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죽음,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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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세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5.2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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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배우자 사별, 어떻게 준비할까’

배우자 사망, 인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
노인 우울증, 각종 신체증상 유발하기도
‘신앙공동체’의 돌봄…슬픔 극복에 도움

3년 전, 30년 넘게 동고동락한 남편을 암으로 떠나보낸 권순자 씨(가명·64)는 괜찮다가도 밀려오는 상실감에 괴로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직후에는 자식 내외와 이웃들이 와서 위로를 해주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가족들의 방문도 이웃의 관심도 점차 끊겼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 상황은 가까운 지인들의 발길마저 끊게 했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권 씨는 “앞으로도 2~30년의 세월을 혼자 쓸쓸히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한 마음”이라며, “우울감이 심해질 때는 남편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호소했다.

배우자의 죽음은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충격과 아픔으로 다가오는 사건이다.
배우자의 죽음은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충격과 아픔으로 다가오는 사건이다.

배우자 상실, 가장 큰 스트레스

죽음은 어려운 문제다. 현대의학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기대수명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배우자의 죽음은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충격과 아픔으로 다가오는 사건일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자인 토마스 홈즈 박사가 개발한 스트레스 측정 척도(Holmes and Rahe Stress Scale)에 따르면, 배우자 사망은 ‘100’, 배우자와의 이혼은 ‘73’으로 상실의 슬픔을 통해 겪는 충격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우자의 죽음 이후 남겨진 배우자는 큰 절망감과 슬픔에 빠지기도 하며, 배우자가 살아있을 때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자신을 홀로 남겨둔 채 죽은 배우자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감정들을 가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배우자 사별을 겪은 후 적절한 애도 기간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특히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로 배우자가 죽게 됐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면, 사고의 왜곡에서 벗어나 상대의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노상헌 목사(임상심리학 박사 뉴라이프 아카데미)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의 아픔은 우울증이나 불면 등 각종 심리적·신체적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의 경우 배우자를 잃은 상실감을 믿음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충분한 애도과정을 갖지 못한 채 슬픔을 억누를 경우 우울증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사별 직후에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고, 주변의 관심과 위로가 많아 사별을 체감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별의 아픔은 3~6개월 후부터 강렬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노 목사는 “배우자 사별 이후 짧게는 1년 후 늦게는 3년 안에 대부분 상실의 감정을 극복하게 된다. 하지만, 3년 이후에도 계속 배우자 상실로 우울해하거나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을 때는 문제가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3년의 기간을 지켜보고, 본인 힘으로 문제를 이겨낼 수 없다면 전문가 상담과 약물치료가 필요할 것”이라며, “교회에서는 신앙공동체가 이들의 아픔에 충분히 공감해주고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목회적 돌봄을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웰다잉 교육’

비단 배우자의 죽음뿐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가 죽는다”라는 대명제 앞에 인류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가까워지는 죽음의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고 적극적으로 대비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는 ‘메멘토모리’라는 책을 통해 “세상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다 죽었다. 그들 중에 죽음이 뭔지 알고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음이 두렵지 않고 관심도 없다면 종교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님 이외의 모든 인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고민하고, 공부할 때 노년의 시기를 더욱 풍성하게 보낼 수 있다. 각당복지재단(아사장:라제건)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죽음’을 공론화한 단체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함께 주어진 삶을 더 풍요롭고 의미있게 살도록 돕기 위한 ‘죽음준비교육’을 실시해왔다.

특히 2002년 개설한 죽음준비교육 지도자 과정과 2007년 시작된 한국 최초 웰다잉 전문강사 양성 과정은 한국사회 웰다잉 교육 확산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각당복지재단 산하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소장 윤득형 박사는 “우리가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제한적인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를 깨닫고 주어진 삶을 더욱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을 먼저 보낼 때가 있다. ‘죽음준비교육’을 통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겪게 되는 비탄의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박사는 “죽음에 대한 배움의 과정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통해 겪게 되는 상실의 고통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이 상실로 고통당하는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죽음준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앙공동체’가 사별 극복에 도움

교회 안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사별자 모임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 이창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는 “최근 한 대형교회에서 여성 사별자 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0%가 교회 공동체가 사별 슬픔 극복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응답했다. 사별자들은 예배와 신앙훈련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경험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 교수는 “사별자 모임의 사랑과 돌봄이 슬픔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별자 공동체 안에서 신앙생활이 홀로서기 모임을 통한 소속감, 사랑의 교제, 위로, 슬픔의 나눔을 통해 위안과 회복을 맛보았다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사별자들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의 시각과 편견으로 상처받고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교회 안 사별자들을 돕기 위한 목회적 돌봄과 상담 교육이 요구된다. 그는 “사별자들에 대한 돌봄을 목회자에게만 맡겨두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라며 “정기적인 가정 심방, 애도 과정을 지원, 단기 상담 혹은 지원 제공, 우울증을 진단하고 도와줄 전문가의 연결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상 속에서 사별자의 삶에 직접 개입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많아 배우자를 잃은 경우 사소한 매일의 과업(약 먹기)을 비롯해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삶을 살피는 등의 다각도의 도움을 전하는 일이다.

이 교수는 “공동체적 돌봄과 관심이 있을 때, 사별자들은 사별의 슬픔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할 것이며, 그리스도의 지체로 이 땅 가운데 소망의 가지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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