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황당한 질문 같지만, 의외로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차 목사. 그.. 젊은 사역 하시는 분들은 맥북을 많이 쓰시던데, 그게 필수인가?”
라고 물으시는 선배 목사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10년 넘게 맥북을 사용하고 있고, 그 이전에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렇듯 윈도우 pc를 사용했습니다. 최근에는 두 가지 기기를 모두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고요. 그 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객관적인 답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양쪽의 극단을 모두 배제하고 싶습니다.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추려면 맥북이 필수이다.”
“맥북? 쓸모 없는 허세다”
분명 맥북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고, 그것이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 생산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체 불가한 기능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저는 왜, 어떻게 맥북을 쓸까요?
1. 영상 작업을 위해
- 이제 사역할 때 영상 작업은 운전만큼이나 필수가 되어버렸죠. 영상 편집을 할 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 중에 ‘프리미어 프로’가 있습니다. 전문 직업인들도 활용할만큼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매월 24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구독료를 내야합니다. 비슷한 프로그램인 ‘소니 베가스’도 있지만 역시 최근 구독제로 바뀌어서 장기간 사용할 겨우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줍니다.
여기에 대한 좋은 대체재로 ‘파이널컷 프로’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체적인 성능도 뛰어나지만 구독제가 아닌, 한 번의 구입으로 평생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35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데, 교육 할인을 이용하면 24만원에 파이널컷 만큼이나 성능이 좋은 음악 편집 프로그램들까지 패키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맥북에서만 구동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맥북을 사용합니다.
2. 키노트를 위해
- 어느 교회든 설교 때 파워포인트를 유용하게 활용합니다. 키노트는 애플에서 만든 파워포인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의 비슷한 목적으로 태어난 프로그램이지만, 키노트는 편집의 자율성이나 구동에 있어 훨씬 더 직관적이고 깔끔합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들의 디자인도 좋아서 요즘 감각에 맞는 디자인을 만들기 편리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 역시 맥북에서만 구동이 됩니다.
3. 아이폰과의 연동을 위해
- 아이폰과 연동을 해두면 여러모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맥북 메모장에 적어놓았던 내용이 자동으로 핸드폰 메모장에 넘어오기도 하고, 사진도 쉽게 이동할 수 있고, 파일간의 이동도 airdrop 기능을 이용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2)에 있는 키노트를 사용할 때도 아이폰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ppt리모컨의 대체로도 활용할 수 있고, 아이폰 화면이 다음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프리뷰 모니터의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4. 가격
- 원래 맥북은 가격이 비싼 축에 속했으나, M1 chip이 개발된 이후로 가격이 대폭 낮아져서 비슷한 가격대의 타사 노트북보다 월등히 좋은 성능을 냅니다. 최근 애플에 일어난 가장 큰 혁신이었죠.
자, 그렇다면 과연 이 기능들은 기존의 윈도우 pc로는 대체 불가능할까요? 아니요 모두 대체 가능한 기능입니다. 이제는 모든 스마트기기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져 있어서 지금 이야기한 것들을 모두 일반pc, 태플릿, 심지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다 구동할 수 있는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맥북을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는 어디까지나 취향과 편의성 그리고 다루는 사람의 숙련도와 관련된 문제이지, 젊은 사역의 필수라고 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혹시나 ‘사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야 돼’라는 핑계로 사모님을 설득할 목사님이 계셨다면, 오늘 신문은 절대 집에 가져가지 않으시는 게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