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사립학교의 본질 우리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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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사립학교의 본질 우리가 지킨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6.20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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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 (19)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를 가다

지난해 사학법 개정 계기로 창립…‘내적 갱신과 법적 변화’ 도모하는 전문단체
첫 번째 사업으로 ‘자정위원회’ 발족, “강력한 윤리강령 세우고 따르도록 할 것”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함승수 교수. 함 교수는 기독 사립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차원뿐 아니라 내적 갱신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함승수 교수. 함 교수는 기독 사립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차원뿐 아니라 내적 갱신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심과 불신, 통제의 대상이 되어버린 사립학교의 현실을 통감하며 기독사학 법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이재훈 목사, 이하 네트워크)는 하나님께서 주신 교육적 책임과 기독사학으로서의 긍지·사명을 새롭게 하기 위한 각종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다. 단체의 실무를 맡은 사무총장 함승수 교수(숭실대학교)를 만나 기독사학의 현실과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의 ‘진심’을 들어봤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의 내용이다. 헌법에 따라 모든 국민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국민에 대하여 교육을 담당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해방 후 교육권을 책임질 재정적 능력이 부족했다. 19세기 말 선교사들이 세운 여러 학교를 비롯해 개인이 설립한 사립학교들은 국가를 대신하여 이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 왔다. “국가가 사립학교에 부채를 지고 있다”는 교계의 주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

특히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을 수용하기 위해 당시 박정희 정권은 먼저 초등학교(당시 초등학교) 설립에 치중했는데 베이비부머들이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정권은 국공립 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대신 이미 설립된 사립학교를 ‘국공립화’ 하는 쪽을 택했다. 새로 학교를 세우는 것보다 재정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었다. 이후 재정 지원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면서 사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이 문제였다. 학생선발, 교과과정, 등록금에 대한 규제가 이뤄졌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교원임용권이 사실상 박탈됐다.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은 여기서 나온다.

전체 사학의 65%가 개신교계통이다 보니 ‘저항운동’이 기독사학을 위주로 일어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마침내 지난해 최초의 기독사학 법인연합체로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가 설립됐고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맡았다. 네트워크에는 현재 전국의 약 70개 법인 150여 개의 기독교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의 현장에서도 온전한 기독교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교회 헌법소원’, ‘전국 기독교학교 신앙교육 활성화 연구’ 등 여러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적 갱신이 먼저

사무총장 함승수 교수는 단체의 실무자로 일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일단 기독사학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

“일반적인 담론 안에서는 ‘사학’이라고 하면 ‘비리’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인사 비리, 채용 비리, 재정 비리를 이야기하죠. 거기에 ‘기독교’ 하면 ‘배타성’ 아닙니까. 둘이 합쳐져 ‘기독사학’은 ‘배타적인 비리 집단’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니죠. 전체 비위 사례에서는 기독 사학의 비율은 1%가 채 안 됩니다. 공립이 훨씬 많고요. 다만 기독 사학에서 일어나는 비리의 유형이 자극적이고 질 나쁜 경우가 많은 점은 반성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함 교수는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에 대해 ‘법적 변화’와 ‘내적 갱신’을 모두 아우르는 전문단체라고 소개했다. 외부에서 자신들을 ‘법적 변화’만 도모하는 단체로 보는 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지난해 11월 네트워크의 첫 번째 공식 사업으로 ‘자정위원회(위원장:김신 전 대법관)’를 출범한 것도 단체가 얼마나 ‘내적 갱신’에 집중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함 교수는 ‘자정위원회’라는 이름을 두고도 내부에서는 불편해하는 시각이 많았다고 했다. ‘자정’ 대신 ‘변혁’이나 ‘혁신’, ‘발전’을 붙이자는 것. 그러나 보다 엄격한 윤리 의식을 세상에 선포하고, 기독사학이 세상 앞에 더욱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자는 취지에 구성원들이 공감하며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아냈다.

“사학법 개정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종종 논란이 있었죠. 그때마다 한국교회는 ‘힘의 논리’로 문제를 풀기 위해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당시 개정된 사학법을 재개정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한편으로 교회의 공공성이 상실된 측면이 있습니다. 마치 교회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처럼 비치기 시작한 거죠. 우리는 과거와 달리 ‘신사적인’ 방법으로 법적 변화와 내적 갱신을 모두 아우르고자 합니다.”

 

지난 2월 열린 기독사학비전선포식. 이 자리에는 김신 전 대법관과 이정미 헌법재판관 등이 참여해 기독사학의 사회적 책무와, 헌법소원 진행 과정을 소개했다.
지난 2월 열린 기독사학비전선포식. 이 자리에는 김신 전 대법관과 이정미 헌법재판관 등이 참여해 기독사학의 사회적 책무와, 헌법소원 진행 과정을 소개했다.

“지식의 근본” 믿어야

‘기독교학교의 정체성 수호’와 ‘기독교학교의 발전’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를 이끄는 두 가지 핵심 목표다. 그런데 이 가운데 ‘기독교학교의 발전’에 대한 관점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이 운동의 또 다른 어려움이 발생한다. 함 교수는 ‘기독교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했던 많은 기독사학들이 결국 ‘수월성 교육’에 열을 올려야 했던 것을 언급했다.

“일부 기독교 사학들은 자사고 전환 후 진보 교육감도 인정할 만큼 진정성 있는 기독교교육을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국영수’ 비율을 낮추자 학부모들이 반발하더라는 겁니다. 똑같은 돈을 냈는데 대입에 불리한 교육을 했다는 거죠. 기독 사학들이 이런 목소리 앞에서도 더 당당하게 기독교교육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

함 교수는 네트워크의 상임이사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의 말을 빌려 “여호와를 경외하는 일이 지식의 근본이라는 믿음이 우리 안에 있는지 점검해볼 때”라며 “기독교교육을 하면 수월성 교육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력한 ‘기독교교육’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월성이 높은 인천 숭덕여고, 안산 동산고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 학교들에 가보면 교사들이 선교단체 간사인가 싶을 정도로 뜨겁더군요. 이 말은 선생이든 교목이든 몇 명만 복음에 미쳐있으면 기독교학교가 발전할 수 있다는 뜻 아닐까요. 그래서 다가오는 11월에 열리는 네트워크 전체 모임은 ‘부흥회’ 형식으로 개최하려고 합니다. 교장은 교장대로, 교목은 교목대로, 이사장은 이사장대로 소명의식을 새롭게 하고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자리가 될 겁니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이사장 이재훈 목사.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이사장 이재훈 목사.

 

풀어야 할 오해들

지난해 개정된 사학법 조항 가운데 교계에서 가장 문제삼는 것이 바로 ‘시험 위탁 강제 조항’이다. 교원 선발 시 1차 시험을 국가에서 치르고 기준을 충족한 이들로 정원의 5배수를 사학에 보내 채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사학들이 ‘시험 위탁 강제 조항’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미 대부분 지역에서 시험 위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광주와 강원 등은 100% 교육감 위탁으로 교원을 선발하고 있다.

함 교수는 이같은 시각에 대해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각 교육청에서 ‘재정지원’ 등을 빌미로 사실상 시험 위탁을 유도해왔다는 것. 위탁하지 않는 사학에는 강력한 감사를 시행하는 등 사학들을 압박해온 탓에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는 것. 함 교수는 “그런데도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위탁을 하지 않겠다는 학교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마저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가령 1차에서 5명을 보냈는데 그 가운데 건학이념에 반하는 사람들만 있더라도 사학은 반드시 한 명을 임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뽑고 싶은 사람을 뽑겠다는 주장이 결코 아니다”라며 “공정하게 하되 공정의 ‘룰’을 학교가 정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이미 많은 사학이 공정하게 뽑고 있다. 이걸 더 강제하겠다는 것은 과잉”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네트워크가 연구하고 있는 ‘바우처 제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미국식 시스템이다. 국가가 학교에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현행 방식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바우처를 지급하여 간접지원하는 방식이다.

국가의 직접 지원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직접 지원은 흔하지 않다는 게 함 교수의 설명이다. 바우처 제도를 통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은 학교는 마음껏 설립 정신에 근거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현장의 반대가 큰 것은 숙제다. 함 교수는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도 저도 아닌 학교는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핵심은 신앙교육이 가능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교가 기독교교육을 강조하고자 할 때 그것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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