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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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 승인 200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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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51주년을 앞두고 다시는 이 땅에 동족상쟁의 비극이 없도록 호국·안보태세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최근 발생한 북한상선의 우리 영해 침범으로 해이해진 안보의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북한 상선 세척이 ‘상부의 지시’를 내세우며 제주해협에 들어와 무단항해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들어 사실상 눈감아 줬다. 게다가 사전통보나 허가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면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을 미리 내 비쳤다. 더구나 이들 상선 가운데 두 척은 휴전 후 지금까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서·동해 북방한계선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갔다니 이는 북한이 앞으로 이 선례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에 긴급전통문을 보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하는 한편 해운 합의서의 조속한 체결을 위한 협상을 촉구했다. 결국 첫 대응을 잘못하는 바람에 재때에 변변한 항의조차 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꼴이 됐다.

6.15정신과 남북화해 분위기에 따라 북한상선의 항로 단축을 위해 지금까지 적용해 오던 ‘교전규칙’이 아닌 이른바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을 적용한다해도 북한측의 사전요청, 우리 당국의 허가와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 경우에도 호혜적인 원칙이 적용돼야 함은 물론이다. 남북관계가 진정한 신뢰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합의와 관행을 지키고 현상의 변화를 도모할 때는 대화와 협의를 거친다는 기본룰이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도발의 용인은 또 다른 도발로 이어질 뿐이며 안보를 양보하고 얻어낸 대화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음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보이고 있는 언행들은 성급하다 못해 경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언행들은 당장 휴전선에서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장병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들의 안보의식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전국민 안보의식 해이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부추길 소지마저 있어 우려를 갖게 된다.

차제에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안보의식과 국가관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믿는다. 철저한 안보태세를 가질 때 비극의 역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나간 역사를 기억하고 후대들에게 그날을 바로 인식케 하자는 것이다.

용서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백지로 돌리고 잊어버린다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하되 잊지 말자는 것이다. 1972년 국교회복을 위해 처음으로 중국을 찾아온 일본의 다나카 수상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주은래 총리는 전사불망(前事不忘), 후사지사(後事之師) 라는 속담을 인용했다고 한다. 지난날의 일은 잊지 말고 앞날의 교훈으로 삼자는 것이다.

교회는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통해 안보의식을 바르게 했으면 한다. 나아가 나라를 위해 희생당한 장병들의 가족과 치료받고 있는 상이군경들을 위해 기도와 성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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