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 못간 노약자들 전쟁 공포에 노출, 안타까움 호소
현지 소식 전국교회 공유하며 평화와 회복위해 기도
총회 임원회와 세계선교위원회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긴급 귀국한 우크라이나 선교사를 초청해 현지 상황을 전해 듣고 긴급 체류비를 전달했다. 지난 28일 총회관 4층 비전홀에서 세계선교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우크라이나 선교사 초청 간담회’에는 김영휘, 오옥심, 정명수 선교사가 참석했다. 선교사들은 “당장 시급한 것은 피란민들과 현지 체류민의 식량지원이며, 전쟁 종식 후 도시 복구를 위해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줄 때 복음이 깊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전했다. 간담회를 통해 알려진 우크라이나 선교 현황과 현재 전쟁 피해 상황, 그리고 총회와 한국교회의 추후 지원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지명은 최근 우크라이나식 표기 요청에 따라 키예프는 키이우, 하리코프는 하리키우로 표기한다.<편집자 주>
우크라이나는 총회 선교권역 가운데 중앙아시아지부에 속해있다. 선교사들은 우크라이나가 유라시아 대륙과 해양세력(유럽과 미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두 세력 사이의 지정학적 단층대라고 표현한다. 전 국토의 85%가 경작지대로 비옥한 옥토를 가지고 있다. 현재 55개 교단과 3만5천여 개의 교회와 기관이 있는데 개신교는 약 9천여 개에 이른다. 실제 성도수는 많지 않지만 독립 이후 외국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선교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선교위원회 총무 이수재 목사의 사회로 시작된 간담회에서 총회 서기 이승수 목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하여 지구촌 많은 사람들이 애통 속에 기도하고 있다”며 “하루 속히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임하며, 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치유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인사말을 전한 김진범 부총회장은 “선교사님들이 선교지를 두고 한국에 오시게 되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냐”면서 “하나님께서 시련을 주시는 것은 더 큰 축복을 주시기 위함이라고 생각하자. 우리 총회에서도 선교사님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백석총회가 우크라이나에 파송한 선교사는 애초 5가정이었다. 그중 김병호 선교사는 코로나에 확진되어 현지에서 별세했다. 2가정이 병환 등으로 귀국하고 현재는 김영휘-오옥심 선교사 부부와 정명수 선교사만 남아있다.
전쟁 직전까지 남아 있던 하리키우 정명수 선교사는 “현지 선교사들은 철수를 원하지 않았다. 사실 현지에서는 전쟁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고, 평상시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중에 전쟁이 터졌다”면서 “전쟁 발발 일주일 앞두고 비행기를 탔다. 정부의 철수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추후 여권 등 외교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선교사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한국과 인근 국가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영휘 선교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실제로 전쟁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사람들도 많고 젊은 남자들은 국경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당한 공포로 고통받는 소식을 매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선교사들은 정부의 철수 권고 이후 인근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으로 급히 빠져나왔으며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 국내 보도보다 전투지역이 광범위해서 하리키우의 경우 최근 3주간 폭격의 피해가 매우 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점령지역인 헤르손에서는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해서 훼손된 시신이 공원에 버려졌다는 소식도 공유됐다.
정명수 선교사는 “우리 교회에는 11명의 성도가 있었는데 9명이 국경을 넘어 피난했고, 3명은 하리키우에 남아 있다.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기도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중”이라며 “포탄이 떨어지고 매일 총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어 계속 기도로 이겨낼 것을 당부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지에 남아있는 성도는 정 선교사와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평안과 기쁨을 얻었다는 감사한 소식도 나눴다. 기차역까지 이동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장갑차를 가져와 피란을 도왔다는 감동적인 간증도 들려주었다.
올해로 30년째 선교를 하고 있는 김영휘 선교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역하던 중 선교사 추방령에 따라 14년 전 우크라이나로 사역지를 옮겼다. 김 선교사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기고 푸틴이 장악하게 되면 더 이상 사역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미 러시아 사역자들 다수가 추방을 당했고, 러시아의 영향력으로 인해 우즈베키스탄 사역도 힘들어졌다는 것. 김 선교사는 “푸틴이 절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기도로 힘을 모아야 하고 만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몰아내고 자유와 평화를 쟁취한다면 전쟁복구에 기독교 국가와 교회들의 지원이 이어지면서 복음의 전파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영휘-오옥심 선교사 부부는 키이우에서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현지인 교회와 노숙인 사역을 하고 있다. 아브히반석교회를 통해 현지인 신학교를 하는 것이 꿈이다. 우크라이나는 정교회가 강세인데 신학을 하고자 신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신학교를 가는 사례가 많아 기초적인 신학훈련이 부실한 상황이다.
오옥심 선교사는 “현지에 남아있는 사람은 대부분 피란을 떠나기 어려운 노약자들”이라며 “돌봐주는 사람 없이 홀로 전쟁을 겪어내고 있는 노인들이 너무 불쌍하다. 우리나라처럼 인프라가 좋지 못해 지하철에 숨어 있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몰래 이동하기도 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명수 선교사는 2017년 우크라이나로 파송돼 김영휘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현지에 정착했다. 대학생 청년 사역 경험을 살려 교육도시 하리키우를 선교지로 정하고 3년 전부터 사역을 시작했다. 한글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지인 교회에 11명의 성도가 함께 예배를 드렸다.
현지에 대한 다양한 소식을 듣던 총회 서기 이승수 목사는 “총회 선교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 선교 소식을 구체적으로 수집해달라. 교단 목회자들이 몰라서 돕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현지와 연결된 정보를 전국교회에 공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휘 선교사는 “우리 총회의 선교지 지원이 너무 약하다. 현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일들이 많은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어 늘 아쉬웠다. 전쟁이 끝난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도시 복구일 것”이라며 “선교사들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다시 현지인을 돕고 복음전파 사역에 매진할 수 있도록 물질적인 지원이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김 선교사는 “모든 것을 잃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이 때 돕지 않는다면 교회는 외면받을 것”이라며 “한국교회와 백석총회가 주님을 대신하여 큰 사랑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세계선교위원장 강형규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는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가 긴급구호 실사단을 구성해 현장을 방문하고 도울 길을 찾고 있다. 우리 총회와 선교위원회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전쟁이 속히 종식되길 기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 후 우크라이나에 생명의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재건을 돕는 젊은 선교사 발굴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종명 사무총장은 “고려인이 광주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추후 난민 문제 등이 생길 때 교회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알려달라”며 “우크라이나가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하나님께 의지하며 발전하는 선교지가 되길 기도한다”고 위로의 인사를 전했다.
선교위 총무 이수재 목사도 “전쟁 종식과 함께 난민 구호, 국가 재건, 사역현장의 복구 등 할 일이 많다. 우크라이나 못지않게 러시아 선교사들도 지금 경제 제재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이 복음으로 화평하게 되길 기원하며, 기도제목을 공유하고 함께 이겨내자”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