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소비, ‘부럽지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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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소비, ‘부럽지가 않어’
  • 임주은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 승인 2022.05.1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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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은 연구원
임주은 연구원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오픈런’이나 ‘피켓팅’은 기본 삶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픈런(Open Run)’이란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서 구매하는 것’을 의미하며, ‘피켓팅’은 ‘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을 뜻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익히고, 남과 다르면서도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는 MZ세대는, 자연스레 ‘득템력’을 기르며 살아가게 된다. 여기서 득템력이란,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트렌디 하면서도 희소성 있는 상품을 얻는 소비자의 능력을 일컫는다.

이러한 득템력의 개념 안에는 기업들의 ‘헝거마케팅(Hunger Marketing)’이 교묘하게 숨어있다. 여기서 헝거마케팅이란 ‘희소 마케팅’ 혹은 ‘한정판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데, 한정된 물량만 만들어 판매해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시키는 기법을 뜻한다. 가뜩이나 득템력 자체를 유희하는 이들에게는 ‘헝거마케팅’이 소비 욕구를 증대시키는 시발점이 되어주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과 소비가 곧 신분을 가르는 지표가 된다고 보았다. 즉 계급에 따라 차별적인 소비양식이 생겨나면서 계급 간 구별 짓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남이 갖기 어려운 것을, 모든 노력을 총동원하여 얻어냈다면 그것으로 더 우월하다는 구별이 지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소비 패턴에 대해서 회한에 빠지기 마련이다. 일련의 소비 행위들이 우상숭배와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별짓기’ 소비를 포기하고 ‘구별되어 살아가기’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런 청년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먼저는 그들이 왜 소비로 정체성을 채워나갈 수밖에 없는지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소비의 촉발이 불안이 되지 않도록, 소비의 목적이 구별 짓기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대화의 장 안에서 권면해주고 가르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을 위한 소비에서 타인을 위한 소비로 시선을 옮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오늘날의 소비는 단순히 돈을 주고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 상품에 대한 희소성과 더불어 구매 방식, SNS에 공유하고 타인의 공감을 받는 모든 과정이 소비라고 불린다. 최근에는 ‘타인에게 가치 있게 보이는’ 소비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타자 중심적인 소비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바야흐로 과시와 불안의 시대. 최근 ‘장기하’라는 뮤지션은 ‘부럽지가 않어’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우리네 삶도 조금은 이 노랫말과 같아졌으면 좋겠다. 소비와 물질로 치환할 수 없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타자 중심적인 건강한 소비를 꿈꾸는 이들. 그래서 비교하는 것을 포기하고, 부러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런 우리가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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