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주인공 청년에게 빚이 아닌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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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주인공 청년에게 빚이 아닌 빛을”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4.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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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년 가계 부채 12.8% 증가… 전 세대 중 최고치 기록
희년은행·기윤실 무이자 전환대출과 재무상담으로 청년 지원

빛나는 청춘이다. 청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생기가 넘치고 빛이 난다. 아니, 빛이 나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빛이 아닌 빚이다. 빛을 보기 이전에 감당하기 힘든 빚부터 마주하곤 고개를 떨구고 마는 것이 요즘 청년들의 현실이다.

지난해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30세대의 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LTI)이 처음으로 40대를 추월해 전 세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12.8% 증가해 다른 연령층 평균인 7.8%를 크게 웃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다음세대가 빚더미에 짓눌려 허리를 피지 못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일명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느라 부채가 늘어난 것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12.8%에 이르는 가계 대출 증가를 투자 욕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인 분석보다 당장 빚으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의 일상을 구해내는 것. 청년들을 빚의 늪에서 건지기 위한 크리스천들의 노력을 알아봤다.

지난해 청년들의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로 증가한 가운데 이를 돕기 위한 기독 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청년들의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로 증가한 가운데 이를 돕기 위한 기독 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고금리 대출자에 구원의 손길

880만 원의 빚. 누군가에겐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금액이 한 청년에게는 인생을 짓누르는 짐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20%가 넘는 무지막지한 이자율. 생계도 빠듯했던 이 청년은 이자를 내고 나면 원금 상환은 꿈도 꾸기 힘들었다.

그랬던 청년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청년이 속했던 교회 공동체였다. 공동체에선 380만 원의 빚을 대신 탕감해주고 500만 원을 무이자 대출로 전환해줬다. 그리고 그 상환관리를 희년함께에 부탁했다. 그렇잖아도 청년 재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희년함께의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청년 부채 해방을 위한 조합은행 희년은행의 시작이었다.

희년은행에선 이자율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무이자 전환대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한도는 500만 원까지다. 무이자 대출로 전환된 청년은 이자 걱정 없이 착실하게 원금을 갚아나가면 된다.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는 39세 이하 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청년들의 짐을 덜고자 했던 조합원들의 마음이 모여 2016년 탄생한 희년은행은 이제 6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해있고 출자금도 63천여만 원에 이른다. 은행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도 넓혔다. 8~19% 정도의 중금리 대출의 경우엔 1,000만 원까지 무이자 전환 대출이 가능하다.

청년들이 대출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야는 단연 주택 문제. 희년은행은 청년 주거 보증금 지원도 1인당 500만 원까지 제공한다. 기본 2년에 연장하면 4년까지 이용가능하다. 원금은 계약이 만기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아 일시 상환하면 된다.

희년은행 김재광 센터장은 지금은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이 찾아오면 먼저 재무상담을 하는 것을 기초로 하고 상황에 맞춰 필요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대안 주거 모델을 만들어가려는 이들을 위한 공동주거지원 대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것에서 책임을 끝내지 않는다. 희년은행은 무이자 전환 대출을 이용한 이들에게 대출금액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저축하게끔 한다. 대출을 상환하는 것을 넘어서 일정 금액을 개인 자산으로 형성해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꿈을 향해 가는 재무 계획을

꼭 전환 대출이 아니더라도 재정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산하에 청년재무상담소를 개설하고 4월부터 11월까지 한 달 단위로 신청자를 받는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기윤실과 연계된 서울·경기·인천 지역 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3회에 걸쳐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 비용은 전액 청운교회에서 지원해 청년들은 전혀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기윤실 청년재무상담소 최주리 간사는 상담에서는 청년들의 수입과 지출을 파악한 후 재정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돈 문제는 인생의 이런저런 문제들이 다양하게 엮여있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하며 인생의 고민도 들어주고 올바른 소비습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고 소개했다.

재무 상담은 소득과 지출을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해 채무상환과 저축계획, 소비예산을 수립하고 필요하다면 채무비용 조정과 현금흐름 개선도 돕는다. 눈에 띄는 것은 상담에서 인생의 분명한 목표를 설정할 것을 권한다는 점이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분명해야 그에 맞춰 바람직한 재정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선뜻 재무 상담을 받는 것에 용기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마저 포기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절약을 요구할까봐서다. 하지만 재무상담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절약을 과하게 강요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재정 규모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며 지혜롭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한다.

세 번에 걸쳐 이뤄지는 상담을 성실히 잘 마친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일상의 행복을 위한 소정의 지원금도 제공한다. 여행이나 외식처럼 필요하지만 지출 부담으로 평소에 갖지 못했던 여유를 찾으라는 의미다. 또 필요한 경우에는 희망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윤실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월세 지원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했지만 매우 부족한 현실이라면서 이런 현실에 청년들의 마음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코인, 복권 등 인생을 건 모험을 감행하거나 무기력증 또는 사치와 향락으로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이들의 미래가 희망으로 채워지도록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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