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땅에 헤딩은 그만, 데이터에 선교의 미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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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땅에 헤딩은 그만, 데이터에 선교의 미래가 있습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4.06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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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교단체 탐방기 (6)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캠퍼스청년연구소
2019년 개소해 매년 2차례 포럼… 청년 선교 현안 다뤄
교회는 청년 담는 그릇, 수용하고 환대하는 공동체 돼야

여기 언제나 가슴 속을 청춘으로 불태우는 이들이 있다. 나이가 몇이든 그건 상관없다. 머리는 희끗할지 몰라도 그 속은 청년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오로지 캠퍼스 복음화라는 일념으로 학원복음화협의회 산하에 세워진 캠퍼스청년연구소(소장:김성희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교회 안에서 줄어만 가는 청년, 대학생들을 붙잡고 이들을 한국교회의 미래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청년뿐 아니라 이들을 섬기는 청년 사역자들을 응원하며 격려하는 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청년 선교의 선봉에 선 캠퍼스청년연구소와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소장 김성희 목사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캠퍼스청년연구소 소장 김성희 목사는 “교회가 청년을 품으려면 ‘수용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퍼스청년연구소 소장 김성희 목사는 “교회가 청년을 품으려면 ‘수용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한 번 제대로 해봅시다

모 단체인 학원복음화협의회는 캠퍼스 선교에 있어 꽤나 뼈가 굵은 단체다. 1991년 시작돼 30년째 한국교회 청년 선교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 긴 역사만큼이나 학복협 내에도 연구개발(R&D) 기능은 존재했다. 문제는 꾸준히 이어져야 성과가 나오는 연구개발 기능이 지속돼지 않고 간헐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학복협도 늘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연구 역량을 갖춘 분들이 단체에 들어오면 연구가 활발해졌다가 그분들이 떠나면 그 불꽃이 다시 사그라지곤 했죠. 제대로 된 연구 사역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회원단체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고 그 관심이 모여 2019년 연구소가 첫 발을 디디게 됐습니다.”

3년 임기의 소장직을 연임하며 연구소의 출발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김성희 목사 역시 회원단체인 학생선교단체 ESF의 대표로 사역하고 있었다. 2019년 약 10년간 헌신했던 대표를 내려놓고 다음 걸음을 고민해야 할 때. 보통 선교 단체 대표로 활약했던 이들이 선택하는 담임 목회 사역이나 해외 선교로도 부르심이 있었다. 하지만 평생을 바라봤던 캠퍼스와 청년들에게서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청년과 청년 사역자를 돕고 응원하는 일이 저의 평생 부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게 타고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연구 분야에 낯선 선교 생태계에 이런 사역이 있다고 깃발을 들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은 13개 회원 단체에서 연구위원을 한 분씩 위촉했고 교회에서도 뜻있는 분들이 오셔서 동역하고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선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무대는 현장이다.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현장에서 문제에 맞닥뜨리며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 그래서인지 왜 선교에 연구라는 지원이 필요한지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다. 어째서 학복협은 캠퍼스청년연구소를 시작한 걸까.

더 이상 맨 땅에 헤딩하지 말자는 거죠. 물론 역사가 처음 시작될 때는 상황에 맨몸으로 부딪쳐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캠퍼스 선교단체의 역사만 해도 60년이 넘었어요. 짧지 않은 역사의 흐름 속에 형성된 노하우와 정체성이 있습니다. 그것을 묵혀두고 아직도 맨몸으로 달려들기에는 너무 아까운 자산들이에요.”

전도서에서도 말한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역사상 처음 겪어보는 사건이란 수식이 붙곤 하는 코로나조차도 마찬가지다. 그 전에도 전 세계를 위협하는 전염병과 팬데믹 사태는 분명 있었다. 그렇기에 역사가 반복될수록 데이터의 중요성은 점점 부각된다. 이전에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알고 있다면, 오늘의 문제도 능히 해석하고 돌파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선교 연구가 왜 이제야 제대로 시작된 걸까. 원인은 청년 선교 단체의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연구에 자원을 투입할만한 여력이 선교단체에게는 없었던 것.

문제는 연구가 중요함에도 급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캠퍼스 선교단체의 경우 인적 물적 자원이 제한돼 있다 보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인식돼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났던 거죠. 교회나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하기는 어렵다보니 공통분모 역할을 하고 있는 학복협이 나서게 됐습니다.”

캠퍼스청년연구소는 매년 2차례 포럼을 개최해 청년 선교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한국교회에 공유하고 있다.
캠퍼스청년연구소는 매년 2차례 포럼을 개최해 청년 선교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한국교회에 공유하고 있다.

 

교회 문턱을 낮춰야

캠퍼스청년연구소는 1년에 2번 주기적으로 포럼을 열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교회에 공유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청년 사역자를 주제로 다뤘던 포럼은 7번째다. 캠퍼스 생태계 안의 가장 중요한 이슈들, 청년사역의 본질이라 할 영역들을 꾸준히 포럼을 통해 다뤄왔다.

청년 선교의 가장 핵심 주제인 청년 전도부터 시작해 청년 양육, 청년 문화 등을 폭넓게 연구하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찾아왔을 때는 두 번에 걸쳐 청년, 대학생의 의식 조사를 실시하고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대학 졸업 이후 기독 청년들의 진로 문제와 이들을 돌보는 청년 사역자까지도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안타깝게도 교회 안의 청년들은 점점 줄어만 가는 것이 현실. 캠퍼스와 청년이라는 한 우물만을 파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태를 분석한 캠퍼스청년연구소는 그 원인을 어디서 찾고 있을지 궁금했다.

도날드 시니어라는 분이 신약성경을 기반으로 제시한 교회의 세 가지 성격이 있습니다. ‘보내는 교회’, ‘증거하는 교회’, 그리고 수용하는 교회가 그것이죠. 이 중 수용하는 교회란 차별 없이 환대하고 치유하며 화해와 연합의 장이 되는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한국교회가 가장 부족하지 않나 싶어 안타까워요. 청년세대에게 수용성이 있으려면 교회가 우리를 귀중하게 여긴다고 느껴야 하는데 그다지 그렇지 못합니다. 요즘 청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있어서도, ‘환대하는 공동체로서의 이미지도 상당히 약하다고 생각해요.”

청년이 물이라면 교회는 그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런데 그릇의 다른 부분은 다 멀쩡해도 한쪽 면이 구멍이 뚫려 있다면 어떨까. 물은 그릇의 깊이가 얼마나 깊든 상관없이 구멍이 뚫린 부분까지밖에 차지 못한다. 교회가 다른 사역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치명적 약점을 노출한다면 결국 청년들을 그 정도 수준밖에 품지 못한다는 얘기다.

청년들을 담아내는 좋은 그릇이 되려면 교회가 제3의 공간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랑방, 서양으로 치면 살롱이나 세탁소 같은 그런 공간 말이죠. 누구나 편히 찾아와 머무르다 갈 수 있고 대학생들에겐 아지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교회 문턱이 낮아져야 하고요.”

 

청년 선교의 밀알 되길

2019년 시작돼 1년간 자리 잡기를 마치고 본격 시동을 걸고자했던 시기.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찾아왔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했던가. 연구소는 오히려 더 바빠졌다. 코로나 사태 속 청년, 대학생들의 실태와 선교 전략을 연구·분석했고 온라인 포럼을 열어 한국교회에 제공했다. 이제 코로나 사태의 끝을 기대하고 있는 시점에 연구소는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을까.

코로나를 기점으로 온라인 사역이 활발해졌지만 아직 포럼과 발제에 치중돼 있는 현실입니다. 좀 더 사역을 확장해 청년 사역자들을 초청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청년 사역에 대한 가치와 경험을 나누는 토크쇼를 만들고 싶어요. 선배 사역자들의 노하우를 풀고 젊은 현장 사역자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하며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고 싶습니다.”

연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이다. 특히 캠퍼스와 청년은 한국교회, 그리고 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 곳. 이 청년들을 격려하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나가는 일에 한 알의 밀알로 심겨지고 싶은 것이 캠퍼스청년연구소의 바람이다.

한국의 복음주의 학생운동사를 정리해보고 싶어요. 90년대 이후 역사를 정리한 자료들이 거의 없습니다. 최소한 학복협 회원 13개 단체의 역사라도 잘 정리해서 역사를 기록하고 청년 선교의 내일을 위한 자료로 물려주고 싶습니다. 이 땅의 청년들이 주 앞에서 온전하게 자라가고 저와 모든 청년 사역자들이 건강하게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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