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십자가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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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십자가의 도
  • 이진형 기자
  • 승인 2022.03.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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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설마했다. 지난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다는 보도가 전해질 무렵만 해도 이런 식의 폭력사태가 현실이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역사책에서 보았던 전쟁의 참상이 손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파괴된 건물과 피 흘리는 사람들. ‘사랑’이나 ‘희망’ 따윈 찾아볼 수 없는 ‘증오’와 ‘공포’의 이미지들이 생경하면서도 실감나게 다가온다. 비록 전쟁터와 같은 세상살이지만, 적어도 우리 세대에는 부모님 세대가 겪었던 ‘진짜 전쟁’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에 감사하고 안도했던 지난날이 무색해진다.

한 독재자의 잘못된 결정으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이 너무나도 쉽게 스러져가고, 사망자와 부상자를 세는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국제정치에서 모든 국가는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현실주의 이론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무자비한 전쟁을 끝낼 해법을 누구도 찾지 못하고 있다. 과연 역사의 교훈처럼 모두가 꿈꾸는 평화는 ‘힘의 균형’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일까.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는 ‘힘의 논리’만이 절대 진리인걸까.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스스로를 지킬 국방력을 갖추는 것도, 실리를 취하는 지혜로운 외교 관계를 맺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우리들은 세상을 향해 ‘힘의 논리’가 아닌 ‘십자가의 도’를 외쳐야 한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이 그랬고, 일제 강점기 믿음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늘과 땅의 권세를 가진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세상의 힘과 권력을 이긴 방법은 바로 십자가였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사랑은 죽음도 이기는 강력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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