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가 행복하도록 교회 문 활짝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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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린이가 행복하도록 교회 문 활짝 엽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4.0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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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⑨ 어린이를 환대하는 교회

매년 40만명 참여하는 어린이 행사 ‘꿈을먹고살지요’
2001년 부천성만교회에서 시작해 전국 교회로 퍼져
지난 2019년 열린 ‘꿈을먹고살지요’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놀이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열린 ‘꿈을먹고살지요’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놀이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십시오. 어린이를 항상 칭찬해 가며 기르십시오. 어린이에게 늘 책을 읽히십시오.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 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 아동문학자이자 문화운동가,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의 묘역 앞 어록비에 새겨진 글이다. 

어린이를 환대하고 하나의 생명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일에 출산율이나, 다음세대 복음화 같은 거창한 명분까지 찾을 필요도 없다. 어린이는 그 한 명 한 명이 존재만으로 희망이요 내일이다. 

예수님도 어린아이들을 환영하셨다. 그분은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라며 아이들을 막아선 제자들을 꾸짖으시곤 어린아이들 위에 안수하시고 축복하셨다. 

예수님의 제자를 자처하는 한국교회는 스승의 가르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매주 주일학교에서 모든 어린이를 환대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별한 행사를 통해 아이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고, 마음껏 뛰놀도록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3년째 잠시 쉬고 있는 상태이지만, 해마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 5일이 되면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를 여는 교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꿈을먹고살지요’는 한국교회 어린이 사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2001년 부천성만교회(담임:이찬용 목사)에서 시작한 ‘꿈을먹고살지요’는 어린이날을 맞아 교회 마당이나 지역의 열린 공간을 활용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맘껏 먹고 즐기도록 놀이부스와 먹거리부스 등을 운영하는 행사다. ‘꿈을먹고살지요’의 소문이 전국 교회로 퍼져 나가면서, 연인원 40만명 규모의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날

코로나로 대규모 행사 개최가 어려워지기 전까지 부천성만교회는 해마다 5월 5일이면 꾸준히 이 행사를 개최해왔다. 단 2014년에만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전면 취소한 바 있다. 

코로나 직전에 열린 2019년 제15회 ‘꿈을먹고살지요’에만 연인원 3만여 명이 참석했다. 부천종합운동장 원형광장에서 ‘칠드RUN:뛰놀며 꿈을 꾸자’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30여 개 부스가 어린이들을 반겼다. ‘가족마당’, ‘미술마당’, ‘놀이마당’, ‘참여마당’, ‘지능마당’, ‘영어마당’, ‘추억마당’, ‘탐구마당’ 등 어린이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고려한 구성이 돋보이는 행사였다.

교회만의 행사가 되지 않도록 부천시와 관할 지역 경찰서, 소방서 등 관공서들이 부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 지역의 기업체와 NGO 등도 해마다 부스 개설과 후원으로 참여한다. 특정 교회나 지자체를 위한 행사가 아닌, ‘어린이’를 위한 순수한 행사라는 취지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결과다.

특히 교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600여 자원봉사자들이 휴일도 마다하고 수개월 전부터 차질 없는 행사가 되도록 철저히 준비해온 것도 연이은 흥행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그래서인지 ‘무료’로 진행되지만, 내용은 민간에서 진행하는 어떤 어린이 프로그램보다 알차다. 먹거리 부스도 풍성하다. 적선이 아닌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비용을 책정하는데, ‘만 원’이면 4인 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어린이날임에도 놀이공원 방문이나 외식 같은 특별 이벤트를 기대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가정에게는 ‘꿈을먹고살지요’가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법하다.

많은 교회들이 어린이날 모든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마당을 개방하고 있다.
많은 교회들이 어린이날 모든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마당을 개방하고 있다.

 

전도하지 않는 것이 전도

원천교회(담임:문강원 목사)는 ‘꿈을먹고살지요’를 모델로 지난 2008년부터 ‘서대문구어린이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구청과 공동 개최 형식으로 코로나 전까지 14회를 진행했다. 많이 모이는 해엔 5만 명 넘게 참석하는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문강원 목사는 “교회 이름을 앞세우지 않아도 10년가량 꾸준히 개최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소문으로 이어지고 교회 이미지도 좋아졌다”며 “봉사자들에게도 절대 전도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예수 믿으세요’ 하는 순간 순수성을 의심받는다. 오히려 전도하지 않는 것이 전도”라고 행사의 원칙을 설명했다. 

문 목사는 또 “교회에서 개최하는 행사라고 해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며 “어느 가정이 오더라도 행복하고 즐거운 행사, 가족끼리 와서 돗자리 깔고 편하게 놀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 목사는 “이런 행사가 가능한 곳은 교회뿐”이라고 확신했다. 행사를 위해 무려 700명의 봉사자가 열정적으로 섬기는데 이 정도의 맨파워를 동원할 수 있는 곳은 교회 외에 많지 않다는 게 문 목사의 생각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효행봉사단’이라는 사단법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주로 교인들로 구성된 단체지만, 종교색을 빼고 어린이들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문 목사는 “다음세대를 만나기가 어려운 시대”라며 “직접 복음을 전하지 않더라도 교회가 순수한 취지로 선한 일들을 이어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열매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이어간다

한편 올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부천성만교회는 사상 초유의 비대면 버전 ‘꿈을먹고살지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행사를 개최하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한층 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각오다.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공간과 성도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행사를 홍보한 뒤, 신청자들에게 ‘키트’를 발송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교회에서는 오프라인 행사에서 했던 부스별 활동을 키트에 어떻게 담을지를 고심하고 있다. 교회 내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아 키트 활용법 영상을 제작한 뒤 행사 당일에 송출할 방침이다. 키트 포장과 배달은 교인들이 담당한다. 여기서 아낀 예산은 어린이들이 즐길 키트와 영상 제작에 아낌없이 쏟아부을 예정이다. 

부천성만교회 정경자 간사는 “꿈을먹고살지요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터인데,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잘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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