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교육공동체, 하나님의 선한 일꾼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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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교육공동체, 하나님의 선한 일꾼을 세웁니다”
  • 용인=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7.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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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21) 미래를 품는 대안교육 현장, ‘소명학교’

2012년 개교 후 ‘기독 소명인’ 길러내는데 역할
입시교육 한계 극복, 자율성 기반 교육 커리큘럼
학부모 중심 ‘소명협동조합’, 초등과정도 준비 중

소명학교는 경기도 용인시 한 교회에서 2012년 개교예배를 드렸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본지 기자는 “입시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에게 온전한 목적이 이끄는 삶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기독대안학교”라고 소개했다. 공립학교 출신 교사들이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교육을 실천하겠다며 과감히 사표를 냈고, 학생들이 소명을 발견할 수 있는 거룩한 공동체를 세우겠다는 비전으로 출발했다. 

10년이 흘렀다. 소명학교는 하나님나라 다음세대를 품는 첫 비전을 잘 지켜가고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기독대안학교 가운데 방향을 잃어버린 곳도 있다. 다시 입시 위주 성적 중심으로 변해버린 학교도 있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소명학교는 철저하게 기독교 가치관을 기반으로 재학생들이 자기 소명을 찾아갈 수 있도록 특별한 교육을 실천해가고 있었다. 지금은 재학생만도 190여명에 달하는 규모 있는 기독대안학교가 됐다. 학교 건물도 2개동이나 갖추고 있어 교육 환경도 우수해졌다. 

소명학교 신병준 교장이 교내 북카페에서 제자들과 함께 미소짓고 있다. 소명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지금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다. 

“20만원만 받아도 족합니다”
“소명학교를 개교할 수밖에 없었던 첫 번째 이유는 미션스쿨의 한계였습니다. 미션스쿨은 다음세대를 길러내고 학원복음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수많은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필터링조차 없이 진화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성경적 세계관을 세우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죠.”

공교육에서 26년이나 몸담았던 신병준 교장은 성경적 세계관에 입각한 다음세대를 위한 대안을 찾고 싶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니고, 다음세대를 말씀 중심으로 길러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뜻을 같이하는 8명의 교사가 뭉쳤고 소명학교는 그렇게 시작했다. 

모든 기독교대안학교가 그렇지만 시작은 무척이나 힘겨웠다. 특정 교회가 설립한 것도 아니고 유력한 재력가가 후원하는 것도 아닌 채 그저 기도하는 교사들의 힘만으로 세워졌다. 소명학교는 3년 안에 무너진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취약했다. 많은 사람들은 돈 이야기를 했다.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도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학교 구조에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숭실고, 동산고, 영락고 등에서 근무하던 선생님들이 사표를 내고 나왔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연금 수령에 필요한 20년 재직 기간을 목전에 두고 포기했습니다. 우리끼리 농담반 진담반 월 20만원만 받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교통비도 안 되는 돈이었지만, 우리는 도원결의와 같이 학교를 시작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오래가지 못할 학교였다. 그러나 교사들의 헌신적인 스토리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무려 60명 학생으로 학교 문을 여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개교를 준비하며 400곳이 넘는 교회에 편지를 보냈지만 단 한 곳도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교회가 다음세대에 정말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녀를 보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검증되지 않는 교육기관에 아이들을 보내주신 부모님들께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소명학교 도서관 모습. 소명학교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입시 경쟁에서 자유로운 교육과정과 전문성을 추구하고 있다.
소명학교 도서관 모습. 소명학교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입시 경쟁에서 자유로운 교육과정과 전문성을 추구하고 있다.

나님의 부르심을 찾는 학교
학교를 찾아간 날은 수도권에 큰 비가 내렸다.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밝고 활기찼다. 학생들은 주저함 없이 인사하며 낯선 이를 반겨주었다.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북카페를 찾아와서 자기들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자신감이 차 있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소명학교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이루어지는 학교입니다. 소명은 단순히 좁은 의미에서 직업을 말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나님의 통치가 일어나도록 하는 부르심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그 소명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소명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교육의 자율성이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교사의 자율성이고 수업운영의 전문성이다. 교육과정을 꾸리는 데도 입시와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정승민 교사는 “학생들의 상황에 따라 시간표를 운영할 수 있고, 수업에 대한 편성권도 우리 학교가 갖고 있다.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자율성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공교육 현장과 큰 차이”라며 직접 공교육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주었다. 

물론 교사의 에너지 소모는 큰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교육 효과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두고 교육을 하는 일반 학교와 달리, 소명을 찾아갈 수 있도록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과정이다. 획일적 다음세대는 소명학교에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정 교사는 “진짜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안교육을 하기 위해 40여명 교사들이 전력을 쏟고 있다.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보를 교육하고 연대할 수밖에 없다. 다음세대라는 소중한 불씨를 우리는 살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에선 나를 발견하게 된다”
소명학교는 7~9학년 중등과정, 10~12학교 고등과정을 현재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프로그램도 독특하다. 

구체적으로 ‘울림과 세움’은 7~8학년 학생들이 자기관리와 관계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코칭형 그룹수업이다. ‘배움과 섬김’은 중등과정 학생들을 위한 선택형 은사수업이다. 10~11학년 고등과정 학생들은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신 이유를 발견할 수 있는 ‘소명아카데미’와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탐색·탐방하는 ‘사회소명’ 과정에 참여한다. ‘국토순례’(중등), ‘비전트립’(고등), ‘단기선교’, ‘7인7색 배낭여행’, ‘그랜드투어’ 등 색다른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소명학교 수업은 토론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다. 

소명학교는 재직 교사들의 초등학교 자녀가 30명에 달하면서 내년 초등학교 과정도 준비 중에 있다. 부모 교사들과 자녀들이 안정적이면, 소명학교 전체 학생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별히 소명학교에는 학부모들을 주축으로 ‘소명협동조합’이 결성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었다. 학교 북카페에서 커피를 주문 받았던 사람은 학부모였다. 학부모들의 제안으로 지난해 시작했고, 카페 수익금과 교복 판매, 도서 판매, 수익사업 등으로 만들어진 이익은 다시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투여하는 구조다.

이날 만난 재학생들은 저마다 학교를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김현명 학생은 소명학교에서 중등과정을 한 후 고등과정까지 하게 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고 했다. 스스로 진로와 소명을 발견해가는 교육이 항상 좋았기 때문이다.

“백지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색깔을 입힐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 많아서 힘들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내 뜻을 펼칠 수 있습니다.”

10학년 학생들은 조만간 한 달 간 영국 체험 프로그램을 앞두고 있다. 영국을 기대하고 있는 김태형 학생은 “우리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지 않는다. 나 자신이 발전할 수 있도록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며 학교를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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