ‘신세계’를 만난 것이다. 아마 주일은 교회에서 열심으로 섬겼으니 쉼을 얻는 시간으로는 여겨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는 ‘너무 좋고 너무 힘든’ 신앙생활이라고 표현한다면 지금은 ‘조금 좋고 조금 힘든’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해요”라고 한다.

아마 그 동안 교회에서 열심을 다해 수고했던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표현이 수긍이 될 것 같다. 매일 새벽기도를 가고, 주일은 물론이고 수요일에 금요일에도 예배를 위해 교회를 간다. 그리고 구역예배로 모이고 성경공부로 교회를 가다 보면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른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너무 좋은 신앙생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힘든 신앙생활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 이 모든 것들이 막히고 어려워졌다. 신앙은 느슨해지고 어려워졌지만, 이 가운데 나름의 유익을 얻었다. 그래서 이 청년은 ‘조금 좋고 조금 힘든 신앙생활’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아마 이 문장이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도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내게 또 다른 인사이트를 준 부분은 ‘신앙의 양극화’를 지적한 것이다. 한 청년은 지난 2년 동안 신앙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경험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시작될 때는 친구들끼리 매일같이 모여서 말씀을 묵상하고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묵상을 나누며 신앙을 키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코로나 기간이 길어지면서 무기력한 상황이 지속됐고 적극적이었던 경건생활이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그런데 자신이 보니 다른 사람들도 있더라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오래 했거나 교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개인적인 경건생활에 좀 더 집중하고 깊어질 수 있는 계기를 갖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은 ‘신앙의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교회들이 교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과 같이 성경공부를 같이 할 수도 없고, 구역모임이나 교인들의 교제도 어려워졌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신앙을 찾아가고 더 깊이 들어간 이들이 적지 않다. 이전에는 교회의 교역자들이 전해주는 신앙에 의지했는데, 오히려 이때에 스스로 신앙을 세워가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아마 청년들의 이야기는 이런 의미일 것이다. 분명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이 닥쳤지만, 그래도 그 위기 가운데 갈 길을 찾게 된 것은 은혜이다. 청년들의 고백에서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새로운 기독교인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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