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이대남 이대녀’ 갈등? 사역자들에게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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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이대남 이대녀’ 갈등? 사역자들에게 물었더니…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3.29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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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심과 괴리… 현장에는 없다”는 반응 다수
“민감한 친구들은 이미 다 떠났다”는 반응도
캠퍼스에선 이미 감지, 사역자들 ‘발언’ 조심

“우리 청년부에는 남녀갈등 없어요.” 정말 그럴까.

‘이대남-이대녀’(이십대 남자, 이십대 여자를 지칭하는 신조어)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갈등 구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단어다. 속칭 ‘이대남-이대녀’의 문제가 교회에선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현장에서 젊은이들을 많이 만나는 사역자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스탠드그라운드의 나도움 목사와 라이트하우스 서울숲의 임형규 목사, 이음숲교회의 손성찬 목사(모두를 위한 기독교 교양 저자),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산본교회 담임), 백석대 차성진 교수(성경과 인간 이해 강의),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를 만나봤다.

 

이대남-이대녀의 갈등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교회 안의 실태에 대해서도 정확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남-이대녀의 갈등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교회 안의 실태에 대해서도 정확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표심으로 포착된 남-녀 갈등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역과 세대의 전통적 대결 양상에 더해 ‘성별 갈등’이 표면화됐다. 특히 20대 젊은 유권자들에게서 지지하는 후보가 명확하게 갈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앞세운 후보가 이대남들의 지지를 받은 반면, 비교적 여성 친화적 스탠스를 취한 후보는 이대녀들의 선택을 받았다. 투표 당일 진행된 지상파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8%가 기호 1번을, 20대 남성의 587%가 기호 2번을 택해 다른 세대에 비해 남녀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330개 투표소에서 유권자 7만 3,29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실제 투표 결과와 매우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5% 신뢰도 구간에 오차범위 ±0.8%)

(출처:kbs)
(출처:kbs)

선거 이전부터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른바 ‘페미 논쟁’이 뜨겁게 이뤄져 왔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아선 안 된다는 남성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여성주의 혹은 남성주의를 표방하는 책을 읽었거나 관련 발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이버 불링’(집단괴롭힘)을 당하는 유명인의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이른바 ‘좌표’가 찍혀 무차별적인 댓글 공격을 퍼붓는 모습을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차기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사회 통합’과 ‘갈등 봉합’을 꼽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나도움 목사(출처:나도움 목사 페이스북)
나도움 목사(출처:나도움 목사 페이스북)

 

혐오는 스쳐볼 때 발생한다

중고등학교에 기도 모임을 세우고, 청년들을 멘토링 하는 ‘스탠드그라운드’의 나도움 목사는 “사역 현장에서는 남녀 갈등을 포착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 목사는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수능과 대입에 많은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남녀갈등의 문제에 몰입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서 이 문제로 어려움 당하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 그러나 나 목사의 말 속에서 어려움 당하지 않는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예민한 친구들 앞에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요즘 말로 ‘손절’(관계를 단절한다는 뜻의 신조어) 당할 수도 있다. 굳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 그는 “각각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가르치려 들기보다 주로 들어주려고 노력해온 것이 많은 청년 청소년을 만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임형규 목사(출처:임형규 목사 페이스북)
임형규 목사(출처:임형규 목사 페이스북)

임형규 목사가 시무하는 ‘라이트하우스 서울숲’은 개척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매주 100여 명의 청년이 모이는 젊은 교회다. 임 목사는 “남혐(남성 혐오) 이나 여혐(여성 혐오)은 보통 익명성 안에서 오가는 것 같다”며 “공동체 안에서는 딱히 남녀갈등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임 목사는 “혐오는 스쳐보는 것에서 발생한다. 상대방을 모르기에 혐오하지, 알면 혐오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를 더욱 알아가는 교회 공동체의 특징을 고려하면, 만날수록 친밀함이 발생하지, 혐오가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 목사는 또 “교회에 찾아오는 청년들 가운데, 페미니즘이나 친 동성애적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자신들의 이슈로 교회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소통하려고 노력하더라”며 “해당 이슈에 민감한 청년일지라도 교회가 가진 본질적인 보수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합리성만 보여줘도 분란이 일어날 일은 없다”고 했다. 이어 “전에는 설교 중에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 식의 발언을 했다면, 지금은 ‘여자’나 ‘남자’라는 단어 자체를 주어나 목적어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감한 이들은 이미 떠났다

최근 ‘모두를 위한 기독교 교양’(죠이북스)을 펴낸 손성찬 목사는 “교회 내에 이대남-이대녀의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갈등 요소를 개인적으로 극복한 사람 혹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은 사람만 남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손 목사는 “여성들 가운데 페미니즘에 대한 열망이 있는 분들은 사실상 기성교회를 다니기 어렵다. (페미니즘은) 교회에서 대화하려는 주제가 아니기에,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은 이미 교회 밖에 있거나, 자기들끼리의 특화된 모임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손성찬 목사(출처:손성찬 목사 페이스북)
손성찬 목사(출처:손성찬 목사 페이스북)

그는 “사회의 문제가 교회 안으로 흘러들고 있지만, 전통적인 교회에서는 이 문제를 거부하기보다 오히려 지지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특히 유교적 전통 아래 남성 우월적인 시각으로 성경을 해석해온 데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약은 두말할 것 없고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바울의 이야기 등을 가부장적으로 해석하는 설교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성경을 전체 맥락에서 본다면 결코 그런 설교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사역연구소의 이상갑 목사도 “갈등이 심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분열을 조장하기보다 화평을 이루려는 목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성경 속에서 남성과 여성에 대해 언급하는 구절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문자적 해석보다는 본질에 치중해야 한다. 성경은 남녀의 관계 다양성과 상호보완성 아래 서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린도전서 14장 34절에 등장하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구절이나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는 에베소서 5장 22절은 잘못 해석되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이상갑 목사는 “성경이 쓰인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본질적인 메시지를 찾지 않는 것은 설교자의 임무를 져버린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문자대로만 해석한다면 돼지고기를 먹는 모두가 죄인이 되고 당장 여자들은 머리에 두건을 써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상갑 목사(출처:이상갑 목사 페이스북)
이상갑 목사(출처:이상갑 목사 페이스북)

그러면서 이 목사는 최근 들어 교회 내 젊은 부부들에게서 포착되는 남녀 관계의 변화상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과거엔 영유아부 예배에 주로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면, 근래엔 부부가 같이 들어오거나 아빠가 전담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습니다. 심방을 가보면 해외여행 사진 대부분이 친정과 다녀온 사진이지 시댁과 다녀온 사진은 거의 없죠. 오죽하면 제가 주례를 할 때, 신부에게 시댁에도 애정을 가져 달라고 당부를 합니다. 목회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화평케 하는 것’이기에 이제는 젊은 남성 성도를 위한 맞춤 사역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캠퍼스 사역자들은 이미 민감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성경과 인간 이해’ 과목을 강의하는 차성진 목사(백석대)는 “일상 대화나 수업 중에 노골적으로 혐오를 표출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도 “온라인 공간 안에서는 상대를 향한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적지 않은 친구들이 이슈에 심하게 몰입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차성진 목사(출처:차성진 목사 페이스북)
차성진 목사(출처:차성진 목사 페이스북)

차 목사는 “한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다가 ‘학생은 얼굴이 참 예쁘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에브리타임’(재학생만 출입 가능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얼평(얼굴 평가) 하고 난리’라는 학생들의 성토가 올라오기도 했다”며 “실제 생활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둔감해선 안 된다. 뒤에 가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요즘 친구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발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선교단체 간사나 리더의 여성 차별적 언어 사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초기엔 참고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다면 근래 들어서는 주의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IVF의 경우 간사모임에서 ‘페미니즘 스터디’를 개최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 목사는 “남자 간사들의 경우 여학생들을 만나는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며 “‘성희롱’이나 ‘성추행’ 이야기까지 나오진 않더라도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서 안 만나려 한다는 피드백도 있다”고 소개했다.

장근성 목사(출처:장근성 목사 페이스북)
장근성 목사(출처:장근성 목사 페이스북)

남학생들에 대해서도 “2~3년 전까지만 해도 현장사역자들이 남학생들의 사고구조나 피해의식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깊이 대화하지 않은 채 ‘너희는 왜 그러냐’는 식의 반응만 했다”며 “최근에는 남학생들의 정서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 있다. 그들이 왜 분노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끝으로 “설교자들이나 사역자들이 젊은이들의 정서에 민감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당연히 시정됐어야 할 문제”라며 “기독교적 진리에 기초한 것이 아님에도 문화적 관습에 따라 차별해왔던 것들이 있다면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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