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교회 이미지… 마을목회가 바꿔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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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교회 이미지… 마을목회가 바꿔놓고 있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5.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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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신대 지난 20일 ‘마을목회에 대한 목회자 인식조사’ 발표
“마을목회 참여하고 있다” 52.7%, ‘복지서비스형’ 가장 많아
‘직간접적으로 교회 부흥에 도움’ 전략적으로 직접 전도 삼가야

지역사회를 섬기는 마을목회가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놓고 있었다. 추락하고 있는 교회 이미지가 복음 전파의 길까지 막고 있는 요즘, 마을목회가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소장:정재영 교수)는 지난 20일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 4층 크로스로드에서 마을목회에 대한 목회자 인식조사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조사에는 목회데이터연구소 회원 목회자와 마을목회 참여 목회자를 중심으로 페이스북과 모바일 조사를 병행했다. 507명이 유효 표본으로 집계됐으며 조사와 분석은 지앤컴리서치가 맡았다.

마을목회가 무엇이냐

마을목회라는 개념의 역사는 길지 않다. 새로운 목회의 길로 마을목회가 제시된 것은 불과 수 년 전. 인식 조사를 위해선 마을목회가 어떤 것인지 정립하는 작업부터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마을목회의 유형을 복지서비스형(빈곤층 돕기, 무료급식, 지역아동센터 등) 공간활용형(교회 공간 제공, 카페·도서관 운영) 생활문화형(공연 및 전시, 상담센터 등) 지역참여형(지역사회 행사 기획 및 운영, 마을공동체 참여) 지역경제형(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5가지로 구분했다.

조사 결과 지역 독거노인이나 빈곤층을 돕는 활동(25.8%, 중복응답)을 제일 많이 하고 있었다. 뒤 이어 지역주민 행사를 위해 교회 공간 제공(14.7%), 지역 마을 환경 개선 활동(12.5%)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복지서비스형(34.4%), 공간활용형(24.7%), 지역참여형(21.9%), 생활문화형(17.9%), 지역경제형(2.2%) 순으로 나타났다. 마을목회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율은 47.3%였다.

 

역시 목사님은 다르네요

여러 방면에서 마을목회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조사였다. 특히 교회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현실을 돌이킬 희망을 봤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마을목회에 참여하고 있는 목회자 중 79.2%마을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아 목회자는 다르다고 인정하거나 칭찬을 해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마을목회가 이미지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다음 문항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응답자의 65.5%마을 주민이 처음에는 마을목회에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이었으나 나중에는 이해해주고 적극 협력했다고 답했다. 지역사회를 섬기려는 진정성이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인식을 돌려놓은 것이다.

논평을 맡은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예전엔 교회와 기독교의 이름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 이젠 교회나 기독교란 이름만 들어도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많이 어려워진 이 시기에 마을목회는 거의 유일한 돌파구라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이제 마을목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지도 모른다. 마을목회에 참여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79.2%는 마을목회 사역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축소할 생각이라는 목회자는 1.3%에 그쳤다. 마을목회의 중요성은 아직 마을목회를 시도하지 않은 목회자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마을목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마을목회의 필요성을 묻자 절대다수인 98.5%가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건이 갖춰지면 마을목회를 할 의향이 있다는 목회자도 96.4%나 됐다.

다만 걸림돌은 역시 자원의 문제다.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마을목회를 하지 않는 이유 1순위로 인력과 재정 등 여건 부족’(31.4%)이 꼽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서’(22.0%)라는 응답과 다른 사역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13.6%)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마을목회하면 부흥됩니까?”

핵심은 마을목회를 하는 이유다. 많은 목회자들이 그래서 마을목회를 하면 교회 부흥이 되느냐고 묻는다. 마을목회가 전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현실은 어떨까.

결론은 어떤 식으로든 교회 부흥에 도움을 준다는 것. 70.4%의 응답자는 교회 부흥에 직접적 도움 되기보다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답했다. ‘교회 부흥에 직접적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는 14.4%였다. 목회자의 대부분(84.8%)은 마을목회가 직간접적으로 교회 부흥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을목회를 효과적인 전도 도구 중 하나로 생각해도 되는 걸까. 이에 대한 의견은 갈렸다. 응답자의 60.6%적극 할 필요는 없지만 기회가 되면 전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전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21.9%전도의 좋은 기회이므로 적극적으로 전도해야 한다는 응답(17.6%)보다 조금 더 앞섰다.

조사를 진행한 정재영 교수는 최근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교회의 봉사활동은 전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회의 사회봉사에서 바람직한 자세도 전도 목적이 아닌 순수한 동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면서 전략적으로 생각해도 마을목회에서 직접 전도를 하는 것은 삼갈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마을목회의 목표가 전도보다는 마을공동체를 세우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목회자들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고 제안했다.

 

복지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그렇다면 앞으로 마을목회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추가 확대하고 싶은 마을목회 활동을 묻자 1순위로 생활문화형(39.5%)이 꼽혔다. 현재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활동인 복지서비스형(19.0%)2위로 떨어졌다.

이미 복지서비스형 마을목회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면 단편적 해석이다. 정재영 교수는 생활문화형을 추가할 의향이 높은 것은 단순한 구제·봉사 활동보다 관계형성을 위한 활동을 지향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마을목회의 목적과 방향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조성돈 교수도 복지서비스형은 사실 마을을 대상으로 복지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마을과 함께하는 사역이 아니라 교회가 가진 자원으로 마을을 지원하는 시혜적 성격의 사역이라면서 앞으로의 마을목회는 마을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을을 위해 무언가 베푸는 객체가 아닌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마을목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마을주민과의 관계설정’(32.1%)이 꼽힌 점도 이와 맥락이 일치한다. 마을목회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교회 내 공감대 형성’(32.1%), ‘마을 현황 및 필요에 대한 정보 획득’(18.7%), ‘재정, 인력 등 후원 확보’(14.6%)가 지목됐다.

사례 발표를 맡은 유승범 목사(검단참좋은교회)자원이 부족해 마을목회를 시작하지 못한다고 하시지만 오히려 작은 교회이기에 더 창의적인 사역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여건이 안 된다면 지역의 교회 연합체와 함께 시도할 수 있다면서 마을목회를 교회 성장의 도구나 프로그램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이것 자체가 교회 삶의 양식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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