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의 ‘사랑의 집짓기’, 구호 창구 일원화의 선례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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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의 ‘사랑의 집짓기’, 구호 창구 일원화의 선례로 남을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5.30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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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집 잃은 동해안 주민 위한 프로젝트
지난 3월 착수… 오는 8일부터 지원자 모집
12평 규모, 장애인과 차상위계층에 우선순위
한교총이 경상북도 울진지역에 짓고 있는 ‘사랑의 집’ 견본 주택.
한교총이 경상북도 울진지역에 짓고 있는 ‘사랑의 집’ 견본 주택.

한국교회총연합회(대표회장:류영모 목사)가 지난 3월 말 착수한 동해안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회원 교단들의 역량을 한데 모아 진행한 이번 사업은 초반 목표인 35채를 넘어 75채를 목표로 2차 모금을 계획하고 있다.

‘사랑의 집짓기’ 프로젝트는 지난 3월 한국교회총연합 임원진이 산불 피해현장 답사를 다녀온 직후 곧바로 궤도에 올랐다.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는 당시 369가구가 불에 타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것을 한교총 상임회장단에 보고하고, 전체 전소 가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35채의 새집을 지어줄 것을 건의했다. 한교총은 한 채당 4천만원 전후의 비용을 들여 12평 규모로 집을 지을 것을 결의했으며, 회원 교단 1곳에 최소 1채씩 맡기로 의견을 모았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한교총과 국민일보가 공동으로 모금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후 한교총 차원의 추진원회가 구성됐으며, 울진기독교연합회 중심으로 협력위원회를 조직했다. 공개입찰을 통해 아이엠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게 됐고, 오는 9일 영동침례교회에서 견본주택을 공개할 예정이다.

거주자 모집은 8일부터 시작된다. 추진위원회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모금’이나 ‘건축’ 이상으로 거주자 선정의 기준을 세우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처음 사업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피해 주민 가운데 ‘교인’들에게 새집을 지어주자는 취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 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지역 주민들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교인과 비교인을 구분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피해 지역 주민 가운데 장애인과 저소득층에게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피해 주민 가운데 12평 규모의 주택을 원치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결정에 힘을 실었다. 실제 한교총 회원 교단 가운데서도 이같은 이유로 별도의 지원을 전개한 교단들도 있다. 예장 고신 총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교총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재난 지원금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장 고신 총무 이영한 목사는 “한교총에서 지어주는 설계도대로 거주할만한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더라. 차라리 돈으로 드리는 것이 오히려 낭비 없이 사랑을 전하는 방법인 것 같아서 별도의 지원을 했다”며 “한교총과 뜻은 같이하면서도 교단 성도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이 모은 총 7억원의 목적헌금 가운데 1억 5천만원은 사랑의 집짓기에 보태기로 했다. 예장 백석도 교단의 피해 가정을 위해 별도의 건축을 진행 중이다. 주택은 피해 교인의 형편을 고려해 25평 규모로 지을 예정이다.

주거 전문 국제 NGO 해비타트도 한교총과 함께 10채의 목조주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체 설계도를 바탕으로 하지만, 이 또한 한교총과 연계하여 진행되는 사업이다.

일부 교단들이 부분적으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한국교회의 지원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사랑의 집’이 중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음은 변함이 없다. 그간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통합 논의가 나올 때마다, ‘구호 창구 일원화’가 주된 이유로 거론되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랑의 집’ 프로젝트는 구호 창구 일원화가 실현된 상징적인 모델로 남을 전망이다. 다만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지원의 실효성을 입증해야 할 숙제가 한교총에게 남아 있다.

피해 당사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울진기독교연합회 회장 이승환 목사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재난을 만났다. 대책회의를 해도 답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한국교회가 즉시 달려와 도움을 주셨다. 교회뿐 아니라 많은 울진의 많은 주민이 한국교회의 사랑을 목격했다”며 “한국교회총연합을 중심으로 모금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35채의 새집을 짓게 하셨는데, 추가로 더 많은 집을 짓겠다고 하니 반가울 따름이다. 하나님이 하시는 귀한 역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집 조감도.
사랑의 집 조감도.

한편 지난 3월 4일 경상북도 울진군 야산에서 원인 불명의 이유로 발생한 산불은 213시간 43분만에 진화돼, 국내에서 역대 최장 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이 불로 주택 319채와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31개소 등 총 643개소가 불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림 피해 면적만 2만 923헥타르(ha)로, 이는 서울 면적의 41%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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