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상태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2.04.27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창 장로/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전 백석대학교 교수

2008년, 연구년 한 학기를 중국 북경에서 보냈다. 그곳에 있는 중앙민족대학 조선어문학부의 초청을 받아 조선족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한어(漢語)와 중국 조선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고, 12년 동안 학교교육을 통해 조선어 학습을 해왔다. 그래서 중국 조선어 규범에는 맞는 언어생활을 하지만, 우리 한국어 맞춤법 잣대로 볼 때는 ‘언어 차이’가 심했다. 특히 어휘적 측면에서 그랬다.

학과 대표를 맡은 P 양은 착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리더십도 뛰어났다. 그는 내가 그곳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북경 시내 여러 관광지를 안내해 주기도 하고, 인근 대학에 특강을 갈 때 함께 가 주기도 했다. 길림성이 고향인 그는 문학을 전공하여 나중에 대학교수가 되고자 하는 꿈 많은 학생이었다. 본인의 적성도 그렇거니와 할머니, 어머니가 교직에 계셨던 터라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북경으로 가면서 나는 강의, 관광 외에 ‘전도’를 마음에 두고 작은 성경책, 사영리, 전도지를 준비해 가지고 갔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곳 학생들에게 전도를 하고 싶었다. P 양이 학과 대표라 나는 그와 만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그래서 첫 번째 전도 대상자로 삼았다.

흰 눈이 펄펄 내리는 금요일 오후, P 양을 불러 교내 산책을 했다. 7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그 대학 교정의 설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 학교생활,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으며 교정을 걷다가 교내식당으로 들어갔다. 따끈한 중국 전통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는 지금 어머니의 눈병 때문에 큰 고민이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어 자나깨나 걱정이라고 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사영리 중 첫 번째 원리인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은 우리(P 양)를 사랑하시며, 우리(P 양)를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는 걸 이야기했다.

“교수님! 저는 공산당원입니다. 저에게 기독교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마세요.”

내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는 벌컥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 싹싹하고 친절한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인 건 아주 뜻밖이었다. 그렇다고 쉽게 물러날 수는 없었다. 화제를 약간 돌려 예수님의 치유(治癒) 능력을 소개했다. 성경에 나와 있는 것, 내가 실제로 본 사실을 들려주며, 한번 어머니를 위해서 기도를 계속해보자고 했다. 약간 수그려든 그의 모습에서 전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후 몇 번 더 만나 사영리의 나머지 부분을 설명하고 준비했던 『신약성경』을 선물로 주었다. 그를 다시 만났을 때마다 그는 그날 갑자기 화를 내 죄송했다고 사과했다. 나는 그와 그의 어머니를 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두 손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그 이듬해 2월, 나는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삼 년이 흘러간 어느 날 그가 전화를 했다. 한국에서 석사과정 공부를 하게 되었다며 날 만나고 싶어 했다. 반가운 희소식도 들려주었다.

“어머니가 많이 좋아지셨어요. 지금은 책도, 신문도 보실 수 있어요. 선생님이 기도해 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그가 바로 만나자고 하여 사흘 후에 종로에서 만났다. 고서점에 가서 한국문학과 한국문화에 관련된 책을 한 보따리 사주고 삼계탕 집에 데리고 가서 점심도 사 주었다.

“저도 성경책을 보고 있어요. 재미있던데요. 가끔은 학교 근처 교회도 나가고 있고요.”

전도! 해볼 만한 일이다. 아니 꼭 해야 한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이 일에 항상 힘써야 한다. 사도 바울은 그의 생애 마지막에 디모데에게 아주 중요한, 엄중한 명령을 내린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딤후 4: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