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와 과부 돕는 일, 교회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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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와 과부 돕는 일, 교회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7.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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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이랜드재단/이랜드복지재단

모기업 이랜드 DNA 그대로…‘지식경영’ 기반으로 ‘잘 돕는’ 단체
‘매칭 펀드’ 형태로 한국중앙교회와 함께 ‘부활절 사랑 나눔’ 전개
‘가정밖청소년’ 40만명…신(新)복지 사각지대 소외된 이웃으로 규정
지난 3월 동해안 산불피해 긴급지원 모습.
지난 3월 동해안 산불피해 긴급지원 모습.

“우리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 일합니다”

국내 굴지의 기업 이랜드가 제1의 경영이념으로 ‘나눔’을 내세우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난 1991년과 1996년에 각각 이랜드재단과 이랜드복지재단을 설립했다. 그룹은 재단을 통해 매년 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특히 “여호와께서 나그네를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를 붙드시고”(시편 146:9)라는 성경 말씀을 나눔의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교회와의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더 큰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재단 사무국을 방문해 재단의 사업과 비전, 특히 한국교회와의 동반관계가 가져다줄 유익에 대해 들어봤다.

 

운영비 2%의 비결

이랜드재단은 지난 30여 년간 경제적, 심리·정서적, 사회적인 어려움에 처한 가정들을 대상으로 일해왔다. 특히 공공이나 민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찾고 그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간 1만 5천여 위기가정에 약 164억원이 흘러갔고, 저소득가정 청소년 5천여 명에게 67억원이 장학금으로 전달됐다. 467개 미자립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기구)를 돕는 일에도 50억원에 가까운 돈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운영비를 2% 범위 안에서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왔다. 이마저도 그룹에서 들어오는 비용에서만 운영비를 지출한다. 타 기업이나 단체에서 들어온 기부금에 대해선 전혀 운영비를 떼지 않는다. 이랜드재단의 운영비 비율은 여타 국내 복지 분야 NGO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비결이 뭘까.

우선 모그룹의 ‘지식경영’ 마인드가 재단에도 그대로 이식돼있는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랜드재단의 이윤정 본부장은 “기부금이 어떻게 저희한테까지 전달되는지를 알고 있기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며 “직원들 모두 단 1원이라도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사용되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재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운영비 절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체는 전국에 흩어진 ‘현장 간사’들이다. 과거 ‘그룹홈’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던 시절, 재단은 그룹홈을 운영하는 교회와 민간단체들을 도왔다. 당시 재단의 지원을 받아 그룹홈을 운영하던 이들이 주가 되어 ‘현장 간사’제도가 작동하고 있다. 이 현장 간사들이 지역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실질적 지원을 끌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저희의 사업 원칙 가운데 하나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입니다. 현장을 알아야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뿐만 아니라 사후 점검 때도 반드시 현장 방문이 이뤄집니다. 이를 통해 적절한 지원이 이뤄졌는지, 추가 지원이 필요하진 않은지 살펴볼 수 있죠.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비용이 드는 부분이죠. 이럴 때 ‘현장 간사’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분들은 저희와 같은 마음을 가진 헌신 된 분들이십니다. 과거 재단의 사업에 참여하셨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계십니다. 이분들 가운데에는 목사님과 사모님들도 여럿 계십니다. 신규로 현장 간사를 뽑더라도 믿을만한 분들의 추천을 받고, 철저한 검증 절차를 진행합니다. 소중한 기부금을 맡게 되는 분들이니까요. 현재는 9개 지역에서 9명의 현장 간사들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랜드재단이 지난달 진행한 기부 캠페인 ‘러브 업그레이드’.
이랜드재단이 지난달 진행한 기부 캠페인 ‘러브 업그레이드’.

“교회는 좋은 파트너”

이미 이랜드재단과 이랜드복지재단은 한국교회와의 폭넓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윤정 본부장은 “재단의 본질적 사명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인데, 교회 역시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가장 사명감 있게 실천하는 조직이다 보니 방향성이 맞닿는 부분이 있다”면서 “낮은 자를 섬기려는 교회의 관심이 재단의 유무형 자원과 만나면 더 큰 의미의 이웃사랑이 가능해진다. 교회는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한 가장 좋은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랜드재단은 재단과 교계의 공동 사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현장 간사 시스템을 통해 도움이 절실한 이웃을 현장에서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다. 지원 이후에는 반드시 재방문을 통해 지원금 사용 내역과 지원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내용은 성도들에게 바로 보고할 수 있도록 리포트로 작성된다.

이밖에 운영비 전액을 이랜드에서 부담하여 기부금 전액을 대상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매칭 펀드를 통해 지원 규모를 확대할 수도 있고, 그룹 홍보실을 통해 교회의 사회공헌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한국중앙교회(담임:임석순 목사)가 지난 부활절 이랜드재단에 ‘지역사회 이웃사랑 기금’을 위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미 적극적인 사랑 나눔을 실천해 온 교회지만 더욱 실제적인 지원을 위해 재단에 도움을 요청해온 것. 교회는 절기 헌금으로 모인 5천만원을 재단에 기부했다. 재단에서도 매칭펀드 형식으로 5천만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렇게 마련된 총 1억원의 기금은 재단이 가진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선별 지원됐다.

분당우리교회(담임:이찬수 목사)도 재단의 좋은 협력 파트너다. 재단이 매월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위기가정을 발굴하여 교회에 정보를 제공한다. 교회는 한 달에 10가정씩, 연간 120가정을 돕는다. 교회의 구제 사역이 지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과 광주, 울산 등에서 총 10곳의 노인복지재단을 운영하는 이랜드복지재단도 교회와의 협력을 지역복지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적극 활용중이다. 이랜드복지재단의 김욱 본부장은 “교회의 경우 구역이나 목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이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찾기 쉽다. 이들을 중심으로 일대일 매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경로 식당의 경우 특히 교회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것부터 배달까지 협력의 모습도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또 “우리의 모습을 통해 복음을 전할 기회가 마련되길 바라지만 공적인 분야에서 노골적인 복음 전파는 쉽지 않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교회와의 연계 활동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정체성을 알릴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위기청소년 함께 구하자

이랜드재단은 항상 ‘이 시대의 고아와 과부’가 누군지를 고민하는 단체다. 최근에는 ‘학교밖청소년’·‘가정밖청소년’으로 불리는 위기청소년들을 새로운 사각지대의 소외된 이웃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돕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랜드재단에 따르면 공교육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학령기 아동·청소년 가운데 약 40만 명( 5%)이 학교와 가정의 돌봄, 양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윤정 본부장은 “연간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지원되는 비용이 1인당 1,000만원에 달하는 데 반해 가정밖청소년에게는 1인당 불과 100만원 가량의 지원이 돌아간다”며 “가정밖청소년 중 31%가 빈곤과 가정폭력으로 ‘살기 위해’ 거리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 교회와 함께 이들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싶다”고 협력을 제안했다.

이윤정 본부장은 “요즘 저출산 문제로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귀하게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지 못하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 아이들이 거리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어딘가에서 자립을 준비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회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욱 본부장도 “교회마다 청년이 줄어들어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위기청소년 사역은 이 문제의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청년·청소년들이 교회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교회에 오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그들을 잘 돌보고 있는 기관을 돕는다면 그 열매는 결국 교회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며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때가 되면 교회로 돌아오고, 청년 기독교인이 사라지는 현실 속에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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