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기독교인 집단학살, 국가 차원 진상규명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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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기독교인 집단학살, 국가 차원 진상규명 결정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4.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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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으로 희생자 명에 회복해야”

박명수 교수팀, 기독교인 1,145명 희생자 명단 확보해

# 충남 논산군 성동면 병촌성결교회에서는 전쟁 중이던 1950927일과 28일 단 이틀 동안 교인 66명이 살해당했다. 적대세력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퇴각할 때 지역 주민 120명을 사살했고, 이 때 교인들도 희생된 것이다. 성동면과 가까운 강경에서는 철수하던 인민군에 의해 해방 후 침례교회 초대 총회장을 지낸 이종덕 목사가 학살됐다.

# 19484월 월평교회 조사 우두봉은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좌익세력에 의해 살해됐다. 같은 교회 우재만 집사는 명망 있는 유지였지만 1950225일 월평저수지에서 인민재판 뒤 사살됐다. 동생 우성만 역시 죽임을 당했고, 630일에는 정두란 집사, 조말복 성도, 조재년 성도가 교회에서 기도하던 중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교회 마당에서 사살됐다.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유엔군과 국군이 북진하면서 전세가 불리해진 인민군은 퇴각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피비린내 나는 학살을 자행했다.

이미 한국교회에는 잘 알려진 전남 영광군 염산교회, 전북 김제 만경교회, 문준경 전도사를 비롯해 도서지역 많은 교인들이 순교한 전남 신안군 도서지역 교회 등이 이 때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신안군 임자면의 경우 당 13천여명 주민 중 21%2,700명이 한국전쟁 당시 사망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전쟁 전후 북한 인민군과 좌익세력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기독교인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과정과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한국전쟁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에 대한 첫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22조 제3항에 따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으로 진실규명 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때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미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박명수 교수팀에 의뢰해 지난 2월 연구용역 보고서 한국전쟁 전후 기독교 탄압과 학살 연구를 발표했다. 직권조사는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박명수 교수는 한반도에서 기독교와 공산주의 갈등은 해방 전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됐고, 그 갈등은 해방 이후 건국과정에서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졌다면서 기독교는 개인뿐 아니라 교단적으로도 좌익을 대변하는 인민위원회와 대립각을 세웠고, 한국전쟁 시기 적대세력을 기독교 탄압을 본격화 했다. 특히 퇴각 과정에서 기독교인을 집단희생 시킨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문헌자료, 관련자 증언과 개인 조사자 자료, 피해교회 방문 확인과 보충 등을 거쳐 기독교인 총 1,145명 희생자 명단을 확보했다. 이 중 개신교인 1,026, 천주교인이 119명이었다. 개신교의 경우 집단희생자는 572, 개인 희생자는 277, 납북자는 177명이었다.

연구팀은 인민군은 19509월 각 도당에 퇴각을 명령하면서 적을 환영하며 반동을 감행하는 경우 체포하여 처리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렸고, 각 도당은 다시 각 지역에 926일 음력 추석 반동세력을 제거하고 퇴각할 것을 명령했다명령에 따라 추석 다음날부터 전국적으로 학살이 이루어졌고, 기독교인에 대한 집단 학살의 근본 원인도 이 명령이었다고 분석했다.

전라남북도 도서지방에서는 퇴로가 막힌 인민군들이 산간지대로 도피했고, 유엔군이 지나간 뒤 다시 내려와 마을을 점령하고 좌익세력과 같이 기독교인들을 공격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특별히 전모가 밝혀진 적이 없는 신안군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들에 대해 집중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도, 임자도, 자은도 등 신안군 내 8개 섬에서 일어난 민간인 희생사건 중 357건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되어 있는 상황이며, 이달초 신안군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고, 중대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에 대해 직줜조사 결정을 뜻 깊게 생각한다면서 진실규명을 통해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화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 결정 이후 국가 차원의 배상과 보상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제정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는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규명을 한 이후 조치를 위한 일률적 법안과 전담기구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배·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들은 이런 이유에서 재심을 청구하거나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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