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에서 메난데르로, 이단은 이단을 낳으며 교회로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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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에서 메난데르로, 이단은 이단을 낳으며 교회로 계승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5.24 0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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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10)

유스티누스의 『모든 이교도들에게 보내는 글』에 의하면, 로마에서 활동하던 시몬은 얼마 후 다시 사마리아로 돌아왔는데 이 때에는 ‘헬레나’라는 창녀를 데리고 와 동거하면서 로마에서 번 돈으로 부요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그는 자신을 가장 절대적인 하나님으로 주장했다고 한다. 즉 자신은 창세기에 나타난 창조주이며, 자기 위에는 자기를 지은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헬레나는 ‘데미우르고스’를 낳은 어머니로서 모든 창조주들의 근본 어머니였다고 가르쳤다. 자기 자신 곧 절대의 하나님 시몬과 우주의 어머니 헬레나만 영위했던 성생활을 인간들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이제부터는 참 하나님의 것을 인간들에게 재교육을 시킨다고 하여 사마리아의 많은 청춘남녀들을 환각상태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유스티누스는, 참 하나님의 얼굴에는 고난과 인내와 사랑과 용서와 평화가 깃들어 있고, 악마의 얼굴에는 돈과 향락과 명예와 시기와 질투와 분쟁으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시몬 마구스가 신의 이름을 빙자한 이단이라는 말이었다.

메난데르: 시몬 마구스의 제자가 메난데르(Menander, Menandros)였다. 그도 영지주의 인물로 간주되고 있는데, 그 이후의 영지주의자들이 사토르니우스(Satorninus), 바실리데스(Basilides), 케린투스(Cerinthus), 마르키온(Marcion), 발렌트누스(Valentinus) 등이다. 이단은 이단을 낳는다. 시몬 마구스의 이단 사상이 메난데르에게 계승되었고, 메난데르의 제자가 사투르니우스와 바실리데스였다. 이 이단 사상이 케린투스에게 전파되고 케린투스가 후에 소개할 마르키온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래서 이단에는 계보가 있다. 이단은 이단을 낳고, 그 이단은 이름을 달리하지만 교회 전 시기에 계승된다.

메난데르도 시몬 마구스처럼 마술을 행하고 자신을 따르는 자는 영생한다고 주장했다. 유스티뉴스는 『모든 이교도들에게 보내는 글』 서문에서 시몬과 그 이단적 행실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겨 주고 있다. “주께서 승천하신 후 마귀는 그 즉시로 사마리아에 가라지를 뿌렸으니 이것이 곧 마술사 ‘시몬’이다. 마귀가 이 도시를 택한 것은 예루살렘과 온 유대를 벗어나 땅 끝으로 나아가는 관문이 곧 사마리아였기 때문이다. 이 사마리아 태생의 마술사 시몬이 곧 모든 이단의 아버지였다. 그는 모든 사도들보다 먼저 활동을 시작했고 물론 사도 바울보다는 훨씬 앞서서 성령의 역사를 훼방하였다. 또 그의 곁가지가 메난데르였고, 이 가라지의 열매가 큰 위협이었던 마르키온(Marcion)이었다. 사마리아인들은 작은 자에서부터 큰 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마술사 시몬을 일컬어 ‘이 사람은 큰 자라 곧 하나님의 능력이라’하여 그를 청종하였다.”

케린투스: 케린투스(Κήρινθος, Cerinthus, c. 100)는 시몬 마구스의 추종자로서 시리아의 영지주의자였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부인했던 가현설을 따랐던 인물이었다. 이레니우스는 케린투스의 주된 이단성을 이렇게 요약했다. “율법과 선지자들에 의해 선포된 신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율법과 선지자들에 의해 선포된 신은 우리에게 알려졌으나, 신약의 하나님은 알려지지 않았다. 구약의 하나님은 의로우시지만 신약의 하나님은 자비로운 분이다. 크레도는 이 원리에서 신구약 성경을 읽었다. 즉 구약의 하나님은 의로우시기는 하나 무자비하고 무서운 신이며 복수하시는 신이지만, 신약의 하나님은 선하시고 자비로운 신이라고 했다. 크레도는 로마에서 마르키온과 함께 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여정에서 마르키온은 크레도의 이단설을 계승한 것이다. 즉 마술사 시몬 → 영지주의의 아버지였던 메난데르 → 케린투스 → 마르키온으로 연결된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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