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새로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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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새로운 역사
  • 조성돈 교수
  • 승인 2022.05.1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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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코로나의 긴 터널이 지난 것 같다. 이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게 됐고, 모임도 자유로워졌다. 무엇보다 교회에서는 큰 축복을 누리는 것 같다. 모임도 어려움이 없게 됐고, 교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페이스북을 보면 각 교회들이 그동안 미루어왔던 모임도 재개하고, 교회 식당도 열고, 야유회와 수련회도 열고 있다. 정말 2년이 넘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을 맞이한 것 같다.

우리 교회도 그 동안 못 봤던 교인들이 돌아온다. 온라인 밖에서 서성이던 교인들이 마음을 열고 찾아오고 있다. 매주 늘어나는 교인들을 보며 감격해 한다.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교회를 찾아와서 어느덧 활기를 찾고 있다. 역시 아이들이 있으니 교회가 밝아진다. 이제 무언가 회복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교회가 2년 여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다.

요즘 목사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기쁨과 함께 큰 고민이 있다.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안 바뀌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2020년 2월 경 교회는 반강제적으로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모임을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모임을 중지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을 때 교회는 긴 기간을 생각하지는 못했다. 짧게는 2~3주, 길어야 한 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2년이 넘어갔다.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2년 반에서 3년은 봐야 한다.

교회는 믿는 이들의 공동체라고 한다. 물론 공동체에 강조점이 있지만, ‘믿는 이들’이라는 전제가 있다. 현재 교회는 그 구성원인 ‘믿는 이’, 즉 성도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 2년 동안 교회는 방역의 바리케이드를 치고 성도들이 교회로 오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각자도생의 서바이벌 기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그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성도들에게 교회로 오라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성도들이 교회로 찾아든다. 교회가 활기를 얻고 새로운 도약을 꿈 꾼다. 그래서 여러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그런데 한 쪽에서 의심이 들어온다. 이전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이제 성도들이 좇아올 수 있을까. 수련회도 하고, 부흥회도 하고, 성경공부도 하고, 소공동체도 운영해 보고 싶은데, 이전처럼 성도들이 열심으로 참여해 줄 수 있을까. 이러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의구심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길거리를 다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다. 오히려 마스크를 안 하고 있는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이다. 지난 2년의 습관과 생각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즉 사람들이 지난 2년 동안 변했다는 증거이다.

이제 우리가 마주하는 성도들 역시 2년 전의 그들이 아니다. 같은 얼굴, 같은 마음, 같은 모양일지라도 그들의 습관과 태도, 그리고 생각은 상당히 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제 새로운 신앙의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이전과는 다른 교회의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믿는 이’들이 달라졌다면, 당연히 그들의 공동체 역시 달라져야 한다. 바로 여기에 목회자들의 고민이 있다.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라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여기에 답변은 단 하나다. 복음의 본질 외에는 모든 것에 유연함을 더해야 한다. 예루살렘을 떠난 복음은 유대의 틀을 깨어야 했다. 심지어 안식일의 규정도 깨어지고, 마지막 보루라고 했던 음식의 규정도 깨어졌다. 그 덕분에 복음은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을 떠나 세계로 향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녔던 틀을 깨는 것은 고통스럽고, 무엇보다 앞을 예측하지 못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틀을 깨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릴 수 있다.

바울의 도전은 항상 무모했다. 그러나 그 무모함이 유럽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복음 앞에 내어놓게 했다. 이제 한국교회도 무모한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아니 이미 시작한 도전을 새로운 세계로 받아들이고, 이곳에서 복음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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