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림 그리는 예술가, “말씀과 기도로 제자를 양육합니다”
상태바
빛으로 그림 그리는 예술가, “말씀과 기도로 제자를 양육합니다”
  • 이진형 기자
  • 승인 2022.04.04 23:1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석人사이더 ㉘ ‘빛장’ 백석예술대 공연예술학부 공연예술경영전공 김태홍 교수

MBC 제작기술국장 역임, 30년 경력 베테랑 조명감독 출신
“방송계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튼튼한 돌다리 되어주고파”


마당을 비추는 햇살,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 옥상에 스며든 달빛. 우리가 접하는 영상 속에는 ‘빛’으로 그린 작품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작가는 다름 아닌 조명감독. 화가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조명감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으로 그림을 그려낸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조명감독 출신으로 백석예술대 공연예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태홍 교수는 ‘빛의 장인’이란 뜻의 ‘빛장’이라는 닉네임을 스스로 만들어 붙였다. 아무나 흉내 내기 어려운, 빛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담겼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조명감독 출신으로 백석예술대 공연예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태홍 교수. 화가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조명감독은 빛으로 그림을 그려낸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조명감독 출신으로 백석예술대 공연예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태홍 교수. 화가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조명감독은 빛으로 그림을 그려낸다.

사극 조명감독 ‘빛의 장인’
“1982년 MBC에 입사해 정년까지 37년 동안 일했습니다. 흑백에서 컬러 방송으로 전환되던 시절부터 UHD 시대까지 모두 경험했죠. 영상에서 조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기술적으로 적당한 밝기를 줘서 공간, 시간, 분위기를 잘 전달하려면 빛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해요. 연출자의 마음을 읽고 어떻게 표현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요. 카메라감독, 미술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태홍 교수는 MBC 제작기술국 국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며 수많은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상도(2001)’, ‘이산(2007)’, ‘동이(2010)’, ‘마의(2012)’, ‘화정(2015)’ 등 사극의 조명감독을 주로 맡았으며, 15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도 그의 손을 거쳤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는 2007년 제34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조명상을 수상하며 마침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명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김태홍 교수는 MBC 제작기술국 국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며 수많은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김 교수는 조명 전문가로서뿐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열정을 쏟아왔다. MBC 아카데미 교수와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한 그는 지난 2020년 백석예술대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 교수는 수업 준비와 강의 일정으로 여념이 없는 가운데 최근 여섯 번째 책 ‘방송제작 현장실무’를 펴냈다. 방송제작 현장에 평생 몸담았던 그가 바쁜 업무 속에서도 꾸준히 책을 써온 이유는 바로 후학 양성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 때문이다.

“방송계는 아직도 도제 시스템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 이렇게 하면 돼, 이거 보고 따라와’ 하는 식이죠. 잘 모르면 어깨너머로 보고 알아서 터득해야 합니다. 현장에 있는 동안 늘 체계적인 교육에 대한 필요를 느꼈어요. 그래서 제가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정리해 책을 펴내기 시작했습니다. 후배들은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죠.”
 

조명 전문가로서뿐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열정을 쏟아온 김태홍 교수는 2020년 백석예술대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 교수의 연구실에는 2000년도부터 현재까지 온갖 내용을 기록해놓은 수첩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무엇이든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밴 그는 스스로를 ‘메모광’이라 불렀다. 메모뿐만이 아니다. 그는 항상 소형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니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의 상황을 사진에 담아냈고,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놓치지 않았다. 그의 책에 실린 현장 사진 대부분은 그가 손수 촬영한 컷들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쌓인 기록은 방대한 자료가 됐고, 생생한 역사가 됐으며, 그 안에 담긴 경험과 지혜는 그의 뒤를 따라가는 후배들의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돌다리가 되어 주고파
“얼마 전부터 매일 아침 기도를 하기 위해 대학교회를 찾기 시작했어요. 원래 새벽형 인간이라 학교에 일찍 나왔는데, 어떤 교수님이 아침마다 기도하러 가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말씀과 기도로 아침을 시작하니 하루가 달라지더군요. 교회를 오랫동안 다녔는데, 백석예술대 교수가 되고 나서 제 믿음의 지형이 바뀐 것 같습니다. 방송계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튼튼한 돌다리가 되어 믿음의 바탕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백석학원의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전공지식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전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말씀과 기도로 제자를 양육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김태홍 교수는 학생들과 면담이나 취업 관련 상담을 할 때마다 빼먹지 않는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헤어지기 전 학생을 위해 기도하는 것. 손을 잡고 진심을 담아 기도하다 보면 신앙이 없던 학생들의 마음이 열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 본인의 신앙 또한 깊어졌다. 기도와 함께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성경 말씀을 전해주다 보니 ‘성경암송 60구절’을 모두 외울 정도로 말씀을 가까이하게 됐다.
 

김태홍 교수는 말씀과 기도로 제자를 양육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편, 김 교수는 조명 전문가로서 예배를 비롯한 교회 행사나 영상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다. 교회에서 조명에 대해 자문을 구하면 기꺼이 재능기부로 돕기도 하고 강의 영상을 배포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로 교회사역에서 음향·영상·조명 등 방송 시설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 만큼 김 교수와 같은 전문가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교회들은 음향시설은 잘 되어있는데 조명시설은 노후화되거나, 좋은 장비를 두고도 켜고 끄는 것 말고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배와 같은 행사뿐 아니라 영상에서도 조명의 역할이 매우 큰데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 안타깝죠. 조명은 한 번 투자하면 음향장비보다 수명도 길고 가성비가 좋으면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설교 시간에도 조명을 잘 활용해 보세요. 집중도와 분위기가 달라질 겁니다. 빛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힘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교회사역에서 음향·영상·조명 등 방송 시설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 만큼 김 교수와 같은 전문가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GILJA KIM 2022-04-06 07:38:36
일군이 부족한 이시대에 복음의 일군으로 사역하시는 모습이 도전이 됩니다. 늘 평안하세요.

한승열 2022-04-05 10:49:28
김교수님. 훌륭하십니다!!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귀감이 되시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