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사회적 빈곤 속 ‘신비적 이단 은사’에 몰입
상태바
극심한 사회적 빈곤 속 ‘신비적 이단 은사’에 몰입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7.12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17)

그러면 몬타누스주의는 왜 호소력을 지니고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당시 교회의 속화에 대한 반작용도 컸지만 당시 사회 경제적 상황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당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재임 161~180)가 황제로 있던 때였는데, 기독교인들에 대한 잔인한 탄압과 더불어 사회적 빈곤이 극심하였다. 처참할 정도의 생존의 고통과 수준 이하의 빈곤이 그 시대를 압도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임박한 종말에 대한 선포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고, 수많은 가난하고 굶주린 대중들은 이 땅에서 평안을 기대할 수 없었으므로 몬타누스주의의 소위 ‘충분한 복음’에서 도피처를 찾았던 것이다. 현실이 암담하고 참담할수록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가 강력하였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권좌에 좌정한 시인’이라고 불릴 만큼 지성을 겸비한 황제로서 시인이자 철학자였다. 그러나 기독교에 대해서는 포악하리만치 잔인했다. 스토익 철학자였던 그가 쓴 ‘명상록’(Meditations)은 한국의 교과서에서도 인용될 만큼 유명한 작품이자 명상록 혹은 수상록 류의 고전이 되었고, 그의 명상록이 후일 기독교세계에서도 폭넓게 읽혀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는 기독교 신자들이 그의 책에 대해 가졌던 애정만큼이나 기독교 신자를 미워하였다.

그의 통치하에서 교회가 배출한 가장 특출한 변증가였던 유스티누스(Justinus)가 165년 처형되었고,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재산을 몰수당했고, 투옥되었으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갔다. 그는 기독교인들을 위험한 반란자이자 국론을 분열시키는 자로 간주하였다. 로마제국의 많은 통치자들은 고난과 죽음 앞에서도 용기와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기독교인들을 일면 존경과 경의로 받아들였으나, 아우렐리우스는 도리어 이들을 변태적인 오만으로 간주하여 경멸하였고 처절하리만치 혹독한 야만적 탄압을 가하였다.

그가 황제로 통치하고 있는 기간 중 로마제국에는 여러 가지 재화(災禍)가 발생했다. 그가 권좌에 오른 지 6년째인 166년에는 홍수가 범람하였고, 이로 말미암은 기근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다뉴브국경으로부터의 야만족의 침입은 심각한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다. 그래서 이 해를 로마의 역사가들은 ‘액년’(厄年, anus calamitosus)으로 기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라는 유치한 미신 때문에 로마의 여러 신들을 분노케 하였고, 그 결과 로마제국의 정치적 혼란, 경제적 파탄, 기근과 빈곤이 초래되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황제는 기독교 탄압을 강화하였다. 당시 백성들의 생활은 처참할 정도였고, 기근과 굶주림, 그리고 물리적 박해와 탄압은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갈망하고 있었고, 임박한 재림에 대한 기대는 인기를 얻었고, 수많은 가난하고 핍절된 자들이 몬타누스주의자들의 교리에 매혹을 느끼게 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새 예루살렘’을 찾아 순례자의 길을 갔고, 개발되지 않았던 사막지대 페푸자는 이 땅의 고통스러운 삶의 질곡에서 해방을 갈구하며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갈망하는 수많은 사람의 희망의 도시로 변모해 갔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몬타누스주의의 ‘새 예루살렘’의 예언은 사회, 경제적인 유토피아니즘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

페푸자에 소망을 두고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은 1,800년이라는 시간적 격리감에도 불구하고 가슴 저미는 아픔으로 남아 있다. 특히 이들 공동체에 들어온 사람의 결혼은 물론 재혼도 금지되었고, 엄격한 금욕과 개인 소유물과 가족적 관계를 떠나 오직 신비한 영적 은사만 갈망했던 점은 더욱 아픈 역사의 교훈으로 남아 있다. 더욱 가슴 아픈 불행은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거짓 계시를 따랐다는 사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