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 잉태되고 자라나기까지 모든 과정, 하나님이 맡겨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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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 잉태되고 자라나기까지 모든 과정, 하나님이 맡겨주셨죠”
  • 이진형 기자
  • 승인 2022.05.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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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역 분만 1위’ 시온여성병원 이승철 원장

시온여성병원, 한 달 200명 이상·누적 분만 6만 건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새 생명 돌보는 것 사명”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6만500명.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30년 만에 3분의 1로 쪼그라들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이자 ‘부동의 꼴찌’다. 지난 2020년에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신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지는 ‘데드 크로스’를 겪었다.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지면 30년 뒤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사회 전체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심각한 ‘인구 절벽’ 시대를 경고하고 나섰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니 주변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건 당연지사.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분만병원은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후죽순 폐업해버렸다. 이미 지방에서는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어 ‘원정 출산’을 가야 하는 상황이고, 산부인과나 소아과에 지원하는 레지던트가 없어진 것도 오래된 일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16년째 수원·용인·화성지역 분만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시온여성병원의 이승철 원장을 만나 그의 신념과 비전을 들어봤다. 이 원장은 ‘새 생명’을 향한 사명감으로 25년째 산모와 아기를 돌보고 있으며, 수많은 생명이 그의 손을 거쳐 이 세상에서 첫울음을 터뜨렸다.
 

시온여성병원 이승철 원장은 ‘새 생명’을 향한 사명감으로 25년째 산모와 아기를 돌보고 있다.

천하보다 귀한 새 생명
“자궁에 착상한 아기는 2mm도 안 될 정도로 작아요. 옛날에는 상상만 했지만,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서 초음파로 그 작은 아기의 심장박동도 볼 수 있죠. 그렇게 작은 아기가 손가락, 발가락이 생기고 40주 정도 되면 저절로 진통이 와서 세상에 태어나는데, 누가 끄집어내지 않아도 좁은 산도를 스스로 통과해 나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더 놀라운 건 엄마 품에 처음 안기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젖을 물고 빠는 겁니다.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한 존재가 세상에 생겨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정말 경이롭습니다. 예수님이 왜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는지 알게 되지요.”

이승철 원장은 ‘천하보다 귀한 새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와 관계를 맺기까지 사랑과 정성으로 산모와 아기를 돌보고 위험으로부터 막아주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했다. 그와 함께하는 170여 명의 시온여성병원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수원시 영통구에 자리한 시온여성병원은 전국에 10개 밖에 없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이다. 이 원장은 지난 2000년 개원할 때부터 기존의 개인의원이나 대학병원과는 차별화된 ‘여성전문병원’을 목표로 삼았다. 특정 진료과목에 대해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엄격한 기준을 거쳐 지정하는 ‘전문병원제도’가 도입된 것이 2009년부터니까 당시엔 생소한 개념이었다.

“의사가 되고 보니 분만병원은 일반병원과 다른 점이 많더군요. 질병이 생기거나 어디가 부러져서 사진 찍고 수술하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세심하고 따뜻하게 환자를 돌봐야 합니다.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10개월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의료진과 산모, 아이가 관계를 맺게 되거든요. 전문성과 안전성은 기본, 친절함과 친밀함까지 갖추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돌볼 수 있는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시온여성병원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라 임신부터 출산, 모유 수유 등 생명 탄생의 모든 과정을 ‘함께’하겠다는 시온여성병원의 철학은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출산율 저하 문제가 심각한 요즘도 시온여성병원에서는 한 달에 200명 이상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으며, 지난 22년 동안 누적 분만 건수가 6만 건이 넘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17년 연속 유니세프 지정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으로 선정됐으며, 지난해에는 전문성과 신뢰도를 인정받아 ‘2021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여성전문병원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원지역 분만 1위인 시온여성병원은 전국에 10개 밖에 없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개원 이후 분만 건수가 6만 건이 넘는다.

복음 전파의 사명
“처음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던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계기가 됐죠. 원래는 역사학자가 꿈이었는데, 죄로 가득한 세상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지식으로만이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문제와 아픔을 어루만지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0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려운 형편에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기에 포기하지 않았어요. 의대 졸업 후 처음 가게 된 병원이 예수병원이었는데,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치며 처음 가졌던 마음이 희미해지던 차에 그곳에서의 수련과정을 통해 다시 사명을 확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온여성병원을 개원했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진 않았다. 병원을 운영하며 동료들과 법적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라고 여겨졌던 순간들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내려놓고 철저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원장은 “이전에는 하나님을 관념적으로만 생각하고 실제적인 믿음이 없었는데,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인간의 삶에 친히 개입하시고 말씀하신다는 것을 그때 진짜로 믿게 됐다”며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모든 것을 맡기자 앞으로 가야 할 길과 그분의 분명한 뜻을 하나씩 알려주시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시온여성병원의 핵심 가치와 미션, 비전 이런 것들을 그때 전부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철 원장은 시온여성병원을 직장으로 삼고 있는 동료들을 향한 비전을 품게 됐다. 주일날 교회에서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창조주를 예배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일터교회’의 비전이다. 병원 내에 신우회도 조직되고 매일 아침 업무 시작 전 각 팀과 부서별로 자발적인 기도모임도 생겨났다. 강제성은 없지만 많은 의료진과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예수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일 년에 두 번씩 전도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27회째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이 원장이 직접 진행해온 전도 프로그램에는 한 번에 12명에서 많게는 20명 이상이 초대 손님으로 참여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이 제게 맡겨진 의사로서의 역할이라면, 복음을 전하고 거듭난 새 생명을 양육하는 건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생명이 탄생하고 모유를 먹으며 자라나는 것처럼 영혼이 거듭나면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돼야 하죠. 아기가 태어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성장하는데, 영적으로 성장이 멈춰버린 성도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워요. 주일날 교회만 출석하는 구경꾼이 되면 안 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우리도 자기의 전문 영역과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사역자가 돼야 합니다.”
 

시온여성병원은 생명·사랑·회복을 핵심가치로 신뢰받는 병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온여성병원은 생명·사랑·회복을 핵심가치로 신뢰받는 병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온여성병원은 생명·사랑·회복을 핵심가치로 신뢰받는 병원을 만들어가고 있다.<br>
이 원장은 삶의 현장에서 창조주를 예배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일터교회’의 비전을 품고 있다.

하나님이 맡겨주신 일
복음 전파에 힘쓰는 건 병원에서 뿐만이 아니다. 이 원장은 2003년도부터 매년 파키스탄, 몽골, 우즈베키스탄, 인도, 시리아 난민촌 등을 다니며 의료봉사를 펼쳤다. 코로나19로 의료선교는 잠시 중단됐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는 언제든,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있다. 

“1998년 예수병원으로부터 100주년이라며 기념 책자를 받았는데, 거기에서 1898년도에 처음 병원을 개척한 마티 잉골드 선교사의 일기를 보게 됐어요.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30세의 미혼 여의사였는데, 그녀가 4개월 동안 배를 타고 와 작은 초가집에서부터 시작한 일이 100년이 지난 오늘날 저한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믿어지나요? 그 이후로 이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가 나한테서 끊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민족들이 너무나도 많거든요.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어떤 모습이든지, 천국 복음을 전파하는 지상명령을 완수하는 일에 동참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비전을 묻자 이 원장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야기했다.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가는 영적·육체적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맞게 회복되는 것이 그가 꿈꾸는 하나님 나라라고 했다. 처음 병원을 설립할 때 가졌던, 누구나 그렇듯 좋은 병원을 만들고, 병원의 규모가 커지고, 해외에도 진출하는 등의 부푼 꿈은 내려놓은 지 오래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을 따라 병원을 운영한다. 국내 최초 체계화된 산전교육을 위한 ‘샬로머 제도’, 국내 최대 산모교실 ‘매터니티스쿨’ 개최, 자연주의 출산, 캥거루 케어, 모자동실 등의 출산문화를 선도하는 정책들이 그 결과다. 전국 최초로 산모를 위한 자유 진통실을 운영하기도 하고 모유 수유를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전담팀도 만들었다. 이승철 원장이 직접 분만을 맡을 때면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기도를 해준다. 산모에게 허락을 구했을 때 아직까지 거부하는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겁니다. 새로 태어난 생명 안에 하나님의 형상과 하나님의 생명이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하죠. 그래서 생명이 잉태되고 탄생하는 과정을 돕는 건 하나님이 우리에게 특별히 맡겨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세상에 만연한 각종 감염병과 전쟁, 저출산과 임신중절 합법화 등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문제들은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 다룰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면 인간은 그때부터 자기중심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다면 이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귀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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