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화를 찾았으니 기쁘게 선교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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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화를 찾았으니 기쁘게 선교 떠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5.1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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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중동 난민 캠프 떠나는 청년 선교사
KWMA 집계 30대 이하 선교사 8.39% 불과
희생 아닌 기쁨으로… 삶으로 복음 전하길

한국 선교의 맥이 끊길 위기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국 파송 선교사 수는 22,210명으로 여전히 많은 수를 자랑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30대 이하의 젊은 선교사는 8.39%로 극소수고 50대 이상 시니어 선교사가 63.16%로 대부분의 비율을 차지한다. 세계복음화의 기치를 이어받을 다음 주자들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 보기 드문 청년 선교사가 있다. 선교지에서 일생을 바치려는 젊은 피를 찾기 힘든 시대에 그것도 척박한 사막 속의 난민 캠프로 떠나겠단다. 어떻게 청춘을 좁은 길에 바칠 결단을 할 수 있었을까. 지난달 21, 출국을 일주일 앞둔 정승원 선교사(가명)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내와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중동 난민캠프 선교를 결정한 정승원 선교사. 그는 선교는 희생이 아닌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아내와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중동 난민캠프 선교를 결정한 정승원 선교사. 그는 선교는 희생이 아닌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삶의 이유를 알고 싶었던 청년

모태신앙으로 성실히 자랐다. 크게 삐뚤어지지 않고 부지런히 교회를 다녔던 누가 봐도 신실한 교회 오빠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굴곡이 없어서였을까. 뒤늦은 사춘기는 남들이 이미 한참 전에 훌훌 털고 지나갔을 20대 중반이 돼서야 찾아왔다. 그저 미리 짜놓은 인생의 계획표에 따라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가는 착한 아이의 삶에 넌덜머리가 났다. 틀에 박혀 정해진 삶에 염증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주일마다 성실히 교회에 가긴 했지만 정작 하나님이 나에게 무슨 삶을 원하실지 물어보지 않았다. 삶의 이유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가로 막히자 취업준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도망치듯 대학원에 들어가고도 혼란스러운 마음은 여전했다. 그래서 예수전도단에서 마련한 예수 제자 훈련 학교를 찾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하면 한 걸음도 전진하기 힘들었다.

그곳에서도 하나님이 너 이것 해라라고 정해주시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습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관심이 생겼고 내가 그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죠. 하나님의 일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고 정말 선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선교는 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사명을 받고 선교지로 곧장 떠나려 했던 2007. 신학을 하지 않은 평신도 선교사를 파송하려는 곳은 많지 않았다. 여러 선교지에 연결됐지만 목사 안수를 받지 않았다면 한계가 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속절없이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 생계를 책임져야할 처자식도 생겼다. 이대로 가만있을 수만은 없었다.

제대로 훈련받기 위해 직장을 다니며 야간 과정으로 백석대 신대원에 입학했고 올해 2월 졸업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의 훈련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아무런 준비 없이 선교지로 나갔다면 철저한 실패를 경험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물질과 성품 문제 모두 훈련을 받았어요.”

 

밭에 감추인 보화

처음 선교에 소명을 받았을 때부터 정 선교사의 시선은 중동을 향해있었다. 선교의 끝이 중동이라는 말을 듣곤 내가 가야할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젊은 사람이 중동에 가야한다고 말은 많지만 실제 루트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A국 난민 캠프 사역자와 연결돼 백석대학교회 파송으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습니다. 아내도 선교에 마음이 있었지만 실제로 중동에 간다고 하니까 긴장하고 반대했어요. 저의 소명 때문에 아내의 커리어와 원하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죠. 그런데 준비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시는 기적 같은 은혜를 함께 경험하며 마음이 열렸습니다.”

정 선교사가 향하는 난민 캠프는 세계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곳. 그는 이곳에서 학교 사역을 하던 선교사를 도와 난민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일에 함께 하게 된다. 학교에선 태권도와 영어를 비롯해 예체능도 다양하게 가르치고 있다. 특히 정 선교사의 아내 선교사가 유아교육과를 졸업해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을 도맡을 예정이다.

난민촌의 외관은 허름하지만 그 안에는 이전에 변호사, 의사 등 고위직이었던 사람들도 많습니다. 기존의 삶과 괴리가 크다보니 상실감이 크죠. 중동 지역이라 마음 놓고 복음을 전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품고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제가 품은 하늘 소망을 소개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평생을 들여 단 한 두 사람에게 만이라도 진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정 선교사 부부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 나이의 딸이 있다. 또래 친구들은 학원을 다니며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할 나이. 그럼에도 중동으로, 그것도 환경이 열악한 중동으로 온 가족이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다. 그 어려운 결단을 고민 없이 내릴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은 세상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복음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성경에 밭에 보화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밭을 다 사는 사람의 비유가 나오잖아요. 선교지로 떠나는 저의 마음이 그와 꼭 같습니다. 천국을 발견했고 그것을 전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선교지로 간다고 제가 희생하거나 헌신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단한 결단이라는 말에 정 선교사는 한사코 고개를 내저었다. 선교는 대단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 역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며 힘주어 말했다. 밭의 보화를 발견한 기쁨을 모든 사람들이 깨닫고 그 기쁨을 같이 나눴으면 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소망이다.

종교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열정도 소명도 잃은 전문 사역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교사라고 해서 다른 성도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저도 여러분과 똑같은 성도고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그저 선교지에서도 정말 하나님의 자녀다운 삶을 살기를, 그렇게 살아가는 제 모습을 보며 그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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