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해지는 식당, "어르신은 천원만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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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해지는 식당, "어르신은 천원만 내세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5.08 0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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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지역 노인 섬기는 부천 성만교회 '행복한식당'

매주 4회 식사, "75세 이상 1천원"...봉사자는 교회 실버세대
이찬용 목사, "기쁨과 섬김 어우러지는 식당 괜찮지 않나요?"

어버이날을 앞둔 지난 6일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 백만송이장미공원 바로 앞 행복한식당으로 어르신들이 찾아든다. 식당 문이 열리는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지만 한 시간 전부터 지팡이를 짚고, 보행기를 끌고 한 명 두 명 찾아들더니 식당 앞 대기용 의자는 자리가 없다. 

식당 안도 분주하다. 주방에서는 점심식사를 위한 미역국이 끓여지고 있고, 예쁘게 부쳐진 달걀 프라이가 먹음직스럽다. 어르신들이 소화하기 쉽도록 준비한 반찬들도 맛깔스럽다.

홀에서는 오늘 서빙을 맡은 봉사자들이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정성스럽게 청소하고 테이블을 닦는다. 총괄매니저는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갖가지 색의 꽃 화분들을 식당 앞에 가지런히 놓고, 하나하나 세심히 자리를 잡아준다. 봄날의 햇살과 가볍게 부는 바람이 기분 좋은 식당 일과의 시작이다.

부천 성만교회가 운영하는 행복한식당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찬용 담임목사(왼쪽 세번째)가 어르신들과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십시일반 성도들의 자원으로
행복한식당은 도보로 약 1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여월동 소재 성만교회(담임:이찬용 목사)가 기도로 준비한 끝에 지난 417일 문을 연 실버식당이다. 더 많은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는 장소를 찾다가 교회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는 올해 초 지역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는 식당을 추진하겠다는 비전을 교인들에게 선포했다. 교회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사역이라는 목회자의 판단이었다성도들은 마치 준비되어 있던 것처럼 저마다 자기 역할을 찾아내 자원했다. 개업까지는 불과 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성도들 중 누군가는 식당 보증금을 헌금하고, 누군가는 인테리어를 직접 맡고, 또 다른 이는 에어컨을 샀다. 직접 시설 공사를 하고, 식당 집기를 사고, 디자인 재능을 내어놓고, 간판을 제작하고... 일일이 일컫기 어려울 정도로 성도들의 헌신과 열정이 순식간에 모였다. 교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의 집합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온다는 이찬용 목사는 행복한식당에서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이 목사는 이런저런 일상을 묻고 농담도 건네면서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도록 만든다.

어르신들도 그동안 여러 번 만나서인지 반갑게 인사하고 이런저런 하소연 같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코로나를 겪으며 더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했던 노인들에게 재미거리가 하나 생겨난 듯했다.   

이찬용 목사는 하루 종일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텔레비전하고 이야기 한다는 분도 있다. 우리 행복한식당은 이 어르신들에게 소소한 일상을 하나 만들어 드린 것이라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행복하고 기쁨과 섬김이 어우러지는 이런 식당 하나쯤은 괜찮지 않겠냐고 흔쾌히 말했다.

행복한식당에는 교회가 운영한다는 어떤 안내판도 없고, 일부러 설명을 해주는 사람도 없지만 지역 주민과 어르신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진명자 전도사는 매일 100명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했는데, 찾아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어서 30% 정도 더 준비하고 있고 봉사자들도 늘렸다면서 하나님께서 정말 기뻐하시는 일이고 외로울 수 있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정성스럽게 대접해드릴 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행복한식당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백여명 이상 어르신들에게 천원만 받고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봉사자들 대부분도 성만교회 실버세대 교인들이다. 

봉사자도 실버세대, 섬김의 선순환
그런데 행복한식당의 운영 원칙이 아주 재밌다.

우선 음식 가격이 75세 이상은 1천원, 60세 이상은 7천원, 60세 이하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원은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고려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때론 그 천원이 없어 식당 앞을 서성이며 고민하는 분들도 있다. 봉사자들은 눈썰미 있게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모신다.

식당 출입을 위해 어르신들을 부축하던 하태준 집사는 식당 앞에서 망설이는 분들을 보이면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맛있게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면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행복한식당에서 섬기면서 재미와 보람을 함께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나누었다.

행복한식당 봉사자들은 성만교회 교인들이고, 더 나아가 대부분 실버세대다. 현직에서 은퇴했지만 아직 섬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장로와 권사, 집사들이다. 식당 운영총괄은 성만교회에서 사역하다 은퇴한 진명자 전도사가 맡고 있다.

식당은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시간 문을 여는데, 매일 주방 담당과 홀 봉사를 위한 4개 봉사팀이 돌아가면서 일하고 있다. 또 작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봉사자들에게는 1~2만원 일당도 제공한다.

아내와 함께 쉐프로 섬기고 있는 한상호 장로는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다면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행복하다고 전했다. 설거지와 서빙을 맡고 있는 전현주 권사 역시 일주일에 하루지만 식당에서 일하면서 섬길 수 있다는 것으로 감사한 시간이라며 교회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성만교회 교인들은 행복한식당을 위해 매월 1만원씩 헌금으로 식당 운영을 지원한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지속해온 반찬봉사도 노하우가 됐다. 이찬용 목사는 행복한식당이 당장 많은 것을 해내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 오랫동안 어르신들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찬용 목사는 우리 교회는 개미군단이다. 큰 재력가가 한번에 헌금해서가 아니라 교인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을 모아서 연 식당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어르신들이 언제나 찾아와서 따뜻하게 식사 한끼 할 수 있도록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식당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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