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은 동굴형 수도(修道) 생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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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은 동굴형 수도(修道) 생활이 아니다!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2.04.0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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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⑤

플라톤의 <국가론>에는 동굴에서 사는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두 가지의 소통 유형이 있다.

첫째는 동굴형.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나오지 않는 유형이다. 자신을 남에게 공개하지도, 남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반복하며 사는 이들이 여기에 가깝다. 집, 학교, 학원만 맴도는 아이들도 동굴형이다. 예배당, 집을 오가며 자기 교인들만 만나고, 성경책만 읽고 사는 목회자들도 동굴형일 가능성이 크다. 그밖에 같은 사람들과, 혹은 혼자서 반복적인 일을 하며 살아가는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 이 유형이다. 이들은 이웃과 단절된 생활 공간을 오히려 더 편하게 여긴다. 도움을 주지도, 도움을 받지도 않으며 단조롭게 사는 데 익숙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둘째는 광장형. 동굴에서 나와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살아가는 유형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동굴형에 비해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산다. 

동굴형과 광장형 사이에 또 다른 유형이 있다. 半동굴형과 半광장형. 半동굴형이란 자신을 남에게 공개하지 않고, 남에게만 귀를 기울이는 ‘간첩형’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자기 공개의 깊이와 비례하는데, 이런 유형은 자기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이루지 못한다. 半광장형은 자기 공개만 할 뿐, 남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마네킹형’이다. 대화를 독점하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 두 유형 모두 사람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다.

 

사랑은 소통을 필요로 한다
성경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다. 사랑에는 대상이 있고, 사랑은 소통을 필요로 한다. 신앙생활은 혼자 사는 동굴 생활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광장 생활이다. 일시적으로 동굴에서 수도생활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광장 생활을 더 잘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하나님과 소통해야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다. 이웃들과 소통해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기에 불편하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공간이 아니라 소통 의지라고 본다. ‘푸른 기와집’이라는 ‘靑瓦臺’를 ‘듣는 기와집’이라는 ‘聽瓦臺’라고 하고, ‘대통령(大統領)’이란 직책명을 ‘크게 듣는다’는 ‘大通領’으로 바꾸고 보다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으면 좋겠다. 

 

소통은 하나님 나라를 일구는 쟁기, 호미
우리가 신앙생활을 잘하려면, 하나님과 이웃 사랑을 잘하려면 소통하는 방법부터 익혀야 한다.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게 명확히 말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들끼리 살아가는 삶이 신앙생활일 수가 없다. 그리스도인들이 예배당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모여 사는 것이 이상적인 신앙생활일 수가 없다. 그리스도인들은 가정, 직장, 사회, 그리고 교회에서 살아간다. 동굴형, 마네킹형, 간첩형으로는 그 어느 곳에서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는 곳을 하나님의 나라로 바꾸어갈 수가 없다. 소통은 하나님 나라라는 밭을 일구는 쟁기요, 호미라 하겠다.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비신자들과 무조건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불통에 처한다. 어떤 것은 그들과 달라야 하고, 어떤 것은 그들과 같아야 소통할 수 있다. 동질감, 공감은 소통에서 매우 중요하다.

교회가 그리스도인들을 광장에서 살아갈 수 없게 동굴에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스도인들 자신도 자기가 동굴형은 아닌지 성찰해봤으면 한다.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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