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은 본질적으로 악하다고 본 영지주의, 3세기 들어 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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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은 본질적으로 악하다고 본 영지주의, 3세기 들어 쇠퇴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5.0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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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8)

셋째, 앞에서 말한 바처럼 지식에 의한 구원 사상을 견지한다. 이들의 주된 관심은 구원인데, 육체는 정신의 감옥으로 보았다. 또 이들은 구원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특수한 지식을 소유해야 만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지식은 비교적(秘敎的) 혹은 신비적인 것으로서 특수계층에 속하는 영적인(pneumatic or spiritual)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영지주의가 말하는 ‘참된 지식’(Gnosis)는 합리적인 인식과 사실적인 교훈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신비적 몰두와 소정의 종교적 실천으로 얻어지는 것이었다. 그들은 비법(秘法)의 계시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영지주의자들은 진리의 이해도에 따라 사람을 3등급, 곧 아피스토이(ἀπίστοι), 프슈키코이(ψεύχκοι), 프뉴마티코이(πνευματικοι)로 구분한다. 아피스토이는 하층부를 이루는 다수의 사람을 가리키는데, 진리를 이해할 희망이 전혀 없는 동물적 인간을 지칭하는데, 이를 물질적인 인간(Hylics)이라고 부른다. 프슈키코이는 동물적 인간이기는 하나 신앙을 가질 수 있는 자를 의미하여 정신적 인간(Psychics)이라고 부른다. 프뉴마티코이는 최상층부로 지식을 소유한 자, 진리를 터득할 수 있는 자를 지칭한다. 이를 영적인 인간(Pneumatics)이라고 부른다.

이런 구분은 근본적으로 인간은 정신(혼)과 물질(육체)의 두 요소로 구성된 존재가 아니라 영(스피릿, 프네우마)·정신(영혼, 소울, 멘탈, 사이키)·물질(육체)의 세 요소로 구성된 존재라는 전쟁에서 출발한다. 영지주의자들은 이처럼 모든 사람을 3등급으로 나누는데, 영지주의자들이야말로 그노시스를 가질 수 있으며 구원을 성취할 가능성이 가장 큰 영적인 부류에 속한다고 믿고 있다. 반면에 다른 기독교인들은 정신적인 인간 부류에 속한다고 보았다.

비기독교 영지주의자들이 있었는가 하면 기독교적 영지주의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육체, 곧 성육신을 부인하였다. 이들은 이원론에 따라 육체와 물질은 악이라고 보았으므로 그리스도는 육체를 가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의 육체는 유령에 지나지 않았으며 육체를 가지신 것처럼 보였을 따름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앞서 소개한 가현설(假顯說)이다. 결국 물질세계가 비실제적이며 본질적으로 악하다는 영지주의의 견해는 2세기 전체를 통해서 기독교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었는데, 결국 이들은 하나님의 창조, 성육신, 부활 등 기독교의 핵심 교의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즉 영지주의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나, 하나님과의 교제를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그리스도는 몸을 지니지 않았고, 따라서 그는 십자가에 죽지도 않았고, 부활도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즉 영지주의는 복음의 주된 메시지를 부인했다. 물질이 본질적으로 악하다는 영지주의의 입장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대해서도 잘못된 태도를 보여주었다. 즉 육체가 영혼의 감옥이므로 육체를 통제, 약화시켜야 한다고 보아 극단적인 금욕주의를 지향하였다. 또, 영혼, 혹은 정신은 선하지만 육체는 악하다는 사상은 육체를 물질세계의 한 부분으로 보아 종교와는 무관하다고 보았고, 결국 육체는 그 정욕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는 극단적 쾌락주의, 혹은 도덕적 방종을 가져온 것이다.

바울은 이 영지주의의 초기형태를 골로새서(2:8 이하)에서 반박하고 있다. 또 바울은 성경 여러 곳에서 영지주의적 이단을 경계하고 경고하고 있다(딤전 1:4, 4:7, 6:4, 6:20; 계 2:6, 2:15). 이상에서 말한 바처럼 영지주의는 그리스도의 참된 신성에 대한 신앙을 부인하고, 기독교를 혼합주의적 종교로 전락시키는 반 기독교적인 이단이었다. 영지주의는 상당한 영향을 끼치며 확산되어 갔고 2세기 후반에 절정에 달했으나, 그 이후는 쇠퇴하였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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