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에 속지 않으시는 하나님, 참된 금식과 행함을 지켜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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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에 속지 않으시는 하나님, 참된 금식과 행함을 지켜보셔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04.19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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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같이 비칠 것이며” (사 58:8)

멀쩡하던 건물이 무너진 현장을 보며, 의좋던 부부가 이혼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치솟던 회사가 부도가 났을 때, 우리는 의아해합니다. 어쩌다 그 지경이 됐을까? 그리고는 깨닫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어딘가 이상한 징후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조금씩 금가고 상한 것들이 쌓여 파국이 온 것이지요. 이스라엘이 바벨론에게 짓밟히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들은 오래 전부터 망하는 길을 계속해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세상 그 어느 강대국도 상상할 수 없던 축복을 받은 민족이요 나라였습니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가 그에게 기도할 때마다 우리에게 가까이 하심과 같이 그 신이 가까이 함을 얻은 큰 나라가 어디 있느냐 오늘 내가 너희에게 선포하는 이 율법과 같이 그 규례와 법도가 공의로운 큰 나라가 어디 있느냐 오직 너는 스스로 삼가며 네 마음을 힘써 지키라 그리하여 네가 눈으로 본 그 일을 잊어버리지 말라 네가 생존하는 날 동안에 그 일들이 네 마음에서 떠나지 않도록 조심하라 너는 그 일들을 네 아들들과 네 손자들에게 알게 하라(신 4:7~9).” 스스로 삼가라. 마음을 지키라. 잊어버리지 말라… 슬프게도 그들은 삼가지 않았고 지키지 않았으며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눈에는 그들이 지은 죄보다 받은 벌이 더 커 보였습니다. 자신들의 신앙을 하나님 앞에 내세우며 항의했습니다. “우리가 금식하되 어찌하여 주께서 보지 아니하시오며 우리가 마음을 괴롭게 하되 어찌하여 주께서 알아주지 아니하시나이까?(사 58:3)” 자기들은 할만큼 했노라고, 우리에게 너무하신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봅니다. 그들이나 우리나 동생을 죽이고 추방의 벌이 너무 과하다며 불평하던 가인의 후손임에 틀림없습니다(창 4:13).

이스라엘은 때마다 제사를 드리고 기도와 금식을 거르지 않은 자신들이 한껏 자랑스러웠지만, 사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외양에 속지 않으셨습니다. 이스라엘이 마치 정의롭게 행동하고 하나님과 가까이 하기를 즐거워하는 듯 처신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폭로하셨습니다(58:1~2).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그들의 금식은 본질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금식한다면서 오락을 추구하고 일군을 험하게 부리며 서로 다투고 싸우니 그들의 기도가 하늘에 들릴 리가 없었습니다(3~4절).

참된 금식이 무엇입니까?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6~7절).” 금식을 하나님 앞에서 행하는 개인적인 일로 여기는 우리의 머리를 후려치는 말씀입니다. 금식은 묶인 자를 풀어 자유를 주는 일입니다. 금식은 연약한 자를 힘있게 해주고 연민의 의무를 기피하지 않는 일이며, 타자를 지향하고 공동체를 섬기는 일입니다.

금식의 배고픔은 굶주림의 고통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이웃의 주린 배를 채워줄 수 있어야 우리의 금식이 뜻이 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구하며 금식할 바에는 이웃의 가난과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것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 참된 금식 참된 신앙의 도를 행할 때 우리의 빛이 떠오르고 우리 영혼이 만족할 것입니다. 우리 삶은 물 댄 동산과 같이 풍요해지고 마침내 황폐해진 영적 공동체가 재건되는 영광을 보게 될 것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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